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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월 18일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일인당 최대 $300(25만 5천 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 했다. 당시만 해도 하루 확진자 수가 5명 내외로 특별히 일상에 지장을 받을 일은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확진자가 수가 늘어 코로나 경계 경보를 주황색 단계로 바뀌고 경기가 나빠지는 걸 서서히 체감할 수 있게 되자 정부는 3월 26일에 2차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21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수입과 재산 정도에 따라 $300(25만 5천 원), $600(51만 원), $900(76만 6천 원)을 차등 지급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급 시기, 발표에 의하면 현금 지급은 빨라야 8월 말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당장의 수입이 줄어 들어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8월 말 현금 지급은 너무 한가한 대책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안 그래도 소비 심리가 나빠진 상황에서 싱가포르는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진행했다. 10명 이상의 모임은 원천적으로 불허했고, 쇼핑몰은 출입인원을 제한하고, 식당에서도 한 칸씩 띄어 앉게 만들어 모든 가게에 손님들이 크게 줄었다.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인 오차드 거리의 쇼핑몰 내부. 화장품 가게에 울타리를 치고 손님들마다 체온을 재고 있다. 매장 내 인원도 제한한다.
 싱가포르 최대 번화가인 오차드 거리의 쇼핑몰 내부. 화장품 가게에 울타리를 치고 손님들마다 체온을 재고 있다. 매장 내 인원도 제한한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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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입국 금지로 인해 시내와 관광지는 한산해졌다. 매년 1850만 명(2018년 싱가포르 관광청 통계)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대국인지라 외국인의 입국 금지는 싱가포르 경제 및 고용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참고로 한국의 같은 기간 관광객 수 1535만 명,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통계)

게다가 당장 4월 7일부터 한 달간 필수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의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4월 6일, 기존 지원책에 금액을 더하고 지급 시기를 앞당긴 대책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4월 6일, 기존 지원책에 금액을 더하고 지급 시기를 앞당긴 대책을 발표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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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차 추경 발표 후 3주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6일, 정부는 또다시 지급 금액을 기존의 발표한 것에 $300씩을 더해서 지급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이젠 수입과 재산 정도에 따라 일인당 $600(51만 원), $900(76만 6천 원), $1200(102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발표의 핵심은 기존 발표에 더해 $300씩을 올려 준다는 게 아니라 지급 시기에 있다.

21세 이상 전국민이 받을 수 있는 기본 금액 $600은 4월 중으로 지급하는데 정부에 계좌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는 4월 14일까지 입금이 될 예정이고, 계좌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도 4월 말까지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수표로 지급이 될 예정이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다르게 받는 나머지 금액은 6월 안으로 대상자 선정과 지급을 끝내기로 했다.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서 대상자를 선별하느라 애초 8월로 계획되었던 지급일이 최소 금액을 우선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꾼 덕에 4개월이나 앞당겨진 거고, 발표 후 8일 내에 입금이라는 가공할 집행 속도를 보여 줄 수 있게 된 거다.
 
최소 $600 부터 최대 $1,200까지 지급되는데, 최소 금액인 $600은 4월 안에 지급할 예정이다.
 최소 $600 부터 최대 $1,200까지 지급되는데, 최소 금액인 $600은 4월 안에 지급할 예정이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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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철부어(涸轍鮒魚)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 속에서 숨을 허덕이는 붕어에게는 훗날 서강의 물줄기를 바꿔 도와 주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건네주는 한 바가지의 물이 더 소중하다는 이야기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지원하는 금액도 중요하지만 시기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데, 싱가포르 정부는 세 번이나 대책을 보강해 가며 가장 빠르게 지원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 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정부 발표대로 진행이 된다고 하더라도 5월이 되어야 지급이 가능하고, 총선 후 여야 협의에 따라 지원의 방식과 규모가 달라지면 지급 시일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당장 발 등의 불을 꺼야 하는 서민과 자영업자와 노동자에게 한두 달 이후의 지원은 너무 먼 이야기다. 한국의 서민이, 노동자가, 자영업자가 싱가포르의 같은 처지의 사람들보다 형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정부도 국회도 제 발등의 불이라 여기고 좀 더 빠르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태그:#싱가포르, #코로나119, #재난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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