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최근 현지에서 '연봉 삭감 강요 논란'에 휩싸였다. 베트남 일부 언론에서 코로나 19 사태로 고통받는 베트남을 위해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이 연봉을 자진 삭감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이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들끓었다. 한국 누리꾼들은 박항서 감독이 부임 후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으로 이끄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며 열광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희생을 강요한다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럴 바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빨리 떠나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왔다.

베트남 매체들도 이러한 한국의 여론을 보도하며 화기애애하던 한국과 베트남 팬들간의 분위기가 때아닌 연봉 삭감 논란으로 골이 생겼다. 

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해프닝이 남긴 교훈은 신중하게 여러 가지 측면으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검증되지 않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론보도의 위험성이다. 이것은 베트남과 한국 언론 양쪽 모두에게 해당한다.

몇몇 베트남 언론매체에서 박항서 감독의 연봉삭감을 주장하는 보도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베트남 축구협회의 공식 입장이나 대다수 베트남 축구팬들의 공통적인 여론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DJ매지니먼트는 베트남 축구협회로부터 연봉 문제에 대한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해외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프로스포츠 운영이 직격탄을 맞으며 선수나 감독들의 연봉 삭감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축구선수들에 대한 특별세까지 언급되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나 리그별로 저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일괄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프로 축구리그가 발달한 영국이나 스페인에서는 이처럼 일방적인 연봉삭감과 희생을 강요하는 여론에 일부 축구선수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사회적 기부나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 많은 부와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들, 구단들같은 진짜 부자들은 내버려 두고 대중적 관심이 높다는 이유로 유독 축구인만 표적삼아 희생정신이 없는 이기적인 집단처럼 매도하는데 대한 불만이다.

박항서 감독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박 감독이 연봉 삭감 주장을 받아들이건 말건 그것은 본인의 자유다. 

또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누군가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자각하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연봉 삭감 문제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부 국내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혐오성 표현들이 쏟아졌다. 

객관적이고 올바른 문제인식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게 상대의 잘못이나 실수에만 엄격한 '내로남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언어로 공연히 대중을 선동하거나 특정인 혹은 특정집단을 겨냥한 포퓰리즘에 쉽게 휩싸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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