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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대문구 한 주민센터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서대문구 한 주민센터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제안한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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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백과'에 의하면 블랙홀은 강한 중력에 의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서 검게 보이는 천체이다. 빛조차 빨아들이기에 지금까지 블랙홀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런 블랙홀처럼 어떤 정책이든 만들어지면 결국에는 동주민센터에서 집행되지만 정착 동주민센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정책입안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4월 15일에 총선이 있다. 그리고 총선을 관리하는 책임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있다. 그러나 선거를 위해 선거인 명부를 출력하는 것은 동주민센터의 몫이다. 모든 정당의 공보물을 봉투에 담아서 풀칠하고, 주소 라벨을 뽑아 붙인 후, 전국의 모든 세대에게 발송하는 것도 동주민센터에서 한다. 선거소를 차리고 운영하는 것도 동주민센터다.

코로나 19로 자가격리자가 발생하면 14일 동안 자가격리자가 사용할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도 동주민센터의 몫이다. 자가격리자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일반 쓰레기처럼 수거할 수 없기에 이를 따로 수거해서 처리하는 것도 동주민센터에서 한다. 자가격리자의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자각격리를 잘하고 있는지 하루에 두 번씩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도 지자체마다 약간씩은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동주민센터에서 한다.

모르거나, 무책임하거나

코로나 19로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졌고, 지자체들은 긴급재난지원을 시작했다. 중앙정부도 한발 늦긴 했지만 긴급재난지원을 할 예정이다. 그래서 대상자의 기준과 지원금의 액수가 세간에 오르내린다. 전국민에게 지급해야한다는 주장과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급해야한다는 주장이 서로 부딪치고 있다. 이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기에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느냐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전체 도민에게 10만원씩 지원하고 있고, 서울시는 중위 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게 최대 55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중위소득 150% 이하인 가구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사람마다 입장은 다를 수 있고 서로의 입장을 가지고 합리적 토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긴급지원이 지급되는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원대상과 지원금액이 서로 다른 중앙정부나 광역 시·도지만 지급되는 프로세스는 천편일률적이다. 우선 국민이나 주민이 신청을 해야 한다. 많은 구민이나 주민은 알아서 신청하겠지만, 긴급재난지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정보소외 계층을 발굴하여 신청하게 안내하는 것은 동주민센터의 역할이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포털에서 신청을 받고 있지만 선거가 끝난 4월 16일부터는 동주민센터에서도 신청을 받는다. 포털로 신청했다고 동주민센터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청 내용에 따라 건강보험 등을 확인하는 일은 동주민센터에서 한다.

경기도 김포시처럼 별도의 정책설계 없이 경기도가 주민 1인당 10만원씩 지원하는데 동참하여, 여기에 더하여 5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면 동주민센터에서 별도로 신청을 받고 확인하는 등의 추가적인 노동없이 한번의 노동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도와 별도의 지원 정책을 수립했더라면 별도의 신청과 확인 작업을 동주민센터는 또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정책 입안자가, 고생은 동 주민센터가

경기도의 김포시 사례처럼 중앙정부가 먼저 긴급재난지원을 결정하고 광역 시·도가 별도의 정책 설계없이 여기에 동참해서 추가로 지원한다면 동주민센터는 한번만 일해도 됐겠지만, 불행히도 그러기에는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이 너무 늦었다. 이 상황에서 동주민센터의 업무 하중을 줄여주려면 중앙정부가 별도의 정책설계를 하지 않는게 맞다. 광역 시·도의 정책 설계를 존중하여 광역 시·도의 긴급재난지원 정책에 추가로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동주민센터의 업무하중은 주요한 고려의 대상이 아닌 듯 싶다. 더욱이 별도의 정책설계를 하지 않는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힘들 것이다. 이 이유때문은 아니겠지만 정책입안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유사하면서도 서로 다른 별도의 정책을 설계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그 스포트라이트를 있게 한 노동, 야근과 주말 근무는 동주민센터의 몫이 된다. 여기에 더해서 왜 나는 못 받냐고, 왜 이것밖에 못받냐고 멱살이 잡히는 것도 주로 동주민센터다.

지금까지 긴급재난지원 정책을 사례로 행정이 운영되는 매커니즘을 봤다. 이것은 코로나 19라는 위기에 나타난 특수한 모습이 아니라 정책이 운영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대한민국에서, 자치단체에서 설계되는 모든 정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국민, 다수의 주민을 대상으로하는 정책은 어김없이 이 방식으로 설계된다.

'중앙정부가 설계한 정책은 중앙정부가, 자치단체가 설계한 정책은 해당 자치단체가 직접 해'라고 말하면, '전국민이 몇 명인데 중앙정부가 어떻게 직접하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모든 부서에서 쏫아내는 그 많은 정책을 20명 내외의 동주민센터가 어떻게 다 감당하냐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계속 같은 방식의 정책을 쏫아낼 뿐이다.

정책결정권과 예산을 동으로

동주민센터의 업무과중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통해 동마다 5~7명 정도의 인력을 추가 배치했고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동주민센터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업무하중의 문제를 인력 배치를 통해 일정정도 해결한 것이다. 물론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예산이 풍부한 서울시이기에 가능한 정책이도 하다.

하지만 인력 배치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 이외의 정책적 성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듯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모토이기도 한 '찾아가는' 서비스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이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주요 성과로 해마다 '몇회의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발표하지만, 사실 동주민센터에서 찾아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처럼 정책이 결정되면, 특정 사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찾아가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건강보험 정보 등 다양한 국가 정보 시스템을 통해 개인 정보를 확인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찾아가서 만나보니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더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확인해봤을 때 대상이 아니면 지원할 수 없는 것이고,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확인해봤을 때 대상이면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찾아가는 서비스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찾아가야 할 사람은 정책입안자이다. 그래야 지원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책입안자는 이것을 알아야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는 찾아가지 않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는 정책 결정권한이 없다. 중앙정부의, 그리고 자치단체의 정책입안자는 찾아갈 수가 없다. 찾아가야 할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찾아가고 있는 동에 정책결정권을 일정 정도 넘기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태그:#동주민센터, #긴급재난지원, #복지전달체계, #행정, #찾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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