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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송파구 씨젠에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송파구 씨젠에서 연구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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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었다. "미국에 의료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했다. "우리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다만, "미 FDA(식품의약국) 승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며 기본 절차를 확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 승인이 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한국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24일 밤 청와대가 소개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전화 통화 내용이다. 같은 날 백악관도 보도자료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오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막기 위한 양국 각자의 노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 대통령의 이러한 '통화 외교'가 처음은 아니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4일에만 트럼프 대통령 외에도 사우디 왕세자, 스페인 총리와 통화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5일), 이집트 대통령(5일), 터키 대통령(6일), 프랑스 대통령(13일), 스웨덴 총리(20일) 등 각국 정상과 통화하며 코로나19 관련 국제 공조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달 20일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를 포함하면 총 10여 개국에 달한다. 이를 두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요즘 성업 중인 콜센터(청와대)'란 제목의 익살스러운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다음 날인 25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와 시 당국이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시약 2만 개를 구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MBC가 미 로스앤젤레스(LA) 지역방송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생산업체인 씨젠이 LA에 판매하기로 한 시약 2만 개의 판매액은 미화 약 125만 달러, 우리 돈 15억 3800만 원. 이 진단 시약은 LA 응급의료요원과 전문 의료진에게 배포될 예정이며, LA 행정당국은 향후 씨젠과 더 큰 규모의 계약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우리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입을 문의하거나 요청한 국가는 총 47개국에 달했다.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국가도 39개국이나 됐다. 지난 15일 '한국 진단키트 신뢰성 논란'을 제기했던 <한국일보>나 전 의학전문기자 홍혜걸씨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료장비 지원요청과 더불어 머쓱해 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씨젠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진단 시약 개발 업체 대표들에게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 코로나19 방역은 여러분들로부터 시작된다"며 일선에서 뛰는 관계자들, 즉 국민들에게 공을 돌리는 발언이었다.

<뉴욕타임스>와 <문화일보>
 
3월 25일 자 <문화일보> 시론
 3월 25일 자 <문화일보> 시론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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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국 정부와 방역 당국의 대응과 진단시약 등 의료장비, 공중보건 시스템 등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국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도 "한국은 어떻게 코로나19 곡선을 완만하게 만들었나"란 기사에서 '정부의 신속한 조기 대응', '대규모 검사', '확진자 경로추적을 비롯한 역학조사와 감시', '한국인들의 협조 태도' 등을 꼽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협조를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친중 정권 프레임'을 꿋꿋이 고수하는 언론도 있다. 25일 자 "중국 눈치 보다 한국이 세계 호구됐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문화일보>였다. 칼럼을 쓴 <문화일보> 이미숙 논설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서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무원칙하게 대응하며 국격은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때늦은 유행가' 같은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 논설위원은 주장의 근거로 "첫째, 국가가 최우선으로 견지해야 할 국민 생명보호 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다", "둘째, 전문가 제언을 무시한 채 정치 논리를 앞세웠다", "셋째,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에 순응하는 속수무책 외교로 일관했다"는 세 가지를 들었다. 그리하여, 칼럼의 결론은 이랬다.

"문 정부가 시 주석 방한의 유불리를 기준으로 코로나 대응을 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결과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처럼 한국을 하대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문 정부가 이런 상황을 지속한다면 코로나19 이후 세계에서 한국은 외교 결정능력이 없는 중국 위성국으로 치부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1876년 강화도조약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코로나 징비록'을 쓰는 자세로 새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칼럼을 접한 누리꾼들은 포털 댓글에서 "인터넷도 안 하느냐", "이분은 영어를 전혀 못 하시나 봅니다", "눈과 귀는 막고 입과 손만 놀리는구나", "아직도 중국타령인가, 전 세계가 칭찬 일색인데"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최근 이런 '친중 정권 프레임'을 정확히 반박한 인물이 있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다.

"지금 이 보수 야권이 코로나19를 이용하는 방식이요. 그러니까 친중 정권 프레임이요. 북한에 뭐 좀 줬으면 공격 되게 할 텐데 북한에 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막혀 있어서. 그래서 마스크를 퍼줘서 그랬다. 데이터도 무시하고 싹 다 무시하고 그냥 몇 개의 사실과 그다음에 주장을 섞어서 이 프레임을 계속 걸고 있는 거거든요." (유시민 이사장, 22일 방송된 KBS1 <정치합시다> 중에서)

'우한 폐렴'이란 표현을 고수했던 이들이 줄곧 주장해온 '중국 봉쇄론'이 시작이었다. 이어 '차이나 게이트', '대구 홀대(혐오)', '마스크 대란', '의료 사회주의' 등을 거쳐 '친중 정권 프레임'까지 등장했다. 이렇게 보수 야권과 보수 언론은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끊임없이 정권의 무능과 방역 실패를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적지 않은 이들이 외신 보도와 외국 정부의 지원요청을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날랐다. 보수 야당과 기성 언론의 프레임 전략을 걸러내기 위해. 특히 정부와 방역 당국이 신천지'발' 확산을 막아내던 2월 말 이후 쏟아진 외신의 호평을 직접 확인하고 공유하며, 이른바 '코로나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편으로 활용해 왔다.

