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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도 사람도 뜸한 거리
 차도 사람도 뜸한 거리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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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부터였으니 25일 만의 외출이다. 하루에 두 번, 집 앞 슈퍼마켓은 갔으나 그 외 거의 모든 시간 집 안에 있었다. 노랫말처럼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영활 보고 나 혼자 공부하고 나 혼자 운동했다.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고 언제 안정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서 소규모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자이자 여행하며 글 쓰는 프리랜서로의 일은 자의 30%, 타의 70%로 완전히 중단됐다.
    
그러나 오늘만은 외출을 결심했다. 바로 4.15총선 사전투표일 첫날이기 때문이다. 내 주소지는 현재 머무는 동네가 아니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의 민락동이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최장 거리 이동을 해야 했다.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자전거를 택했다. 약 한 달간 외면한 '봄'을 몸소 만나고 싶어서였다. 사전투표장소까지 바다를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타면 약 40여 분.
  
 '벚꽃무덤'
 "벚꽃무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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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가 가까운 시각, 본래도 붐비는 때는 아니지만 오늘따라 차도 사람도 뜸했다. 여느 해처럼 활짝 피었을 남천동 벚꽃과의 만남 역시 아쉽게 실패했다.     

이미 꽃들은 다 지고 인도 옆 화단에 떨어진 '벚꽃 무덤'만이 나를 반겼다. 봄에는 꽃구경, 가을에는 단풍구경 같은 계절 놀이에 취미가 없는 데다 어릴 적부터 쭉 보아온 곳이라 무심히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상황이 이러니 괜히 서운함이 컸다. 애써 틔워낸 꽃을 어여삐 봐주지 못했음에 미안함마저 느껴졌다.   

바닷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흐린데다 기온도 떨어져 더 휑하게 느껴졌으나 모처럼 바다를 본 것만으로 흐뭇했다. 코로나19가 미친 긍정적 영향이라면 너무 익숙해서 완전히 무뎌져 버린 주변의 귀한 것들에 다시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자연이 오랜만에 갖는 '휴식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투표소 입구에서 수동 발열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투표소 입구에서 수동 발열체크가 이뤄지고 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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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총선 당일 투표소와 사전투표소의 위치는 다르다. 그런데 이 점을 나만 몰랐나 싶다. 전날 '내 투표소 찾기'를 통해 확인한 장소로 찾아갔지만, 이곳은 4월 15일 총선 당일 투표소였다. 뒤늦게 나의 무지를 깨닫고 사전투표가 진행 중인 동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선거관리단 일원에 의해 간단한 발열 검사를 받은 뒤 입장했다. 입장한 사람들은 앞뒤 최소 1m 간격을 유지한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고무장화와 앞치마로 봐서 인근 어시장에서 일하던 중에 온 듯한 상인들, 외근 중에 들른 듯한 양복 차림의 젊은 남녀, 걸음이 느린 할머니 등 먼저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랑께 재밌다." 
"이 무슨 짓이고!"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두 분의 웃음 섞인 대화에 따라 함께 웃었다. 투표소가 3층이라 다리 아픈 일부 어른들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데, 이 때문에 순서가 바뀐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아픈 사람한테 양보 좀 해주자는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반응 속에서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규정을 준수하며 서로를 배려했다.

정말이지 '이게 뭔 일인가' 싶기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러 나온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뭉클했다.  
  
 코로나로 인한 투표소 진풍경
 코로나로 인한 투표소 진풍경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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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투표장으로 가는 마지막 복도. 그 앞에 마련돼 있는 알코올 소독제로 손을 꼼꼼히 닦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낀 다음 바닥에 붙여둔 청테이프를 기준 삼아 1m 간격을 유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모든 과정을 거쳐 나는 나의 소중하디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투표했습니다!'
 "투표했습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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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투표를 마치고 다른 행정 업무를 보기 위해 구청과 세무서를 차례로 들렀는데 모두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했지만, 그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첫 투표소였던 주민센터에서는 온도 측정기를 목에 대더니, 구청에서는 손바닥에 댔다. 세무서에서는 아예 공항 검색대처럼 전자동 시스템을 활용했다.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성숙한 시민들이 사력을 다하고 힘을 합쳐 봉합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모두가 긴장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한다. '나쁜 정치'는 코로나보다 무서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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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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