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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로컬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함께 '로컬에서 길찾기'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과 출산율 감소로 로컬이 빠르게 활기를 잃어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지면서 지금껏 우리가 추구해온 삶의 방식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컬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로컬에 희망은 있을까. 이런 물음에 답을 얻고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로컬 전문가들을 만났다. 앞으로 5~6회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 기자 말

지난해 1월 우리나라 수도권(서울ㆍ경기ㆍ인천) 인구가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1970년 28.7%였던 것이 50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에 1명 밑(0.98)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다시 0.92명으로 줄었다. 아직 바닥이 어디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11월을 시작으로 석 달 내리 줄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선 것. 이대로 가면 2020년은 우리나라 인구가 자연 감소한 첫 해가 된다. 물론 인구는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줄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멀수록, 또 대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인구는 빠르게 줄어든다. 전국 228개 시군구 10곳 가운데 4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젊은 세대가 수도권으로 몰려드니 수도권에선 아이가 많이 태어날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2019년 3분기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다. 서울은 비수도권, 작은 도시들에 견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기 더 어려운 곳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하루하루를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수도권, 대도시에서의 익숙한 삶은 이 낯선 바이러스의 등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방식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로컬의 생활권 중심으로 공동체를 복원하고 세계와 국가 그리고 로컬 사이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로컬을 빼면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골목길 자본론>을 쓴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모종린 교수의 말이다. 스스로를 '골목길 경제학자'라고 부르는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로컬 전문가다. 2014년 <작은 도시 큰 기업>이란 책에서 세계의 로컬 도시들이 가진 힘의 원천을 소개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라이프스타일 도시> 그리고 이듬해에는 <골목길 자본론>을 잇따라 펴내며 한국의 로컬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로컬 공동체 없는 국가 공동체는 공허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로컬을 되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3월 말 연희동 골목길에 자리한 카페에서 만나 물었다.

(* '지방'이란 말에는 변두리란 뜻이 담겨 있다. 사전에도 '서울 이외의 지역'이란 설명이 붙는다. 말에 벌써 뿌리 깊은 편견이 담겨있다. 그래서 일부러 '로컬(local)'이란 말을 쓰기로 했다. 편견을 덜어내고 서울과 별다를 것 없는, 우리나라를 이루는 똑같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골목길 자본론> 저자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를 연희동 카페 공간커피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골목길 자본론> 저자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를 연희동 카페 공간커피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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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도시 큰 기업>이란 책을 쓴 게 2014년이니 벌써 6년 전이다. 로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13년부터 로컬의 작은 도시들이 가진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했다. 금융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역화가 대안으로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경제학자로서 로컬 도시들이 어떻게 하면 독자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해법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래서 1년 동안 7개 나라, 11개의 작은 도시들을 돌아보고 책을 냈다."

- 11개 도시에서 무엇을 찾아냈나.
"그 도시만의 정체성이다. 인프라스트럭쳐(기반 시설)처럼 눈에 보이는 그 무엇이 아니라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그 무엇이었다. 그것을 그 도시만의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다름에 대한 자부심'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로컬 도시들도 도시만의 정체성, 라이프스타일을 확립하길 바랐고, 라이프스타일에 뿌리를 내린 새로운 기업들이 태어나길 바랐다.

책을 내고 나서는 우리나라 도시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 도시들이 어떤 정체성,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할지,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구축해야 할지 제안해보고 싶었다. 한 도시가 앞으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로컬이 한국 경제의 심장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로컬을 기반으로 한 성장은 거스를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2년 만에 다시 <라이프스타일 도시>라는 책을 출간했다."

- 가장 최근에 낸 책은 <골목길 자본론>이다. 로컬 도시의 라이프스타일 연구가 어떻게 골목길로 이어졌나.
"골목길이 도시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라고 봤다. 골목길을 잘 살려야 로컬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상권에서 신용카드를 얼마나 썼는지 조사해보니 최근 몇 년 사이 골목상권이 대로변 상권이나 명동, 강남 같은 중심 상권을 압도하고 있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로컬만의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이 경쟁력인 시대다. 획일적인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는 도시를 살릴 수 없다. 골목길을 살리지 못하면 원도심은 물론 도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 서울과 수도권에 더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여전히 존재한다. 왜 로컬이어야 하나.
"어느 지자체장이 우리나라의 수도권 쏠림을 비판하면서 '국민의 절반을 방관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공감한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 말고는 미래 대기업, 성장 산업 육성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비(非)서울로 따지면 절반이 아니라 국민의 80%다.

산업화 시기에 형성된 국가주의 탓도 크다. '국가 챔피언'을 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때 만들어졌다. 특정 기업과 산업이 우리를 먹여 살린다, 서울 하나 제대로 키우기 힘든데 무슨 지역 분권이냐, 우리나라 같은 작은 나라에서 로컬 산업이 왜 필요하냐면서 스스로를 작은 나라로 규정하고, 모든 자원을 실력이 입증된 기업과 분야에 몰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한국의 국가주의다.

