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이하 '공정모임')은 '정시 확대와 사시 부활'을 교육·청년 공약으로 요구했다. 또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72개교육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서열 해소'를,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이하 '법실련')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통한 법조 기득권 해체'를 공약으로 요구했다.

굳이 나눠보자면, 교육·계층에 대하여 공정모임은 보수 단체, 연대회의와 법실련은 진보단체다. 전자와 후자의 공약요구가 대립되어 보이는 이유는 단체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 하에서 공정성에 관하여 개념정의부터 달리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조국 사건이 우리사회에 화두로 남긴 '공정'이란 두 글자. 각 단체의 공약요구는 당시의 공정성 담론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그렇다면 조국 사건 당시 뜨겁게 타올랐던 우리가 그 뜨거움을 잊지 않고 4.15 총선에서 그 때 품은 생각들을 투표권에 담아내려면 대립되는 위 단체들의 공약요구와 서로 다른 공정성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각 단체의 공약요구 관련자들을 만나보았다. 먼저 지난달 26일 있은 이종배 공정모임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부터 담아본다. [기자주]  
 
지난달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가 4.15 총선을 앞두고 '정시확대와 사법시험 부활' 등에 관하여 공약요구를 하는 모습.
 지난달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가 4.15 총선을 앞두고 "정시확대와 사법시험 부활" 등에 관하여 공약요구를 하는 모습.
ⓒ 이종배

관련사진보기


- 단체 소개를 부탁한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하 공정모임)'은 말 그대로 '공정사회'를 위한 운동 단체다. 현재 강력히 주장하는 바는 '정시 확대와 수능절대평가 반대', '사법시험 부활 내지 예비시험 제도 도입'이다. 우리는 공정사회가 그저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이루기 위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조성되도록 투쟁하고 있으며, 지난달 12일엔 국회 정론관에서 관련한 공약요구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정모임의 첫 시작은 사법시험 폐지와 관련된다. 2015년 사법시험 폐지 및 로스쿨 설립과 관련해 조직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이후 나를 비롯한 여러 고시생들이 사법시험 부활이 법조계의 공정이란 신념으로 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그러던 중 2017년 5월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김상곤 전 교육감이 지명되었는데, 김상곤 전 교육감은 지명되자마자 수능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여 학부모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 상실로 수능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불신도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당시 그 모습을 지켜보며 공정한 수능이 폐지되고 불공정한 학종 위주로 대입제도가 개편되는 것 역시 공정사회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이를 막아야겠다는 판단 하에 2017년 6월 공정모임을 결성하고 활동 범위를 확대해 대입제도에 대한 투쟁도 시작했다. 공정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수는 약 7200명에 이르며 특히 3040학부모들이 상당수 가입해 있다.

- 이번 4.15총선과 관련해 각 정당 및 후보들에게 요구하는 교육공약을 좀 더 설명해 달라.

우리는 구체적으로 '정시 80% 이상 확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예비시험의 도입'을 공약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입에 있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은 정시확대를 공약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약하지 않았는데, 정시확대 공약이 대입의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대입정시를 4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깜깜이 금수저 불공정 전형인 수시‧학종이 무려 60%에 달하지 않나. 지금 이 시간에도 숙명여고 교무부장 내신비리 사건 같은 입시비리가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고교를 가느냐, 어떤 교사를 만나 학생부에 어떻게 적히느냐에 따라 대입의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은 불공정 그 자체다. 이런 불공정한 수시‧학종을 60%까지 두면 학생들의 정직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는 대입정시를 80%이상 확대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법조인양성에 있어 미래통합당의 공약은 따로 없으나 지난해에 이미 사법시험 부활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공약했다. 반면 민주당은 방통로와 야간로스쿨 도입만을 공약했다. 로스쿨 제도가 존속되더라도 사법시험 내지 변호사 예비시험을 병존시키는 것이 법조인양성의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 점에서 민주당의 방통로 도입 공약은 참으로 기만적인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사회를 요구하는 민심과 우수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놓고 볼 때 '로스쿨을 거치지 않고 표준화시험만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통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방통로는 입학단계에서 '정성평가'를 전제로 하는 이와 무관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고액의 학비나 학벌 차별, 연령 차별, 고졸 응시제한 등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그러한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법조인의 꿈을 포기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이는 기회가 열려 있는 공정한 사회와 맞지 않는 제도다. 그래도 우리는 현실성을 고려해 로스쿨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로스쿨에 갈 수 없는 계층을 위해 소수라도 우회로(사법시험 내지 예비시험)를 두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나라 중 우회로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지금이라도 모든 정당들이 정시 확대와 사법시험 부활을 교육 및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으로 전면에 내세울 것을 주장하는 바다.

