창원 LG 세이커스는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다. 1997년 창단 이후 꾸준히 프로농구의 강호이자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군림했다. 창원은 농구도시로 불릴만큼 농구에 대한 연고지 팬들의 애정이 깊은 곳이다. 올시즌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선수단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수도권 신규팬들이 대거 유입되는 등 관중동원에서도 KBL의 흥행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LG의 23년 농구단 역사에서 아직까지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으니, 바로 '우승'이다. LG는 창단 이후 아직까지 한번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해보지 못했다. 2001년과 2014년, 두 차례 챔프전에 올랐지만 각각 서울 삼성과 울산 현대모비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흘렸다. 정규시즌 우승도 2013-14시즌 한 차례 뿐이다.

LG의 역대 감독들은 항상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도전해야했다.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갖춘 것도 여러 차례였다. 하지만 정규시즌에 비하여 '단기전'에 약한 면모를 드러냈다는 게 뼈아팠다. 초대 이충희 감독은 창단 첫 시즌(97-98)부터 정규리그 준우승을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당시 허재의 부상투혼을 앞세운 부산 기아(현 KT)의 노련미에 밀렸다.

2대 김태환 감독 시절은 LG가 역대 최고의 '공격농구'로 돌풍을 일으켰던 때다. 2000-01시즌에는 조성원, 에릭 이버츠, 조우현 등으로 이어지는 막강 공격력을 앞세워 KBL 역대 팀평균득점 1위인 경기당 103.3점의 화끈한 득점포를 자랑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삼성의 벽을 넘지 못하고 1승 4패로 무릎을 끓었다. 2002-03시즌에도 정규리그 준우승을 기록했으나 4강플레이오프에서 김주성과 데이비드 잭슨이 버틴 TG(현 원주 DB)에게 5차전 접전 끝에 덜미를 잡혔다.

LG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신선우(2005~2008), 김진(2011~2017) 같이 타 팀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감독들을 영입하여 대권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에 비하여 성과는 아쉬웠다. 그나마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때는 김종규-문태종-김시래-데이본 제퍼슨으로 이어지는 호화전력을 갖춰 정규시즌 1위에 올랐던 2013-14시즌이었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만난 모비스가 하필 양동근-함지훈-문태영-로드 벤슨-리카르도 라틀리프(현 라건아) 등 LG를 능가하는 호화 라인업을 앞세워 당시 KBL 유일의 챔프전 3연패를 달성한 막강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게 불운이었다.

외국인 선수 잔혹사

유독 '외국인 선수 잔혹사'가 많았다는 것도 LG의 징크스였다. LG에는 농구 실력은 뛰어났지만 인성이나 태도 관련 문제를 일으킨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고, 하필 중요한 고비에서 팀 성적과 직결된 장면들도 여러 차례였다. 이충희 감독 시절 LG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버나드 블런트는 1999-2000시즌 개막을 앞두고 구단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야반도주하는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고 해당 시즌 팀 성적은 그대로 추락했다. 대체선수로 들어온 마일로 브룩스는 이충희 감독과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2006-2007시즌에는 퍼비스 파스코가 경기 도중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을 밀어 넘어뜨리는 사건을 일으키며 KBL에서 영구제명을 당했다. 당시 정규리그에서 2위에 올랐던 LG는 파스코의 공백을 넘지 못하고 부산 KTF(현 부산 KT)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끓었다. 2015년에 플레이오프에서는 데이본 제퍼슨이 국민의례 순서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개인 SNS에는 팬들을 향한 듯한 욕설 사진까지 게재하는 등 기행을 거듭한 끝에 역시 플레이오프 기간 중 퇴출당했다.

이밖에도 '니갱망'의 창시자 아이반 존슨(강을준 감독 시절)을 비롯하여 트로이 길렌워터(김진 감독), 제임스 메이스(현주엽 감독) 등 내로라하는 '성격파' 외국인 선수들이 LG를 거쳐갔다. 비슷한 사건사고가 반복되면서 LG 구단과 역대 사령탑들이 개성 강하고 이기적인 외국인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앞으로 LG의 사령탑을 맡게될 후임자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LG는 최근 3년간 함께한 현주엽 감독과 결별했다. LG에서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현 감독은 2017년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친정팀의 지휘봉을 잡는 파격 선임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현주엽 감독은 LG에서 3시즌간 플레이오프 진출 1회(4강), 9위 2회에 정규시즌 승률 .420(63승 87패)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스타 출신 감독의 또다른 실패 사례'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이 기간 팀의 에이스로 군림하던 김종규(원주 DB)마저 FA자격을 얻자 팀을 떠나면서 LG는 다시 한번 리빌딩을 준비해야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LG는 현재 후임 감독을 물색중이다. 현주엽 감독의 시행착오로 인하여 스타 출신과 초보 감독 선임카드가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만큼 이번에는 어느 정도 경력이 검증된 베테랑 감독 영입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추일승? 허재? 김영만? 전희철? 조성원?

프로무대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검증된 인물 중 현재 맡은 팀이 없는 지도자로는 추일승 전 고양 오리온 감독과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 정도가 있다. 두 사람 모두 KBL에서 우승까지 경험한 인물들이다.

추 감독은 KT와 오리온에서 모두 약체팀을 물려받아 우승권 팀으로 재건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증명했다. 허재 감독은 전술적 역량은 떨어지지만 선수장악과 동기부여에 능하고 전임자 못지않은 전국구 스타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게 강점이다. 다만 추 감독은 최근 오리온에서의 말년에 보여준 지도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허 감독은 최근 농구계보다 방송에서 높은 주가를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복귀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팀 내부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김영만 코치도 있다. 2014∼2015시즌부터 3년간 원주 DB 감독을 맡아 준우승 1차례, 6강 PO 2회 진출 등의 성적을 올린 바 있고, LG에서 현주엽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수년간 활약하며 내부 사정에 밝다는 것이 강점이다. 남자프로농구 감독 경험은 없지만 오랫동안 지도자로 현장에서 활약해온 전희철 SK 코치나 조성원 명지대 감독 등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감독은 팀의 체질개선과 우승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전임 감독 시절 LG는 대중적인 인기나 이미지와는 별개로, 농구적인 면에서는 확실한 팀 컬러를 잃었고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테랑 선수들은 노쇠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더디며 전체적인 내부 경쟁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제는 보여주기식의 쇼맨십보다 팀에 안정감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수 있는 노련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LG 차기 감독의 우선적인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창원LG세이커스 프로농구감독 KBL역대우승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