참 이상한 나라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운영하는 코리아넷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Korea, Wonderland? 참 이상한 나라'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운영하는 코리아넷 유튜브 채널에 게재된 "Korea, Wonderland? 참 이상한 나라"
ⓒ 해외문화홍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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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한 나라 사람들 살아가는 방식이 늘 이렇습니다. 어느 날 몹쓸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로 퍼져 나가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된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죠. 어려울 때면 공동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던 이 나라 사람들은 이번에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17일 해외문화홍보원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이 조회수 332만(26일 오전 9시 현재)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Korea, Wonderland? 참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4분 10초짜리 영상이다.

빛바랜 천으로 손수 만든 20여 개의 마스크를 기부한 83세 할머니를 소개하며 시작하는 이 영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봉사활동 등을 조명하며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던 이상한 사람들이었다"는 자막을 달았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대응을 두고 "많은 나라가 굳이 감염자를 밝히지 않으려고 할 때도 이 이상한 나라는 묵묵히 검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라면서 "투명한 시스템과 리더십은 위기에 맞서는 민주사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 영상을 두고 '국뽕'(국가와 필로폰을 뜻하는 '뽕'을 합친 단어로 자국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이나 '자화자찬'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상에 달린 1만 5000여 개의 댓글은 '공감' 일색이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외신 반응 등 이미 보도된 사실에 기반한 내용과 자막이 감정을 고양하는 음악과 함께 펼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25일 자신을 미국 교민이라 밝힌 유튜브 사용자도 이런 댓글을 남겼다.

"미국에 사는 교포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자랑스럽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이곳에도 확진자가 있지만 동선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모두에게 통행금지 명령이 떨어졌어요. 확진자가 방문한 곳을 알 수 없으니 모두들 두려워하고 있어요. 제 지인은 아파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코로나 같으니 타이레놀 먹고 집에 있다가 숨을 못 쉴 것 같음 그때 응급실로 오라고 했대요."

국난 극복이 취미
 
지난 18일 주한영국대사관 그레엄 넬슨 참사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지난 18일 주한영국대사관 그레엄 넬슨 참사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 그레엄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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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 중인 프랑스인 얀 르 바이씨는 지난 14일 라면과 화장지 등이 가득 쌓인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쓴 채 찍은 '인증샷'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게재했다. 이후 갖가지 언어를 쓰는 해외 이용자들이 이 사진을 공유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언어로 '사재기 없는' 한국의 안정적 상황에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었다. 주한영국대사관 그레엄 넬슨 참사관이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글로 올린 글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한국이 제일 안전한 곳의 하나죠. 나라의 위대한 대응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이 당연해요. 하지만 여기서 사는 외국인들도 생각해 주세요. 우린 멀리 있는 가족에게 아무 도움이 안 돼서 무력감에 가끔 우울에 빠져요. 길에서 외국인을 보면 한국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세요. 함께 파이팅!"

한국에 거주 중인 이 영국인의 글은 '참 이상한 나라' 영상 속 제안처럼 '함께 극복'이란 구호를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이렇듯, 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 사태는 세계인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사실과 함께 여러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바이러스는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소외빈곤 계층이 바이러스 감염병에 훨씬 쉽게 노출되고 극복 역시 취약하다는 것, 또 팬데믹이 가속화될수록 인포데믹(정보전염병) 또한 창궐한다는 것,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은 국민의 안위를 위하지 않는다는 것, 정부의 대응과 시스템 및 제도의 중요성, 국민들의 대처가 강조된다는 것 등등.

우리 정부와 국민들은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코로나 방역국가로 거듭나며 국격을 한 단계 높이는 중이다. 자화자찬과 '국뽕'을 경계하면서, 연대와 나눔의 필요성을 재확인하며, 바이러스 감염병 사태가 환기시킨 교훈을 되새기고, 경제회복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 전체가 안간힘을 쓰면서. "국난 극복이 취미"인 대한민국은 이렇게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중이다.

태그:#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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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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