- 단적으로 중등교육과 관련해 '학종'을, 법조인양성교육과 관련해 '로스쿨'을 반대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학종이나 로스쿨이 기득권 탐욕의 산물이자 현대판 음서제의 완결판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재력과 인맥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학종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또 그 명문대 스팩으로 로스쿨에 진학해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로펌, 사회요직을 독식하는 양상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교육과 관련한 여러 영역에서 기득권층에 의한 불공정한 구조가 형성되는 것에 우리는 반대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국회 세비 인상에 여야가 따로 없듯, 여야의 많은 정치인들이 학종과 로스쿨에 우호적인 측면이 있는 듯하다. 학종과 로스쿨은 진보정권에서 도입하고 보수정권에서 정착시킨 제도들이다. 정치권에서 로스쿨 우회로(사법시험, 예비시험 등) 도입에 부정적인 이유가 자신들의 자녀가 학종 전형에 유리하거나 로스쿨 출신 내지 재학생, 입학 예정자이기 때문인 측면도 있어 보인다. 사법시험 체제에선 법조인을 꿈꾸지 못할 이들이 로스쿨 체제에서 부모찬스로 법조인이 될 수 있으니 여야 할 것 없이 그 꿀 같은 특혜를 놓지 못하는 거다.

공정사회의 가치가 외면되어 서민 가정의 청년들의 꿈이 참혹하게 짓밟히는 지금 우리 교육의 면면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대입제도와 법조인양성제도 모두 공정하게 개선되어야만 한다. 어떤 제도가 먼저라도 좋다. 어느 하나가 공정하게 개선된다면 다른 제도의 불공정성도 시정될 여지가 생기지 않겠나.

실제로 최근 야권이 사법시험 부활 예비시험을 공약하고 집권여당이 방송통신대학 로스쿨 및 야간로스쿨 도입을 공약으로 한 것은 지난해에 정시가 40%로 확대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로스쿨 우회로 제도에 대한 공약은 지난해 조국 사태의 영향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초중등교육과 법조인양성교육이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 만큼 우리 단체는 양자 모두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단체가 지향하는 '공정사회',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해리테지 재단 설립자 에드윈 퓰너는 "'기회'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유동성을 뜻하고 '사다리'는 사회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을 뜻한다"면서 "이 둘이 잘 어우러지면 그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 번영"이라고 말했다. 우리 단체의 지향점이 이와 같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가 공정사회라고 본다.

보충하면,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 부모의 배경에 상관없이 본인의 노력만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재도전 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이런 사회를 가능케 하는, 기회가 균등한 사회'가 바로 공정사회다.

다른 관점으로 공정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가진 자는 가진 자 나름대로 못 가진 자는 못 가진 자 나름대로 공정이라는 잣대에 의해 자신들이 손해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또 우리 단체의 공정성을 '형식적 공정'에 불과하다며 폄하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래서 저편에서 비난하는 '형식적 공정성'이 우리사회에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출발선을 같게 하여 실력대로 순위를 정해야만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어떤 방식으로 재화를 나누든 불공정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패자가 가장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줄을 세워 재화를 나눠야 한다고, 그것이 실현되는 사회가 공정사회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 우리사회의 계층 피라미드가 해소되지 않아도 계층 간 이동만이 가능하다면 공정사회인 것인지?

