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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틴내일' 사무실 입구 복도에는 양성 평등을 주제로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너에겐 장난이지? 나한테는 폭력이야!'. "XX, 울보, ㅋㅋ, 새다리" 등 자신에게 상처가 됐던 행위들을 묘사했다.
 "탁틴내일" 사무실 입구 복도에는 양성 평등을 주제로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너에겐 장난이지? 나한테는 폭력이야!". "XX, 울보, ㅋㅋ, 새다리" 등 자신에게 상처가 됐던 행위들을 묘사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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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만에 혹은 8초 만에 애들을 꿰어 낸다고 해요. 온라인에서 성 착취 피해 아동을 찾는 사냥꾼들은 걸려들 아이인지 아닌지 금방 간파해요. 그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많이 해 온 수법이 있으니 아이들이 쉽게 넘어 갑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3초 만에 걸려드는 건 아니"라지만, 그 찰나의 순간이라고 했다. SNS에 게시물을 올렸거나 온라인 채팅을 했을 뿐인 청소년이 성착취 가해자의 범죄 대상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했다. 청소년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의 말이다. 

지난 7일 만난 이 대표는 "어른들도 사기꾼을 만나면 왜 속았는지 모르게 넘어가는 거처럼, 아이들도 미처 생각지 못한 상태에서 휩쓸려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랜덤 채팅 앱이나 게임 혹은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라면 모두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n번방 성착취 피해자들이 비자발적으로 일탈계 등을 운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협박 받은 상태에서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의로 올린 게 아니라 노예처럼 부려지는 상황에서 올린 것일 수 있다"면서 "예전에도 친구들이 모텔에 감금시켜놓고 포르노를 찍게 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지금도 또 다른 형태의 n번방이 생겼을 수 있다"라며 "성 착취 산업은 늘 그래 왔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일탈계를 한 맥락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라며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단순하게 '까졌다'라고 아이를 바라본다, 청소년을 성녀 아님 창녀 이분법에 그대로 적용해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탈계 아이들은 까졌다? 그 시각의 문제점
 
 사단법인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 1995년 3월 1일 창립한 '탁틴내일'은 여성·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단체로 청소년 성상담 및 성교육 활동, 학교 폭력 예방 활동, 청소년 문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매매·포르노그라피·인신매매 종식을 위한 국제네트워크 한국지부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 1995년 3월 1일 창립한 "탁틴내일"은 여성·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단체로 청소년 성상담 및 성교육 활동, 학교 폭력 예방 활동, 청소년 문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동·청소년 성매매·포르노그라피·인신매매 종식을 위한 국제네트워크 한국지부이기도 하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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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요즘 청소년들이 빨리 성에 눈을 뜨는 이유를 동영상에서 찾았다. 성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영상부터 접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해리포터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해리포터가 소설일 때는 굉장히 다양한 해리포터의 모습을 저마다 상상했었는데, 영화화 된 이후로는 해리포터는 완전히 고정화 됐다, 이게 영상이 가진 힘"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일상적으로 음란물을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라며 "제대로 성을 경험하기도 전에 성범죄 영상물로 성을 접하게 되면 폭력적인 면만 각인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탈계 운영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을 드러낸 방식이 미디어를 통해 학습된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돼 성을 왜곡되게 표현하는 영상을 많이 보게 되면, 성적 표현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과도한 노출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부터 포르노까지 '쾌락버튼'이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상황에 그저 아이들을 방치해 놓고 있는 거"라며 "나이도 어린 게 까져가지고,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일탈로 규정할 게 아니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일탈계 등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현숙 대표는 '관계'에서 답을 찾았다.

"청소년기에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자기표현'의 일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관계에 취약한 아이들이 있어요. 학대 피해자라든가, 부모님이 바빠서 되게 외롭다거나, 왕따를 당했다거나... 이런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좋은 관계를 경험하지 못해서 온라인에서 잘 해주는 사람들의 접근에 취약해요. 평상시에 반응이 없던 사람들이 내가 성적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에서 존재감을 확인하기도 하죠."
 

일상적 좋은 관계를 통해 아이들에게 '기댈 곳'을 마련해주는 것, 1차적으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n번방 피해자인 A씨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죽어버리려고 유서를 썼다"면서도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했을 때도 부모님이 화를 냈는데, '일탈계'를 했다는 걸 알면 뭐라 할지..."라는 생각에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님에게 알린다'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협박의 도구가 되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게 부모님이 실망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내 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또 다시 답은 '관계'다. 신뢰할 만한 누군가가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좋은 관계를 경험해보고 지지받고 자존감도 높다면 이상한 제안이 와도 '아저씨 변태예요?'라고 되받아칠 수 있어요. 만일 상대가 유일하게 내 마음을 터놓는 사람이라면 나쁜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겠죠. 부모든, 이모든, 멘토든... 어쨌든 아이들 주변에 좋은 관계가 필요해요."


이 대표는 좋은 관계를 기반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다보면 '위험'을 감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오프라인에서 아이가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확인하듯, 온라인에서도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라며 "아이들이 애매모호함을 느낀 순간, 기분 나빴던 순간을 그날그날 얘기 나눌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친구를 사귀는 거 자체는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신 개인정보는 절대 알려줘서는 안되고, 이유 없는 선심을 베푸는 상대는 경계해야 함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저씨 변태예요?" 되받아칠 수 있으려면

물론 더 이상의 피해자·가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 일이 가정의 몫만은 아니다. 이 대표는 공교육 내 성교육 역시 "혁명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대표는 "털실은 한 뭉치 있는데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되면 실 끌러서 윗도리 뜨고,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 다시 실 풀어서 바지 뜨는 형식으로 교과가 운영되고 있다"라며 "입시위주의 교육을 완전히 재편해서 아이들이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게끔 하는 교육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이 일을 주도해야 할 책임자"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일탈계를 한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 한 것은 어른의 잘못임을 명확히 했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성적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적인 에너지가 왕성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설사 아이들이 그렇게 했더라도 어른은 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는 거잖아요. 그 규칙이라도 확고해졌으면 합니다."

그는 "미성년자가 담배를 사면 담배를 판 어른이 처벌받게 돼 있다"라며 "왜 유독 성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들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나,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 사회는 대중매체에서 아이들을 섹시한 존재, 성적 매력이 있는 존재로 그린다"라며 "막상 10대 여성들이 성적으로 행동 했을 때는 배제시킨다, 아이의 문제로 치환한다, 이는 거꾸로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는 "어른의 의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일탈계를 했거나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물었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누구나 좋은 삶을 꿈꾸잖아요.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희망이 없다고 모든 걸 내려놔 버리지 말았으면 해요. 생각보다 도와주려는 사람들은 정말 많아요.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 1388 이라든지, 저희 단체(02-338-7480)에 전화 주셔도 되고요. 저희 단체에서 상담한 아이도 검정고시 봐서 대학가고, 나중에 사회복지사 꿈꾸는 아이들도 많아요. 포기하지 말고, 좋은 삶을 위한 고민을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살다가 실수할 수는 있지만, 실수가 실패가 돼선 안 되잖아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만든 소책자의 제목. 어른들의 무관심,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 어른들의 편견들로 인해 청소년 성매매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책하고 있나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란 말과 함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을 수록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만든 소책자의 제목. 어른들의 무관심,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 어른들의 편견들로 인해 청소년 성매매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책하고 있나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란 말과 함께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을 수록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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