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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투기적 도시화를 성찰하며 도시에서 공공의 부를 만들어내고자 실천하는 솔방울커먼즈의 활동가들이 작성한 글입니다. 솔방울커먼즈는 서울 송현동과 이를 둘러싼 도시의 투기 역사를 추적하고 이 공간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도시 커먼즈와 투기적 도시화에 대한 한층 깊은 토론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편집자말]
  
송현동 전경 고층에서 내려다 본 송현동
▲ 송현동 전경 고층에서 내려다 본 송현동
ⓒ 솔방울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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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이 송현동(서울시 종로구) 부지 매각에 다시 돌입했다. 일만 여 평(3만7천여 ㎡)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해 일명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최근 서울시와 종로구는 풀빛문화연대,  내셔널트러스트 등 일부 시민 단체와 함께 송현동의 문화역사적 가치를 높이는 활용 방안을 구상하며 매입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매입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부지 매입을 위한 공공조달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현재 송현동 부지의 매매가는 종로구 일 년 예산을 훌쩍 넘는 약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진그룹도 서울시 외에는 이렇다할 매수자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송현동은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 고도제한지역, 학교주변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다. 그래서 송현동은 지방정부와 한진그룹 양측 모두에게 딜레마처럼 보인다.

'송현동 딜레마'를 다루는 최근 언론은 송현동 부지가 얼마에 팔릴 것인가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금싸라기' 땅을 쥔 한진이 얼마나 지대를 붙여 팔 수 있을까, 그 땅을 손에 넣고 싶은 서울시와 종로구는 얼마를 부를까.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송현동 매각을 서두르면서, 서울시와 종로구가 이 절차에 '난데없이' 끼어들고 있다는 업계 일각(뉴스웨이 보도 인용) 의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개발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가격 협상에 개입하고 있는 실정은 '압박성 행위'라는 지적이다. 기업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송현동을 처분하고 싶은 한진그룹 일가와 '공적 활용'을 구상해 온 종로구청장 및 서울시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긴 하지만 수 천 억대로 추정되는 토지 가격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과 여론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기업 간의 미묘한 겨루기 상황에서 시민들도 덩달아 '송현동 딜레마'에 빠지기보다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역사문화적 맥락을 짚어보며 이 부지를 사고 파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고려해보아야 한다. 

송현동은 조선 말 세도가이자 친일파로 알려진 윤덕영, 윤택영 형제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부지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식산은행에 팔렸다가 해방 이후 한미 협정 조항에 따라 미국에 무상 양도되었다. 소유권을 넘겨받은 미국 정부는 미국 대사관 직원 숙소를 지어 송현동을 사용하다가 이후 숙소 이전을 준비하면서 2000년 삼성생명에 1400억 원에 매각했다. 삼성생명이 본래 계획하던 대규모 미술관 건설이 무산되면서 2008년 송현동은 다시 2900억 원에 한진그룹에 매각된다. 한진그룹은 송현동에 호텔 건설을 추진했으나 법적 공방에서 패소하여 무산되었고, 2020년 현재 송현동은 5000억 원대 매물로 나오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송현동의 역사는 토지의 상품화, 투기적 도시화의 역사다. 이 시간 동안 송현동 땅에 대한 경제적 가치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송현동은 수천 억의 지불 능력을 가진 대기업이 또 다시 수천 억의 지대 이윤을 창출하도록 이용되었을 뿐이다. 수많은 송현동들이 서울을 만들어 왔다.

한진그룹과 서울시 및 종로구가 송현동을 두고 벌이는 흥정 또한 투기적 도시화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송현동을 시장 가격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투기적 도시화를 일군 부동산 시장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한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더불어 높이 치솟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던 정부가 지대 이윤을 톡톡히 보장하는 꼴이다. 

이제 송현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적 개발 대(對) 공적 활용'이라는 갈등 구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적 개발의 가능성은 공공성과 관계없이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해, 오직 토지에 대한 지불가능한 금액과 지불받고자 하는 금액에 따라 송현동의 미래가 결정되고 있다. 게다가 매각 의사 가격은 한진그룹이 송현동 부지를 단지 10여 년 동안 보유했다는 명목의 수 천 억대 지대 수익을 포함한다. 이제는 정부가 공적 개입을 명분으로 시장 행위자의 최저 이윤을 보장하는 것, 이것이 투기적 도시화의 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는 시점이다.

송현동 부지는 '투기적 도시화'의 관점에서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토지에 대한 실질적인 공적 개입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 공공의 개입은 시장경제 논리에 완전히 포획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는 시민의 다양하고 활기찬 삶을 보장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송현동을 둘러싼 높은 돌담과 대문 솔방울커먼즈 활동가들은 송현동 돌담 주위에서 공유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송현동을 둘러싼 높은 돌담과 대문 솔방울커먼즈 활동가들은 송현동 돌담 주위에서 공유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솔방울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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