그런 식의 물음은 일종의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계층 피라미드는 '현실'이다. 부정한다고 부정되지도, 아니라고 하여 없어지지도 않는 살아 있는 현실이다. 그 현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런 물음이 대체 무슨 의미인가. '보다 근본적 문제는 계층 피라미드 자체의 해소'라는 얘기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과 비슷하다. 풀리지 않는 숙제지만 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그런 난제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계층 간 양극화 상황이고 그 중요한 해결책은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기회의 보장'이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인 양극화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교육이나 각종 국가시험 통한 계층이동인 이상, 그 교육제도나 국가시험들이 공정해야만 그나마 양극화의 해결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계층 간 양극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부익부빈익빈,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제 월셋방으로 시작해서 월급 모아 집 사던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나갔다. 아이들 장래희망이 건물주란다. 서글픈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현재 우리사회에선 소수의 기득권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각계각층의 기득권층이 형성되어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기득권층이 극소수였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이 올라와도 기득권층의 자리를 위협하지 않아 개천의 용이 허용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수가 늘어 사회요직 경쟁이 심화되자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할 개천의 용을 차단하기 위해 개천 사다리를 부숴버리며 올라오는 용을 차단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을 트위터에 남기고서 정말 자신의 자녀는 온갖 편법과 특혜를 동원하여 의사라는 용을 만들었다. 이러한 조국의 일련의 말과 행동은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탐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물론 점수로 줄 세우는 시험이 만능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왜 합격했는지 왜 불합격 했는지 알 수 있어야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 줄세우기 시험, 표준화시험이 공정하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인 생각이고 상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학벌주의와 대학서열이 공고한 사회에서 대학이나 국가고시의 공정성은 민심 그 자체인 거다.

다시 강조하지만 바로 그래서 정시확대나 사시부활과 같은 공정한 제도의 복구를 통한 계층이동 기회의 회복은 반드시 이루어야할 시대적 과제다. 이를 두고 계층 피라미드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논점을 흐려서는 안된다. 

- 교육이 계층이동의 도구, 즉 신분상승의 수단이 되어도 된다고 것인가?

신분상승의 다른 말은 '기회'다. 또 그 '기회'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이자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올라갈 사다리 즉 기회가 없는 사회의 비참함이 어떻다는 것은 북한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앞서 밝혔듯 현재 우리나라엔 기득권이 매우 많아졌다. 또 빈부격차,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패자부활, 재도전의 기회도 계속 사라지고 있다. 사실상 현대판 신분사회가 되어가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계층이동의 기회마저 단절된다면 계층 피라미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기회균등을 통해 계층이동을 원활하게 하여 패자부활, 재도전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 계층이동의 수단이 튼튼할수록 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 줄세우기 위한 교육은, 초중등교육의 경우 자칫 진정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하게 하고 특히 아동 및 청소년기에 행복감을 느끼는 학교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또 법조인양성교육의 경우 다양한 전문성과 법조인의 바른 인성을 함양한 법조인이 아닌 이기적인 시험기술자만을 법조인으로 만들어내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대학서열이 공고한 현실에서 어떠한 입시제도든 줄을 세우는 수단이 될 수밖엔 없다. 수능은 공정하게 줄을 세우지만 학종은 불공정하게 줄을 세운다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진보교육계는 '진정 배워야할 것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얘기하는데 대체 그 진정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추상적이고 실체가 불분명하다. 또 아동‧청소년기에 행복감을 느끼는 학교를 만드는 것과 대학입시 줄 세우기는 별개 문제다. 대입제도를 이리저리 뜯어 고친다고 해서 대학서열, 임금차별, 학벌주의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지겠나. 아무리 대입제도를 바꿔도 또 다른 형태의 줄세우기가 형성될 뿐이다.

법조인 양성‧선발에 있어서도 대학입시의 경우와 동일하게 줄을 세울 수밖에 없다. 또 학종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과 선발은 불공정한 줄세우기다. 특히 우리 단체가 사법시험 부활 운동에서 시작한 만큼 로스쿨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다.

로스쿨은,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무의미 할 정도로 모순된 제도, 잘못 설계돼도 한참 잘못 설계되어 더이상 손 쓸 수 없는 제도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바꾸든 로스쿨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단체는 로스쿨생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잘못 설계된 제도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잘못 설계된 로스쿨 때문에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기회균등의 가치가 짓밟히고 있음에도 그 현실을 애써 외면하며 그저 자신들의 사리사욕에만 눈이 멀어 로스쿨을 지속시키고 있는 로스쿨 교수들의 탐욕에 분노할 뿐이다.  
     
