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세기 힛트-쏭>의 한 장면

<이십세기 힛트-쏭>의 한 장면 ⓒ KBS JOY

 
대중 문화계의 한 축으로 등장한 복고 유행이 최근 들어선 음악 예능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탄생한 일명 '탑골 가요' 열풍, 양준일과 씨야, 자자 등을 소환한 JTBC <슈가맨> 등의 인기에 힘 입어 각 방송국들은 신규 예능의 주요 소재로 레트로와 음악을 결합시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적극적으로 복고 소재 음악 예능을 내밀고 있는 곳은 케이블 예능 채널들이다.

1990년대 인기 가요 중심 예능 속속 등장  
 
 Mnet <퀴즈와 음악 사이>의 한 장면

Mnet <퀴즈와 음악 사이>의 한 장면 ⓒ CJ ENM

 
먼저 KBS JOY는 <이십세기 힛트-쏭>을 지난 3월 27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추억 속 댄스 가요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요즘 가장 주목 받는 방송인 김민아를 전면에 내세워 편성과 동시에 쏠쏠한 화제몰이에 나서고 있다.  

일반적인 차트쇼 형식으로 "듣기만 해도 흥이 나는 노래", "길거리 완판 길보드 차트" 등 매주 주제를 정해 예전 인기 가수들의 영상과 함께 소개한다. 이와 함께 스페이스A, 영턱스 클럽 등 그 당시 가수들도 스튜디오로 초대해 근황과 그 시절 추억담을 들어 보는 등 단순히 순위 나열에 치우칠 수 있는 단순함을 타파하려는 시도를 함께 병행한다.

음악 전문 채널 Mnet 역시 복고 소재 음악 예능을 속속 등장시키고 있다. 앞서 1세대 래퍼들을 재소환한 경연 프로그램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를 등장시킨 데 이어 지난 3일엔 퀴즈쇼를 접목시킨 <퀴즈와 음악사이>를 선보였다.  

과거 Mnet VJ로 연예계에 입문했던 노홍철이 MC를 맡았고 코요태 신지, 트로트 가수 설하윤, 개그우먼 이국주, 방송인 김나영 등이 고정 멤버로 출연한다. 21년 전 데뷔 초기 코요테의 숨은 활동 비화를 공개하는 등, 유튜브에서도 보기 힘든 1990년대 Mnet의 각종 귀한 자료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준다. 

이밖에 E채널은 이상민을 MC로 기용한 <탑골 랩소디>를 오는 5월 2일부터 방영한다.  주한 외국인들을 초대해 추억의 인기가요를 그들의 모국어로 재해석해 부르는 경연 서바이벌로 꾸며 나름의 차별화를 도모했다. 전문 음악 예능은 아니지만 코미디TV는 가요를 비롯해서 시대별 연예계 이슈를 각종 순위로 풀어본 <지지고 복고>를 20일 선보일 예정이다. 선공개된 티저 영상에선 28년 전 서태지와 함께 방송 출연했던 송은이, 아이유의 데뷔 첫 라디오 출연 때 DJ였던 김신영의 그 시절 이야기가 눈길을 모은다. 

3040세대의 추억 소환... 최상의 가성비 예능
 
 Mnet <퀴즈와 음악 사이>의 한 장면

Mnet <퀴즈와 음악 사이>의 한 장면 ⓒ CJ ENM


이들 복고 음악 예능들은 방영 채널은 각기 달라도 일관된 흐름을 지니고 있다. 소재 특성상 과거 자료 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재미를 배가 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KBS <가요톱텐>, Mnet <리듬천국> 등 1990년대 각종 음악 프로그램 영상은 가장 좋은 재료가 되어준다. 신지의 코요테 데뷔 무대, 리포터로 맹활약하던 김나영의 인터뷰 영상이 등장할 때 당사자는 민망해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에겐 색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음악 예능을 표방하지만 큰 뿌리가 되는 건 역시 출연진들의 토크다. 김희철도 당황할 만큼 예측 불허 입담을 펼치는 김민아는 유튜브에서 케이블 예능으로 무대를 옮긴 후에도 거침없는 진행을 선보이며 대세 방송인의 행보를 이어간다. MBC <같이펀딩>, 올리브TV <오늘부터 1일> 등 한때 교양 색깔이 강한 프로그램 위주로 출연하던 노홍철은 뜻이 맞는 고정 멤버들과 함께 쉴 틈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며 과거 '퀵마우스'로 불리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 즐겁게 방송을 이끌어 나간다.

자료화면과 출연진의 말솜씨가 주를 이루다보니 손바닥만한 규모의 장소만 있어도 이들 신규 예능들에겐 촬영에 큰 무리가 없다. <퀴즈와 음악사이>는 예전 음악 다방, 신당동 떡볶이집을 연상하게 하는 장소에서 제작되고 있고 <이십세기 힛트-쏭>은 브라운관TV를 배경삼은 실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야외 혹은 해외 촬영과 달리 적은 규모의 인력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기에 가성비 측면에서도 새 음악 예능 프로들은 나름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 어른들만의 추억 소환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코미디 TV의 새 예능 <지지고 복고> 티저 영상

코미디 TV의 새 예능 <지지고 복고> 티저 영상 ⓒ iHQ

 
지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음악 예능은 변화를 추구하는 방송가에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 바 있다. MBC <복면가왕>, KBS 2TV <불후의 명곡>처럼 여전히 경연 프로그램이 큰 중심을 차지하지만 2016~2018년 무렵엔 tvN <노래의 탄생>, KBS 2TV <건반 위의 하이에나>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을 통해 창작곡(신곡)을 만들거나 직접 걸그룹 멤버가 되어보는 등 다양한 시도도 이뤄졌다.  

반면 단발성 아이템에만 의존하다보니 장기 방영 프로그램으론 안착하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는 음악 예능들의 치명적 약점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 예전 영상물을 발굴하고 기억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3040세대 중심의 과거사에만 매몰되다보니 정작 젊은 세대의 눈엔 때론 "라떼는 말이야"로 대표되는 어른들만의 이야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최근 하나둘씩 기지개를 펴고 있는 복고 소재 음악 예능로선 앞선 프로그램의 실패를 충분히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990, 2000년대 형식을 빌린 레트로 감성 버라이어티 예능이 봇물처럼 등장했지만 상당수 폐지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는 추억만 가져왔을 뿐 가장 중요한 재미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복고(레트로)는 분명 매력적인 소재지만 다루기 쉽지 않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반짝 인기와 유행에만 머물지 않으려면 과거 복제 차원을 뛰어 넘어 현재의 의미를 함께 담는 재창조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음악예능 복고 레트로 퀴즈와음악사이 이십세기힛트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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