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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청송에 있는 나무닭움직임연구소에서'2020 연극 전태일'을 연습하고 있는 청년 배우들
 경북 청송에 있는 나무닭움직임연구소에서"2020 연극 전태일"을 연습하고 있는 청년 배우들
ⓒ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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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억하기 위한 '2020 연극 전태일-네 이름은 무엇이냐'(이하 '2020연극 전태일')가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50년 전 스물두 살의 청년이었던 전태일을 만나고자 기꺼이 가난한 연극의 길에 들어선 청년 배우들이 경북 청송에 있는 나무닭 작업장에 연습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나무닭움직임연구소가 2007년부터 폐교를 활용하여 공연물을 창작하고 공동체 문화를 일궈온 공간이자 2020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각자의 일상에서 떠나온 배우들은 한솥밥을 먹으며 주어진 시간을 '2020 연극 전태일' 연습에만 집중하고 있다. 배우들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낯선 시골 땅에서 흙을 밟고 만지며, 자연이 주는 영감과 상상력에 힘입어 몸과 영혼을 가다듬는다. 50년 전, 온 몸에 화염을 덮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전태일이 증명코자 했던 '인간'을 근원적으로 더듬어보고, 땀 흘려 일하는 존재들의 가치를 각자가 맡은 인물로 구현해내고 있다.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 출범식 2020년 2월1일, 영등포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 창립 총회 및 출범식을 가졌다.
▲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 출범식 2020년 2월1일, 영등포에 있는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에서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 창립 총회 및 출범식을 가졌다.
ⓒ 2020 연극 전태일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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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태일'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2020 연극전태일 추진위원'들(이하 추진위)이다. 지난 2월 1일에 출범한 추진위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정신을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는 연극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모였다.

이주영 (사)어린이문화연대 대표, 구수경 인권포럼 대표, 박승렬 NCCK 인권위원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강명자 구로동맹파업 대우어패럴 동지회 대표, 조영선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 허영구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선출되었다. 여기에 학계, 종교계, 사회문화계, 노동계 등 300 여 명의 추진위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2020 연극 전태일'의 제작비는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건 만큼 오로지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우정과 연대로 마련하고 있다. 초연을 올리기까지 필요한 제작예산 6천만 원 중 추진위원들의 회비로 2020만 원을 모으고, 제작을 맡은 나무닭움직임연구소가 1천만 원을 기탁했다. 나머지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과 개인 후원, 티켓 수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문화예술지원금을 활용하면 수월할 텐데 왜 그렇게 어려운 길로 돌아가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 공공기금이 창작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예술인들에게 배분될 때에는 '경쟁과 차별, 선택과 배제'라는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갇혀버린다.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불거졌던 이 지원금 정책은 여전히 깔끔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문화예술 보조금 사업은 조화롭지 못한 지금의 예술 생태계를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

나무닭움직임연구소 대표이자 '2020 연극 전태일'의 연출을 맡은 장소익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창작기금을 신청하고 지원금을 받으면 가난한 후배 연극인들이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연극 전태일'을 이런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겠는가? 보조금을 받으면 좀더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공연을 만들기는 어렵다. 그저 주어진 보조금의 범위 안에서 몇 차례 공연하고 막을 내리는 관행은 연극을 그저 소비하고 버리는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2020 연극 전태일'의 추진위원들은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전태일 50주기를 어떻게 맞이할까 고민하고, 공연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전주에 살고 있는 한 추진위원은 "전태일 열사가 생전에 전라도 땅을 한 번도 밟지 못했다"며 "연극으로라도 전태일 열사를 모시고 싶다"고 했다. 경북에서 대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경산 지역의 추진위원은 "전태일이 누구인지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그들에게 이 작품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지역 공동체와 함께 순회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전태일 열사 30주기였던 2000년, 극단 '한강'이 제작한 '연극 전태일'에 참여한 어린이 공연자들
 전태일 열사 30주기였던 2000년, 극단 "한강"이 제작한 "연극 전태일"에 참여한 어린이 공연자들
ⓒ 극단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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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태일'은 공동체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 연극이다. 작품에 나오는 14세 어린 여공(시다) 역을 각 순회공연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다. 지역 공동체로부터 추천받은 어린이 공연 팀은 본 공연 배우들과는 별도로 춤과 움직임, 노래와 대사를 연습한 후에 본 공연에 합류한다. 이소선 어머니 역할도 순회공연이 이루어지는 지역의 배우가 우정 출연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히 중앙집중식으로 제작한 공연이 지역을 순회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협의하고 공연을 만듦으로써 전태일 50주기를 빛내기 위한 기획이다.

추진위 공동대표이자 (사)어린이문화연대 이주영 대표는 "전태일 열사는 어린이 노동 해방열사"라며 아이들이 가족과 손잡고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주길 당부했다. 노동자 전태일, 구두닦이, 신문팔이, 껌팔이 전태일, 문학청년 전태일, 소년 가장 전태일... 전태일 열사가 그러했듯이, '연극 전태일'은 연령과 성별과 지위를 넘어서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들 누구나 함께 보는, 선물 같은 연극이 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표방하는 코로나19 정국에서 '2020 연극 전태일'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한 솥밥을 먹으며 연습하고, 지역 공동체는 전태일 50주기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를 국가의 통제가 아닌, 공동체의 자발성과 슬기로움으로 대처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더불어 사는 세상, 공포와 혐오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전태일의 뜻이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연극의 과제로 여기며  '2020 연극 전태일'이라는 보호구역 안에서 '문화적 거리 좁히기'를 하는 셈이다. 
 
  우리 시대의 노동과 인권에 관한 배우 교육을 마친 '2020 연극 전태일' 배우들
  우리 시대의 노동과 인권에 관한 배우 교육을 마친 "2020 연극 전태일" 배우들
ⓒ 2020연극전태일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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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연극 전태일'은 오는 6월 18일 구로아트밸리 극장에서 초연될 예정이지만 대부분 공연 단체들이 그러하듯, 코로나로 인해 관객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연극 제작진과 추진위는 어떻게 하면 이 정성 어린 작업이 무산되지 않도록 할까 고민하고 있다. 혹여나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못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우정과 연대로 만들어가 제작 방식, 배우들의 연습 과정, 지역 공동체와의 만남을 기록하고 그 감동과 가치를 공유하는 일만큼은 반드시 하기로 했다. 그래서 추진위원들에게 카드뉴스를 만들어 보내고, 대본집을 만들고, 기사를 쓰는 기획팀도 배우들과 합숙하며 꽉 찬 날들을 보내고 있다.

'2020 연극 전태일' 제작진과 배우들은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곧 전태일로 살아보는 일이며, 여기에 동참하는 이들 모두가 우리 시대의 전태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서 , 코로나19가 물러가서 우리 시대 전태일들이 날개를 달고 전국 방방곡곡 침체된 삶들에 생기를 불어넣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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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나무닭움직임연구소를 공동 설립하여 작가, 연극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몸, 마음, 소리, 사회의 제반 움직임과 탈, 꼭두, 신화 등에 깃들어있는 제의성을 연구하고 연극을 만듭니다. 2020 현재, 전태일 열사 50주기 맞이 <연극 전태일_네 이름이 무엇이냐> 제작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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