인구로 보면 부산이 350만 명인데 여기에 경남과 울산을 합치면 800만 명이다. 덴마크 인구가 600만 명밖에 안 되고, 스웨덴도 900만 명이다. 네덜란드가 1600만 명이다. 이들 나라엔 세계적 기업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왜 인구 800만 명을 가진 부산과 울산, 경남은 세계적 기업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을까. 부산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하나 없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국제그룹뿐 아니라 삼성의 모태인 제일제당, 대우의 모태인 대우실업을 부산이 배출했다는 사실은 한참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800만 명에 달하는 휴먼 리소스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모종린 교수가 쓴 <골목길 자본론>(2017) 표지
 모종린 교수가 쓴 <골목길 자본론>(2017) 표지
ⓒ 다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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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이 여전히 강한 것 같다.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산업 쇠락 지역) 지역이 몰락하면서 어떻게 됐는지를 봐라. 트럼프 같은 인물에 희망을 걸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미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인물을 지지한 건 (지역민들이) 혼자 안 죽겠다는 물귀신 작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얼마나 불안한 사회로 전락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지역 소멸을 방관하면 트럼프보다 더한 인물이 집권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듯이 모든 지역이 서로 의존한다. 서울이 전부를 먹여 살릴 거라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 최근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는 27편의 글을 블로그에 썼다. 다시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로컬과 골목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분투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과연 우리 사회와 경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라이프스타일의 근원과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그 본질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서구의 라이프스타일은 큰 흐름에서 탈물질주의를 향해 진화해왔다. 18~19세기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반문화로 등장한 부르주아 라이프스타일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면, 19세기엔 다시 부르주아를 넘어서려는 반문화로서 보헤미안, 1960년대엔 히피 그리고 1990년대 보보를 거쳐, 2000년대엔 힙스터와 노마드로 이어져왔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과정은 전근대사회의 전통 가치와 근대사회의 물질주의가 탈산업사회의 탈물질주의로 이동하는 과정이었다. 부르주아가 물질주의를 대표한다면, 보헤미안부터 힙스터와 노마드는 모두 탈물질주의를 추구한 혁신 세력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나라도 탈산업화라는 도전에 직면해있다. 따라서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자리와 산업에서 구현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뭔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로컬만큼 풍부한 '다름'의 소재를 공급할 수 있는 자원은 없다."

- 그렇다면 로컬과 골목길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진원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인 기업이 인간의 본성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를 놓고 보면 대기업은 산업화ㆍ기계화 과정에서 진행한 아주 예외적인 실험이었다. 인간의 라이프스타일로 보면 노마드 1인 기업, 프리랜서가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본성에 맞다. 최근 기술 발전 덕에 이게 가능해졌다.

1인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회계나 행정 업무를 해결해주는 플랫폼 인프라에 정부가 투자해야 한다. 에어비앤비가 플랫폼 참여자들이 동네 투어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작은 가게를 창업하도록 플랫폼을 제공한 게 좋은 사례라고 본다. 같은 플랫폼 기업이라도 우버는 그런 게 없다. 우버 드라이버들에게 무슨 창업 기회가 주어지나.

경제학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창업에 대한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고도성장기에는 돈만 집어넣고 이자율 떨어뜨리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요즘처럼 1인 창업, 라이프스타일 창업, 로컬 창업이 필요한 시기엔 그에 걸맞은 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게 없다보니 비즈니스 모델의 위기를 겪는 것이다."

- 그래서 장인대학을 강조하는 건가.
"그렇다. 로컬에는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 지역성과 연결된 고유의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이런 사람들을 길러내려면 기존 교육과 지원 기관을 연결해 원천 기술, 창업 교육, 창업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인 대학을 설립해야 한다. 최근 이 모델을 전국 곳곳에서 실험해오고 있다. 정부도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의 육성을 위해 창업자 개개인이 아닌 장인대학과 로컬 생태계에 투자해야 한다.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사업화를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하루만 머물면 파악할 수 있는 수준 말고. 그래서 로컬의 상업 자원을 큐레이팅하는 로컬 매거진이 필요하다. 지금도 좋은 동네 잡지들은 있지만 문제는 그렇게 발굴하고 모은 콘텐츠로 사업화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사업화할 수 있는 로컬 자원이 무엇인지를 개념화하고, 또는 발굴하는 방법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로컬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잡지가 로컬 창업의 중심지가 되고, 이게 발전하면 장인대학이 된다. 이런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골목길 자본론> 저자 연세대 모종린 교수
 <골목길 자본론> 저자 연세대 모종린 교수
ⓒ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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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컬의 상황이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희망이 있다고 보나.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밀레니얼 사이에서 부르주아 경제에 대한 회의가 확산됐다. 이들은 창조성, 장소성, 삶의 질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서 대안을 찾는다. 자신의 취향과 윤리에 맞고 아는 곳에서 아는 사람이 만든 상품을 더 좋아한다. 미니멀리즘, 업사이클링, 스몰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등 새로운 유형의 창업이 밀레니얼 세대가 탈물질주의를 추구한 결과다. 이들이 다름 아닌 로컬 크리에이터다. 기술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SNS를 비롯한 기술 발달은 위치와 규모에 관계없이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체제가 1인 생산, 1인 소비(개성에 따라 소비한다는 뜻)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로 로컬 생산, 로컬 소비가 있다. 로컬이라는 과정을 거쳐 가는 거다. 국가 단위로 살다가 로컬 단위로 살다가 결국 개인 단위로 나아가는 거다.

