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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남녀노소 누구든 충분히 몸을 움직이고 근육을 키우며 살았다. 운동이라 이름 붙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만이 아니라 온몸의 근육을 키웠던 것이다. 전통 주택이나 시골집에서 살던 부모 세대는 살림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며 오가는 동선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되었을 터이다.

현대인은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력 저하와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집에서도 회사나 학교를 오가면서도 걷거나 몸을 움직일 일이 별로 없다. 의식적으로 운동을 선택하고, 시간을 정해 운동을 하며 체력을 다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면 '황보름'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공학도로 휴대폰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글쓰기를 하며 살겠다고 퇴사하고 읽고 쓰는 생활을 몇 년째 이어오다 <매일 읽겠습니다>(어떤책)라는 독서에세이를 낸 시민기자다. 그녀가 두 번째로 낸 책은 글쓰기에 관련 책이 아닌 '운동에 관한 책'이다.

운동의 필요성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새해 목표로 운동하기를 넣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한두 달 이어가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저자는 격한 운동인 킥복싱을 2019년 1월 2일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심지어 책까지 출간했으니 대단한 의지의 소유자다.
 
난생처음 킥복싱 저질체력 도돌이표 극복기
▲ 난생처음 킥복싱 저질체력 도돌이표 극복기
ⓒ 티라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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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킥복싱>(티라미수)이라는 책이 눈길을 끈 것은 그녀가 선택한 운동이 이름만으로도 격렬함을 연상시키는 '킥복싱'이라는 데 있다. 저자는 타인의 권유가 아닌 자발적으로 킥복싱을 운동으로 선택했다. 킥복싱을 하며 느낀 좌절감, 성취감 등 운동의 일상을 글 쓰는 이의 감각으로 풀어냈다.

그런데 작가는 어떻게 킥복싱을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운동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아마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이유가 크지 않을까 싶다. 내 아들도 검도를 10년 이상 했다. 검도는 초기에 흥미를 잃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운동 중 하나다. 태권도나 다른 운동과 달리 한 달 이상 목검을 잡고 위 아래로 내려치는 연습만 하기 때문이란다. 움직임이 활발한 아이들은 금세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 초기에 운동을 그만두는 아이들이 꽤 된다고 한다.

아들이 검도를 그렇게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선택한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검도장을 다니고 싶다며 검도장 전화번호를 적어왔던 아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운동을 선택했기에 입시를 앞 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검도복을 싸들고 2시간 일찍 집을 나서서 새벽 검도 연습을 한 뒤 학교를 가곤 했다.

저자가 킥복싱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다보니 저질 체력이 자꾸 바닥이 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하고 살려면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특별히 킥복싱을 선택한 이유는 운동을 했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오는 과격한 운동을 하고 싶어서라고.
 
체력을 키워주는 운동이야 많겠지만 킥복싱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좀 과격한 운동을 하고 싶었다. 몸을 마구마구 굴려주는 운동. 글을 쓰느라 안 그래도 부동자세로 앉아 있기 일쑨데, 운동마저 정적이면 내 인생이 너무 밋밋하게만 흘러갈 것 같았다. - 8쪽
 
살아있음과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싶어한 저자는 죄충우돌, 때론 좌절감으로 자기와의 내적 싸움을 해가면서도 결코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가 윤정모 선생은 산책길에 응어리진 감정들을 하나씩 나무 가지에 던져버리거나 길 바닥에 내다 버리고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는 걸 산책의 묘미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다.

저자 역시 킥복싱을 하며 내지르는 주먹과 발을 통해 쌓였던 감정의 응어리와 스트레스를 풀어내면서 몸의 근육과 마음의 근육을 함께 만들어 갔음을 알 수 있다.
 
킥복싱을 할 때면 내 몸에 차곡차곡 응어리진 것을 하나씩 내뱉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몸에 응축돼 있던 노폐물이 주먹과 발을 통해 허공에 뿌려지는 느낌, 살다보면 한 번쯤 악을 쓰며 소리 지르고 싶을 때가 있는데 킥복싱을 하면 주먹과 발에 악을 발라 날려버리는 기분이었다. 잽 한 번에 악 한 번, 라이트 한 번에 악 한 번, 오른발 차기에 악 한 번, 왼발 차기에 악 한 번, 악악악악 하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기분이 말끔해졌다. - 112쪽
 
나는 몸치라, 춤을 춘다거나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내가 2019년 일주일 동안 그린 보트를 탔을 때 춤의 매력에 빠졌다. 매일 저녁 배우던 룸바, 차차차 등의 라틴 댄스를 통해 기회가 된다면 춤을 꼭 배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도 운동을 통해 사회적 통념, 때론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갇혀 몸의 자유를 억압 당했던 자신에게 자유를 선물하며, 자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자아를 회복하게 된다고 썼다.
 
"운동을 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 몸을 너무 사리며 살아온 것 같아. 더 활개 치면서, 더 몸을 마구마구 쓰면서 살았어야 하는데 , 그러질 못했어." -170쪽

저자는 킥복싱이 저자에게 주는 힘과 위로, 또는 도전 의식과 열패감을 자양분 삼아 차곡차곡 몸과 마음의 근육질을 키워나가고 있다. 마음에 신호가 오면 주저함 없이 그냥 청소기를 돌리듯, 책을 펼쳐들 듯, 산책을 나가듯 그렇게 체육관으로 향한단다. 몸과 마음을 추스릴 방법을 찾아낸 저자만의 해결 방법이다.
 
마음이 조금이나마 무너진 날, 체육관에 가면 나는 평소보다 더 공들여 운동을 한다. '나'라는 거대한 관념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박스 스텝을 할 때 발의 속도라든가, 런지를 할 때 발의 너비라든가, 눈에 들어간 땀을 눈 아프지 않게 수건으로 찍어내는 방법 같은 더 작고 디테일한 것에 집중을 한다. 그렇게 소소한 것에 집중을 하다가 체육관을 나서면 어둑한 저녁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어스름한 저녁에 길을 걸으면 내 마음이 내게 들려주는 진솔한 말이 들린다.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이 삶이 참 좋다는. - 226쪽
 
꽃만 흔들리며 피는 것이 아니다. 불안하지 않고 불완전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인생 또한 수없이 흔들리고 넘어지고 일어서면서 제 길을 찾아 걷는 것이다. 흔들리고 넘어질 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일어서서 옆사람과 길을 걸을 때 그 삶이 더 아름답게 빛나지 않겠는가.

혼자만의 길인 글쓰기를 선택한 작자가 때로 누군가의 응원과 위로가 필요할 때 체육관에 가서 에너지를 가득 채운 뒤 다시 힘차게 혼자만의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응원한다.
 
글을 쓴다는 건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걸 혼자 감당하는 일이다. 그래서 좋지만, 그래서 외롭기도 하다. 그런데 글을 쓰다가 체육관에 오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체육관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함께 해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뭔가를 할 때 내 곁에 서서 이처럼 밀도 높은 응원을 보내준 사람들이 있었던가. 그들은 내가 잘하게 되길 어찌나 바라는지 어르고, 달래고, 채근하고, 놀리고, 칭찬하고, 구박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걸 다한다. 그 결과 나는 점점 잘하게 된다. - 231쪽

덧붙이는 글 | 난생처음 킥복싱/ 티라미수 The Book/황보름 지음/ 13,000


난생처음 킥복싱 - 터프한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황보름 (지은이), 티라미수 더북(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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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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