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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 재난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된 서울 서대문구 한 유치원에 내걸린 입학 축하 메시지가 눈에 띈다.
 2일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연기된 서울 서대문구 한 유치원에 내걸린 입학 축하 메시지가 눈에 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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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된 탓에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아 조용하다. 다만 워낙 상황이 갑작스럽다 보니 집에서 머무를 수 있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등교하는 원생들도 있다. 바로 '긴급 돌봄'을 신청한 원아들이다.

나는 경기도의 한 공립 단설유치원에서 유치원 방과후전담사로 일하고 있다. 직종명이 생소하고 긴 탓에, 내 직업을 소개하면 다들 갸우뚱한다. 유치원의 '종일반을 담당하는' 선생님이라고나 할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치원 '종일반'이라고 하면 일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만 '어쩔 수 없이'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었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2020년의 유치원생들에게 방과후 과정은 오전 교육과정과 함께 따라오는 일종의 1+1세트다. 맞벌이가 많은 요즘은 유치원 대부분의 아이가 방과후 과정까지 쭉 함께한다. 부모들은 방과후 과정이 자신들의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으면 어렵게 합격한 공립유치원 입학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마스크 하나만 더 끼면 되는 상황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어 아이들이 등원하지 않는 우리 유치원에도, 긴급 돌봄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입학도 하지 않은 어린 자식을 유치원에 맡기는 부모님의 심정은 정말 오죽할까.

그렇게 부모의 마음으로 시작한 긴급돌봄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나 스스로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 방과후 학급보다 적은 숫자의 아이들이 긴급돌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긴급돌봄인 만큼 평소와 달리 만 3·4·5세 아동이 모두 한 반에 모이는 혼합반에다, 입학도 하기 전 돌봄으로 첫 등원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나의 자신감이 자괴감으로 바뀌는 데에는 단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단 나와 아이들이 착용하는 KF94짜리 마스크가 문제였다. 너도나도 마스크를 끼고 돌봄에 참여하는 이 상황이, 아이들도 나도 처음인데 이상하게 KF94 마스크를 끼고 아이들을 돌보고 퇴근만 하면 몸살이 날 것처럼 녹초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왜 내가 이렇게까지 피곤한지 그 이유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내 컨디션이 별로인가?'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유치원 방과후전담사로 일한 지 10년째, '3초 집중력'으로 악명 높은 방과후 시간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30여 명을 본 적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인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아이들에 이렇게 녹초가 되다니.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유치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교사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었다. "선생님, 이상하게 요새 평소보다 퇴근하면 더 지치고 힘들지 않아요? 마스크 때문에 그런 걸까요?"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때서야 깨달았다. 돌봄 운영 내내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크게 말해야 아이들이 내 말을 알아듣는다. 밀폐된 교실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6~7시간씩 있는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도 나도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반 마스크도 아니고 안전이 제일이라며 KF94를 착용했으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못했을 상황이었다.

아이들의 경우는 더 심했다. 성인조차 갑갑해 하는 마스크를 만 3세, 4세, 5세 아이들이 돌봄운영 내내 착용하려니 잘 견딜 리가 없다. 특히나 유치원 아이들은 피부가 예민하고 얇아 마스크가 귀에 잘 걸리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기필코 마스크를 고쳐 걸어야 하니 마스크 고리가 걸리는 귀 뒤쪽이 빨갛게 되곤 해서 휴지도 대보고 고리도 구해 걸어 주었지만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매우 아팠다. 긴급 돌봄이기에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서는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시간이 흐르는 듯했다.

긴급돌봄을 둘러싼 말말말
   
 돌봄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습을 하고 있다.
 돌봄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습을 하고 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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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 유치원은 나와 같은 방과후전담사 그리고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채용된 교육과정 교사들 사이가 좋은 편이다. 그래서 긴급돌봄으로 인한 유치원 내부갈등은 없었다. 긴급돌봄 신청 원생이 늘어남에 따라 교사들도 오전 긴급돌봄에 참여하게 되었고 돌봄반도 두 반으로 나누어져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치원 교직원들은 고맙게도 그동안 이 힘든 걸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의 마음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그러나 긴급돌봄을 운영하는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와 모두가 처음 겪는 긴급돌봄 상황에 학교의 구성원들은 '긴급돌봄을 누가 모두 전담해야 맞는가'를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돌봄을 위해 채용한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공립병설·단설유치원 방과후전담사들이 다 해야 한다며 '긴급돌봄'의 의무가 없는 정규 교사들에게 이 업무가 오면 안 된다는 쪽과 모두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과정에서 업무를 회피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개학연기에 따른 '긴급돌봄'은 예기치 못하게 생긴 새로운 영역이라 교육청에서는 전담사뿐 아니라 교직원 협업으로 운영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상태다.

나는 유치원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라 교육과정 외 방과후과정을 위해 채용된 방과후전담사이고,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초등보육 전담사 역시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경기도교육감 소속으로 채용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하루 8시간을 일하는 '통상근로자'가 아닌 1일 6시간, 4시간짜리 '단시간근로자'이다. 학교·유치원 정규과정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원으로 집으로 가기 전, 잠깐 동안만 필요하다는 이유로 채용되었다. 

그마저도 채용 당시에는 1일 3시간, 3시간 반, 4시간, 4시간 반 등 기상천외한 근무시간으로 계약했던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맞벌이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방과후과정과 돌봄교실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이를 반영해서 개선되었다는 것이 지금 1일 6시간, 4시간 근무다.

그러나 유치원 방과후전담사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인원은 방학 중 월급이 없는 '방학 중 비근무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학교에서 유치원방과후전담사에게 긴급돌봄을 하게 하려면 별도 초과근무를 시켜야 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방학 중 비근무 아닌, 상시근무인 방과후전담사나 초등보육 전담사라고 해도 1일 근무시간이 대부분 6시간, 4시간이기 때문에 전담사 혼자서 책임 있게 긴급돌봄을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일'이다.

하여 긴급돌봄을 둘러싼 학교 구성원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들어야 할 곳은 다름 아닌 교육청이다. 방과후과정, 돌봄교실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 없이 1일 6시간, 4시간짜리 전담사를 채용하여 정규 교사는 교사대로, 전담사는 전담사대로 쥐어짜게 만들고 있다. 교직원들 사이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이 상황을 교육청에서 책임지고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있는 경기도에서 경기도교육청이 아직 그런 역할을 하는 거 같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교사, 공무원-교육공무직 간 갈등이 온라인 청원으로 터져 나오는 일이 나는 매우 안타깝고 씁쓸하다.

진짜로 이런 문제를 만든 쪽은 따로 있는데 학교 현장 일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을들끼리 서로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아서다. 이 위기가 교육 당국 즉 교육부와 (경기도) 교육청이 우리 사회의 돌봄 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지혜 님은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10년차 단설유치원 방과후 전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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