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3년 동안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로 활약했던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작년 타율 .292 22홈런 10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도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앞선 2년에 비해 장타력이 떨어지고 나이도 30대 중반을 향해 간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작년 시즌 팀 내 안타,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한 러프와의 결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삼성 팬들도 적지 않다.

삼성이 러프와 결별하고 새로 계약한 외국인 선수는 내야 전포지션은 물론 코너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타일러 살라디노다. 빅리그 통산 325경기에 출전해 타율 .227 19홈런 92타점을 기록했던 살라디노는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665경기에서 타율 .264 62홈런 338타점 397득점 129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러프처럼 장타에 비중을 둔 거포라기 보단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쓰임새가 풍부한 중거리 타자 유형에 가깝다.

이학주의 무릎부상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살라디노는 올 시즌 3루수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삼성은 러프의 자리를 메울 새로운 1루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삼성의 허삼영 감독은 새 1루수 요원을 먼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작년 시즌 러프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19개)을 기록한 3루수 이원석이 살라디노에게 3루 자리를 내주고 1루로 이동하면 문제는 가볍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재주가 너무 많아 풀타임 주전이 쉽지 않았던 유틸리티 내야수

광주 동성고 출신의 이원석은 2005년 2차2라운드(전체 9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을 때부터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재능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72경기에 출전한 이원석은 데뷔 2년 차 시즌에 123경기, 3년 차 시즌에 121경기에 출전하며 풀타임 1군 선수이자 롯데의 차세대 간판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8 시즌을 앞두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했고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간판타자 이대호를 3루수로 기용하는 모험을 단행한다. 물론 로이스터 감독의 '3루수 이대호 실험'은 한 시즌 만에 막을 내렸지만 애먼 이원석이 2008년 단 53경기 출전에 그치면서 이대호 3루 실험의 직격탄을 맞고 말았다. 결국 이원석은 2008 시즌이 끝난 후 FA 홍성흔(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필드코치)의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이원석의 두산 이적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 이원석이 두산 유니폼을 입은 2009년부터 공교롭게도 '두목곰' 김동주가 고질적인 허리부상으로 더 이상 풀타임 3루수로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2009년까지 김동주의 백업으로 활약하던 이원석은 2010년부터 자연스럽게 김동주의 자리를 물려 받아 두산의 주전 3루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원석은 굴러 들어온 주전의 복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이원석은 2011년 110경기, 2012년 107경기에 출전했지만 2할대 초,중반의 타율과 10개 언저리의 홈런으로 주전 선수로서 믿음직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율 .314 10홈런으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린 2013년에는 옆구리 부상으로 85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원석은 79경기에서 타율 .251 5홈런 25타점을 기록한 2014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음에도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팀 동료 이용찬과 함께 상무에 입대했다.

이원석이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는 동안 두산은 2015시즌,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이원석의 자리에는 허경민이라는 새로운 주전 3루수가 등장했다. 2016년 9월 전역한 이원석은 7경기에 출전해 타율 .316 2홈런7타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2년 묵힌' FA 권리를 선사한 이원석은 4년 27억 원의 조건으로 삼성으로 이적했다.

삼성 이적 후 57홈런231타점 기록, 계약 마지막 해 1루 변신

삼성이 심정수와 박진만(삼성 작전코치) 이후 12년 만에 영입한 외부FA가 이원석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삼성팬들의 반발은 아주 심했다. 삼성은 고작(?) 두산에서 주전 자리를 빼앗긴 유틸리티 내야수를 영입하면서 에이스 차우찬(LG트윈스)과 4번타자 최형우(KIA 타이거즈)를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둔 현재 이원석 영입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삼성팬은 거의 없다.

이원석은 2017년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65 18홈런 62타점으로 커리어 최다 홈런과 타점 기록을 다시 썼다. 2018 시즌에는 128경기에서 타율 .301 20홈런 93타점 74득점으로 1년 만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경신했다. 작년에는 여느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공인구 변화에 고전하면서 타율이 .246로 급락했지만 19홈런 76타점으로 삼성 국내 타자 중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했다.

야구팬들에게는 '3루수 이원석'이 익숙하지만 사실 이원석에게 1루는 그리 낯선 자리가 아니다. 이원석은 두산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09년 1루수로 53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5번의 선발 출전을 포함해 7경기에서 1루 미트를 낀 경험이 있다. 만약 이원석이 1루 수비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타격 성적까지 좋아진다면 삼성은 구자욱과 살라디노, 이원석으로 이어지는 괜찮은 중심타선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원석은 프로 데뷔 후 1346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1루수 출전 경험은 68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1루수로 나선 경험은 없다는 뜻이다. 이원석이 1루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해 타격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면 삼성 내야는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슈퍼 유틸리티'라는 살라디노 역시 빅리그에서는 통산 1루수 출전 경험이 6경기 7이닝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원석은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 겨울 FA시장에서 노장 선수들이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 올해도 20개 안팎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중장거리형 멀티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이원석의 가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올 시즌 이원석의 1루 변신 성공 여부가 삼성의 성적에도, 이원석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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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이원석 1루 변신 타일러 살라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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