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3월 최고 화제작은 넷플릭스 자체 제작 한국 드라마 <킹덤> 시즌 2였습니다. 공개 직후부터 단숨에 한국 넷플릭스 스트리밍 횟수 1위를 차지하였고,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같은 외국 넷플릭스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으니까요. 그 외에도 미국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 같은 작품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넷플릭스 3월 공개작 중에는 장편 영화가 꽤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4편을 골라 보았습니다. 요즘같이 극장 관람을 마음 놓고 못 하는 시기의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작품들입니다.
 
 영화 <사라진 소녀들>의 포스터

영화 <사라진 소녀들>의 포스터 ⓒ NETFLIX

 
<사라진 소녀들>(Lost Girls) (3/13 공개)

메리(에이미 라이언)는 따로 사는 큰딸 섀넌과 연락이 두절되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냅니다. 가족 모르게 중고 거래 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던 섀넌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경찰은 적극적으로 찾아볼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섀넌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해변 근처에서 4구의 여성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됩니다.

도입부 소개만 들으면 익숙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이 작품은 미국의 유명한 미제 살인 사건인 '롱아일랜드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합니다. 이 사건을 파헤친 동명의 원작 소설을 베테랑 다큐멘터리 감독인 리즈 가버스가 첫 극영화로 내놓았습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죠.

이 영화가 특별한 점은, 피해자 유족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입니다. 대중 매체가 범죄를 다루는 방식은 다분히 흥미 위주일 때가 많습니다. 범죄 행위의 끔찍함, 범죄자의 특이한 점 등을 부각해 대중의 시선을 붙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범죄의 희생자와 유족들은 소외돼 버리죠. <사라진 소녀들>은 사건이 해결되길 간절히 바라는 범죄 피해자 유족의 목소리를 오롯이 잘 담아낸 드문 예입니다.
 
 영화 <야생마와 죄수>의 포스터

영화 <야생마와 죄수>의 포스터 ⓒ NETFLIX

 
<야생마와 죄수>(The Mustang) (3/15 공개)

로먼(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은 폭력 전과로 복역 중인 죄수입니다. 전형적인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그는 세상 모든 것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동 교정 과정의 일환으로 참가한 야생마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허드렛일만 할 뿐입니다. 그러던 중 로먼은 우연히 알게 된 거친 야생마 한 마리에 관심을 두게 됩니다.

흔히 '무스탕'이라고 불리는 미국 서부의 야생마들은 개체 수 보호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잡아들인 후 길들이는 과정을 거쳐 일반에 판매되곤 합니다. 이런 야생마 훈련에 재소자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영화의 로먼이 참가한 프로그램이 바로 이것입니다.

설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주인공이 동물과 교감을 나누고 함께 훈련하면서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 잘 담겨 있습니다. <러스트 앤 본>, <대니쉬 걸> 등으로 알려진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이죠. 가능하다면 4~6부작 정도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작품입니다. 2015년 선댄스 영화제 장편 제작 지원작으로, 201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됐습니다.
 
 영화 <나의 집으로>의 포스터.

영화 <나의 집으로>의 포스터. ⓒ NETFLIX

 
<나의 집으로>(Hogar) (3/25 공개)

한때 잘나가는 광고인이었던 하비에르(하비에르 구티에레스)는 실직한 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중입니다. 하지만 들어오는 일자리라고는 광고 회사 수습직 밖에 없고, 고급 주택도 내놔야 할 처지가 됩니다. 다른 동네로 이사한 후에도 옛 생활을 잊을 수 없었던 하비에르는 가정부가 갖고 있던 열쇠를 이용해서 옛날 집에 다시 들어갑니다. 그리고 새 집주인 토마스(마리오 카사스)의 몇 가지 개인 정보를 손에 넣습니다. 토마스를 끌어내리고 그의 자리를 자기가 대신 차지할 생각으로요.

언뜻 생각하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 정보의 조각들인데, 함께 모여서 한 인간을 완전히 나락으로 빠뜨리는 파괴력을 갖게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신뢰란 이렇듯 아주 약간의 의심만으로도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나약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스릴러 영화를 잘 만들려면 아귀가 딱 들어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 서스펜스와 스릴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등장인물의 행동과 선택이 작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플롯을 짜야진다면 금상첨화겠죠. <나의 집으로>는 좋은 스릴러의 요건을 고루 갖춘 수작입니다.
 
 영화<와인을 딸 시간>의 포스터.

영화<와인을 딸 시간>의 포스터. ⓒ NETFLIX

 
<와인을 딸 시간>(Uncorked) (3/27 공개)

일라이저(마마두 애티)는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의 유명한 바비큐 식당 집 아들입니다. 아버지 루이스(커트니 B 밴스)는 어릴 때부터 가업을 도왔던 일라이저에게 식당 일을 물려 주려고 하지만, 정작 일라이저가 관심 있는 건 와인입니다. 장차 소믈리에 학교에 들어가서 '마스터 소믈리에'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죠.

꿈과 현실이 갈등하는 상황에 부닥친 젊은이의 이야기는 언제나 보편적인 호소력이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 보는 일이니까요. 게다가 이 영화의 일라이저처럼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름의 장점이 있어 보이면 갈등은 더 심해지고, 이야기의 흥미도 올라갑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이 다뤄진 소재라서 자칫 상투적으로 흐를 우려도 있죠.

하지만, 이 영화에는 지방색 짙은 미국 남부의 흑인 지역 사회와 음식 문화, 백인 위주로 돌아가는 와인 문화에 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감각적인 음악과 색감이 다채로움을 더해주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공식에 충실한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의 개성적인 선택이 부각되면서 신선함을 더합니다.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블로그(cinekwon.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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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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