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웹예능 '구라철'은 위기를 맞이한 간판 예능 '개그콘서트' 녹화현장을 찾아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아 관심을 모았다

최근 KBS 웹예능 '구라철'은 위기를 맞이한 간판 예능 '개그콘서트' 녹화현장을 찾아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아 관심을 모았다 ⓒ KBS

 
KBS가 4월을 맞아 일부 예능 프로그램의 시간대 이동, 월화드라마 부활 등 부분 개편을 단행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그 효과가 신통치 않다. 냉정히 말하면 "왜 옮긴거지?"라는 지적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살림하는 남자2>(수→토)를 제외하면 나머지 이동, 신설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 추락, 화제성 제로 상황에 놓였다.  

<개그콘서트>(토→금 이동), <개는 훌륭하다>(방영시간 1시간 늦춤), 수개월 만에 돌아온 월화드라마 <계약우정>의 연이은 부진은 마치 판세를 잘못 읽은 전쟁터의 수장들을 연상케 한다.  

특히 지난 10일 방영 21년 만에 최악의 시청률(2.8%,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한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불과 4개월 만에 두 차례의 요일 변경을 겪으면서 떠돌이 프로그램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수년째 이어진 <개콘>의 부진이 가속화되다 보니 일각에선 자칫 지상파 코미디 멸종 시대가 찾아오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교 대상인 tvN <코미디빅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한 공개녹화 불능의 위기를 되려 기회로 살리면서 화제성을 마련한 데 반해 <개콘>은 이도 저도 아닌 내용들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때마침 지난 10일 KBS가 제작하는 웹예능 <구라철> 6화에선 김구라가 <개콘> 주요 출연진을 직접 만나 '노잼', '폐지 위기'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붓는 등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가감 없이 화면에 담아 관심을 모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개그 프로그램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저... 혹시 개콘 보세요?"(김구라)
"아니오" (시민)
"최근까지 본게 언제예요?"(김구라)
"한 5~6년 전?"(시민)


수요일 저녁 KBS 공개홀을 찾아가는 도중 길에서 만난 시민과의 대화는 요즘 <개콘>의 현실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간단 명료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각종 코너를 내놓을 때 마다 유행어와 스타 개그맨을 배출하던 일도 이젠 옛말이 됐다.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개콘>은 과거에 안주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라든지 '기존 스타들이 각종 예능으로 자리를 옮긴 반면 빈자리를 메워줄 신예 발굴에 실패했다'는 등 부진 원인에 대한 지적도 제각각이다.

이에 대해 <구라철> 김구라가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니들은 재밌냐? 망한 이유 거침없이 물어봤다!"라는 제목에 부응이라도 하듯 신인급 개그맨부터 '개국공신' 김대희, 박성호, 박준형 등을 만나 직설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당사자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시청자 입장에선 꼭 물어보고 싶었던 내용들이었기에 김구라의 냉철한 지적은 거부감보단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인급 개그맨들은 공영방송이다 보니 소재, 표현 등에 대해 제약이 많다는 아쉬움을 드러내는가 하면 "일단 재미가 없다" 등 솔직하게 현재의 위치를 인정하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개콘>을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출연진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지금 <개콘>은 매일매일이 위기의 연속이다.    

쉽지 않은 해법 마련... 그래도 길은 있다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간판 예능 '개그콘서트' 녹화현장을 찾아 박준형, 박영진, 유민상 등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아 관심을 모았다

지난 10일 공개된 KBS 웹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간판 예능 '개그콘서트' 녹화현장을 찾아 박준형, 박영진, 유민상 등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아 관심을 모았다 ⓒ KBS

 
<구라철> 6화를 계기로 KBS 유튜브 채널 속 댓글에서도 모처럼 <개콘>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현재의 부진은 개인기에만 의존하고 유행어 만들기에 매몰된 결과"라는 지적부터 "어설픈 정치 풍자가 되려 시청자들을 떠나 보내게 만들었다"는 비판은 물론, 특정 제작진 혹은 개그맨들의 실명을 거론한 노골적인 비난도 쏟아졌다. 

안타깝게도 <구라철>도 <개콘>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 제언을 제시하진 않는다. 다만 KBS 개그맨들의 생각을 좀 더 많이 끄집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구라철>은 "6개월 이후 <개콘>이 계속 방송을 이어갈지 아니면..."이란 표현으로 이날 방송을 마무리 짓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개콘>을 이끄는 이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갖고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했단 사실이다. 

"뉴트로가 유행이긴 하지만 개그엔 뉴트로가 있어선 안 된다."(박영진)
"(예전 영상을 보면) 그때가 더 재밌다. 그러면 개그맨들은 그때의 나와 싸워야 한다."(박준형)


"시청자들 마음 되돌리기 위해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유민상)고 각오를 다질 만큼 비판의 대상인 본인들 스스로 시도의 끈을 놓지 않는 건 희망적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몇 달간 이어진 시도 이상의 획기적 변화 역시 지금 <개콘>에는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프로그램의 상징이기도 한 공개 코미디의 틀 대신 차라리 1980년대 <유머1번지>, 2000년대 <폭소클럽> 류의 프로로 회귀하거나 유튜브의 화법을 TV에 맞게 각색하는 등 다양하고 공격적인 시도가 뒤따르면 어떨까.

필요하다면 개그맨 기수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인적 쇄신도 단행해야 할 것이다. 마냥 공영방송의 한계 혹은 규제 탓만 한들 외면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구라철 개그콘서트 공개코미디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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