그런데 좌우파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제조업에서 하이테크와 스타트업으로 말만 바꿔 타면 된다고 생각한다. 좌파가 플랫폼 노동 기반 서비스를 지지하는 걸 보면 당황스럽다. 자기가 편리하면 혁신이라고 믿는 거다. 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지구가 어떻게 되든 개의치 않는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그렇다."

- 1인 노마드 기업과 공동체는 언뜻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노마드 사회로 가려면 느슨한 연대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로컬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로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느슨한 연대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도 세계주의와 국가주의의 과잉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로컬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로컬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하지만 막상 로컬은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로컬의 생활권 중심으로 공동체를 복원하고 세계와 국가 그리고 로컬 사이의 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로컬을 빼면 미래는 정말 암울하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일대에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100명이 증가하여 9,314명이 되었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일대에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일 대비 100명이 증가하여 9,314명이 되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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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로컬에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나.
"얼마 전에 카페 사장님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대부분의 카페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도 어떤 곳들은 매출이 10~20% 늘었다고 한다. 주민 의존도가 높은 지역, 다시 말해 로컬이 강한 곳에 있는 로드숍(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연 가게)들이었다. 앞으로 오프라인 상권과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로컬이 강한 동네, 로컬 주민과 상인의 유대가 강한 동네를 더 많이 만드는 수밖에 없다.

인류에게 닥친 팬데믹 위기는 세계화 위기의 연장이다. 세계화가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 경제 불평등에서 시작해 금융 위기와 고용 불안 그리고 감염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의 대안으로 로컬 공동체 복원이 제기된 지 벌써 오래다. 이번 사태는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서 로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 늦기 전에 로컬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 탈세계화 시대에 어울리는 로컬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다른 대안은 없다."

- 총선을 앞두고 로컬 의제가 실종됐다. 로컬을 회복하려면 정치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정치권의 로컬 논쟁은 균형 발전과 자치 분권 프레임에 갇혀있다. 실패했다는 혁신도시 투자는 계속되고 있고 지방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지방정부가 권한과 재정이 부족해 발전을 제대로 추진 못하는 걸까. 그보다는 의지가 없어서다. 로컬이 발전하려면 독립적 로컬 산업과 기업 생태계가 필수적인데 중앙도 지방정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국가 공동체와 국가 산업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가 살고 있는 로컬과 동네의 견실성과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위기는 로컬 공동체 없는 국가 공동체는 공허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더 근본적으로는 공동선과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자치 참여와 시민적 실천에 기반을 둔 로컬 공동체가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최근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는 '공동선(common good)이란 결국 우리가 공동체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윤리적 이상, 우리가 공유하는 편익과 부담, 우리가 타자를 위해 행하는 희생, 또 선량하고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서로에게서 배우는 교훈을 통해 공동선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공동선이 그런 것이라면 로컬 공동체를 벗어나서는 공동선에 기여할 수 없다."

- 로컬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어떤가.
"로컬에서 글로벌 기업이 1~2개 나와야 의미 있는 생태계가 된다. 물론, 1인 기업도 있고, 사회적 기업도 참여하고, 일부는 중견기업이 되고 또 몇몇은 대기업이 돼야 한다. 나는 이걸 로컬 브랜드라고 부르는데, 그런 로컬 산업 생태계가 전국적으로, 5500개 읍면동마다 만들어져야 한다."

- 마지막으로, 미래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 취향에 맞는 것을 팔겠다고 하는데 그렇게만 해선 승산이 없다. 나의 취향과 개성을 로컬화 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로컬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 커뮤니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없고 당연히 얼마 못 간다. 로컬에서 성공하려면 동료와 협력업체 그리고 고객을 모아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를 꾸려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도 못 건드린다.

세계사적 맥락에서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시민이 알아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는데 스스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런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면 한다. 건투를 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윤찬영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입니다. 이 기사는 비로컬(http://belocal.kr)과 새사연(http://saesayon.org)에도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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