- 초중등교육의 줄세우기와 교육이나 로스쿨의 정원제 선발과 이로 인한 고시학원화된 로스쿨 교육의 문제 이면에는 '기득권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일차원적으로 판단하면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로스쿨 측의 이기심 때문에 우회로(사법시험, 예비시험) 도입이 좌절되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분노하는 고시생들 입장에선 로스쿨 측 역시 기득권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로스쿨 측에서는 합격률 상향 내지 변호사시험 자격고사화를 주장하며 수입보전을 위해 변호사 수 증가를 막고자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기존 변호사들의 탐욕적인 기득권을 비판하는데, 우리가 보기엔 그 비판 역시 기득권자들의 그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우회로조차 허용하지 않고 로스쿨과 사법시험의 병존을 반대하는 로스쿨 측이 변호사시험 자격고사화를 반대하는 변호사들과 대체 다를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 정시 또는 사법시험이 계층 간 이동을 더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런 주장은 기득권의 탐욕을 가리기 위한 비열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뒷받침할 구체적 근거의 제시 없는 선동적인 왜곡된 주장에 불과하다.

대입을 경험한 학부모 80% 이상이 수능이 공정하고 학종은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당락을 좌우하는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부모의 정보력과 재력이 없더라도 본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정시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사법시험이 계층 간 이동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법시험이 계층 간 이동을 어렵게 한다면 공무원시험, 법무사, 회계사 등 다른 모든 자격시험이 계층 이동을 어렵게 하는 제도라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모임의 첫 시작은 사법시험 폐지와 관련된다. 2015년 사법시험 폐지 및 로스쿨 설립과 관련해 조직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이후 고시생들이 사법시험 부활이 법조계의 공정이란 신념으로 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공정모임의 첫 시작은 사법시험 폐지와 관련된다. 2015년 사법시험 폐지 및 로스쿨 설립과 관련해 조직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이후 고시생들이 사법시험 부활이 법조계의 공정이란 신념으로 이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 공정사회를위한공정모임

관련사진보기

  
- 로스쿨제도는 사법시험의 폐단을 막기 위한 사법개혁 차원에서 도입되기도 했다. 만일 사법시험부활 내지 변호사시험 예비시험 도입이 실현된다면, 기수문화‧연고주의‧학벌주의 등을 해결할 수 없지 않을까? 즉, 제2의 우병우, 양승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로스쿨 제도 하에서도, 매년 일정수의 변호사자격자 중 검사가 임용되고 있어 임관년도 중심의 기수 개념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기수 문화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로스쿨 체제에서도 여전히 존속되고 있는 거다.

연고주의나 학벌주의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사법시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문제인 만큼 로스쿨 체제 하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본다. 오히려 로스쿨 체제에서 이는 더 기형적으로 변질되어 존재한다.

2020학년도 서울·고려·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스카이로스쿨)에 입학한 신입생의 85%는 학부도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검사 임용이나 로펌 입사에서도 스카이로스쿨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지방 로스쿨 학생들은 스카이로스쿨 또는 인서울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반수를 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스카이로스쿨‧인서울로스쿨‧지방로스쿨 등으로 등급이 나눠지고 있고 스카이로스쿨 카르텔은 사법시험 체제일 때보다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우병우, 양승태를 사법시험 체제의 문제로 보는 것은 비약이다. 사법시험 체제에서도 훌륭한 법조인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았나. 사법시험 체제에서도 로스쿨 체제에서도 제2의 우병우나 양승태가 나올 수 있다. 문제를 일으키는 법조인은 법조인양성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는 얘기다. 제2의 우병우, 양승태를 배출하지 않기 위해 로스쿨을 지켜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우병우 양승태가 서울대 출신이니 서울대를 없애자는 단순한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vs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72개교육단체연대회의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의 구도로 인터뷰 기사들을 구성했습니다. 자칫 기계적 균형이 깨어지는 듯도 하지만,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이 초중등교육과 법조인양성교육 모두에 관해 주장을 펴는 단체인 만큼 이런 구도가 불가피했습니다. 이 점 오해 없기를 바라며 양해를 구합니다.


태그:#이종배, #공정사회만들기국민운동, #정시와 학종, #사법시험과 로스쿨, #교육공약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