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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더하고 이기심으로 빼가며 셈하는 계산으로는 쉬 정산되지 않는 게 사랑입니다. 아무리 봐도 손해일 것만 같은 일에 싱글벙글 힘 쏟고, 아무리 봐도 지쳐있을 것 같은 즈음에도 불끈 힘 솟게 하는 게 사랑입니다.

첫사랑 3년은 개도 한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뜨거운 사랑도 3년 쯤 세월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거나 지칠 수 있다는 보편적 역설일 겁니다. 그러함에도 시들지 않고 지치지 않는 사랑이 있습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 사랑이 그렇고, 애국이라는 흔적으로 새겨지는 나라사랑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감히 보태 말하건대 마동욱 사진작가가 사진집으로 남기는 고향사랑 또한 그럴 겁니다.

하늘과 땅에서 찍은 수천 장 사진으로 엮은 마동욱 사진집 2권
 
마동욱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 드론으로 담은 보성군 마을 / (지은이 마동욱 / 펴낸곳 에코미디어 / 2020년 3월 / 값 각 60,000원)
 마동욱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 드론으로 담은 보성군 마을 / (지은이 마동욱 / 펴낸곳 에코미디어 / 2020년 3월 / 값 각 60,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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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으로 펴낸 마동욱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은 장흥이 고향인 사진작가 마동욱이 '하늘에서 본 장흥(2016)', '하늘에서 본 영암(2017)', '하늘에서 본 강진(2019)'에 연이어 펴내고 있는 고향 사랑 사진집입니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가슴을 울컥 거리게 하는 향수로 읽히고, 누군가에게는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해 어느새 그 모양새조차 희뿌옇게 빛바래 있는 추억을 또렷하게 복원시켜주는 덧칠이 될 것입니다.

하늘에서 찍은 사진은 아른 거리는 그리움에 응답해주는 메아리가 되고,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근접 사진들은 보성 사람들이 고향마을을 회상으로 공명상하게 해주는 울림의 진자(振子)가 될 것입니다.

'보성' 하면 언뜻 녹차 밭 정도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다랑이 논이 있고, 염전이 있고, 갯벌이 있고, 사람들 사는 모습과 역사가 구석구석 얼기설기 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는 전경과 풍광입니다.
 
마동욱은 몸이 카메라고 셔터이다. 그는 눈으로 사진을 찍는 작가가 아니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셔터가 작동한다. 그에겐 망설임이나 기다림이 없다. 그의 작품은 오직 다님(行)으로, 접촉과 만남으로 항시(恒時)가 기록되고 정리된다. 그에겐 눈썰미보다 족적(足跡)이 앞선다. 눈보다는 발이 중심이다. 발의 움직임이 그의 작품성이다. 그는 촌스런 농부(農夫)적 근성을 본령으로 삼은 작가다. - 박진화 화가. 책 표지 글 중에서
 
다시 말하건대 마동욱이 시리즈로 펴내고 있는 고향마을 사진집은 머리로 더하고 이기심으로 빼가며 계산하는 셈으로는 쉽게 정산되지 않을 사진집입니다. 정말 고향을 사랑하지 않고는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지요. 먼 훗날 그 누군가가 추억하거나 더듬을지도 모를 고향 역사를 채비한다는 각오 없이는 도저히 엮어낼 수 없는, 정말 어마어마한 열정으로 엮어낸 사진집입니다.

드론에 실은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보성의 모습은 구석구석이 아름다움이고 사람 사는 흔적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풍광이 새싹에 매달린 고드름처럼 담겨 있고, 뒤엉킨 차들이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은 도회지 풍경, 그저 조용하기만 할 것 같은 어느 산속마을 풍경까지가 아득한 전망으로 담겨 있습니다.

사진집으로 엮어낸 사진들은 높이 떠있는 드론, 훨훨 나는 새의 눈높이에서 내려다 본 모습만은 아닙니다. 경운기를 몰고 있는 동네 아저씨, 뒷짐이라도 짚어야 겨우 몸뚱이가 가눠질 것 같은 어느 노부부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 렌즈에선 분명 무상한 세월이 남긴 흔적이 줄줄 흘렀을 것을 짐작하게 하는 감정이 도랑을 이룹니다.

문덕면에 있는 다랑이 논에서는 구불구불한 논두렁이가 경계를 가르는 엇박자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옹기를 빗고 있는 옹기장이의 손끝에서는 아직 담그지도 않은 장내가 풀풀 나는 것 같습니다. 마음까지 널부러지도록 편하게 둘러앉아 있는 할머니들 모습은 고쟁이에 달린 주머니에 꽁꽁 감춰두고 있다 손주들에게 꺼내놓던 눈깔사탕만큼이나 달콤한 전경입니다.

콩 타작을 하고 있는 마당에 동글동글 뒹굴고 있는 콩알들, 잘 경지 정리돼 반듯반듯한 논, 그 반듯반듯 함의 원조는 바로 나라는 듯 더 반듯반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염전, 동심이 메뚜기만큼 팔짝거리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들은 마동욱 사진작가가 보성마을을 구석구석 누빈 발품, 방울방울 흘린 땀들이 영근 또 다른 모습의 흔적입니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마동욱 사진작가는 고향 마을 사진집을 남길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마동욱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 드론으로 담은 보성군 마을 보성읍·겸백면·노동면·득량면·문덕면·미려면 (지은이 마동욱 / 펴낸곳 에코미디어 / 2020년 3월 / 값 60,000원)

마동욱 사진집 <하늘에서 본 보성> 드론으로 담은 보성군 마을 벌교읍·복내면·웅치면·율어면·조성면·회천면 (지은이 마동욱 / 펴낸곳 에코미디어 / 2020년 3월 / 값 60,000원)


태그:#마동욱 사진집, #보성, #벌교, #드론, #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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