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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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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아이 낳고 가정주부로 열심히 살아왔더니 어느덧 50대로 접어들었다. 일을 하고 싶은데, 아니 일을 해야 하는데 취업문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삶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고 했던가? 꼭 돈을 벌어야겠다는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어떤 일을 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몇 가지 사실을 터득하게 되었다.

첫째는 내가 했던 일들이 잘 되지 않았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는 것이고, 둘째는 이전에 해왔던 일에 비슷한 일을 덧붙여 새로운 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일을 시도해 보기에는 모험심이 필요했고, 비슷한 일을 덧붙이기에는 적성도 따라야 했다. 다시 배워야 함에 따른 수고와 대가도 치러야 했다.

그래서 한 걸음씩 진보해가는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내가 잘하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목돈을 투자하지 않고 생활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 더 나이 들어서도 무난하게 계속 할 수 있는 일이기에. 1년에 한 가지씩 자격증을 따기로 마음 먹었다. 취업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면 취미생활하면서 뿌듯함을 느껴보기라도 해야겠기에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처음 자격증을 받았을 때는 '빨리 취업해야지'라는 생각에 기쁨보다 조바심이 먼저 들어왔다. 하지만 취업문은 자격증보다 먼저 나이, 성별, 경력을 요구했기에 나에게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차츰차츰 마음 비우기가 시작되었다. 전공을 살려 조금씩 해왔던 일과 접목해서 다른 자격증 취득에 눈을 돌려보았고, 혹 취업하더라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을 고르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쌓여가는 고민과 두려움 속에 길게는 몇 년간 포기하기를 반복하기도 했지만.

한 해 한 해 쇠퇴하는 계산법과 암기력이 기억력을 저하시키니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기 싫어졌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삶으로 미루다보니 삶보다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후딱 지나가는 세월에 대한 깨달음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자격증은 똑똑하고 젊은 사람만이 취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딸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돈과 시간, 노력을 들였기에 때로는 낙방의 쓰라린 경험도 주어졌고, 일로 연결되지 않은 쓸모없는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해보자 마음 먹고 달려온 시간이 10년이다. 갖가지 능력있는 자격증을 쭉 펼쳐보니 나의 열심의 수고가 피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취업에 가깝든, 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고, 삶의 흔적들이 묻어나기에 한 장 한 장의 종이 자격증의 소중함이 마음속 울림으로 배어난다.

그 소중함 속에서 길을 찾고 문을 두드리다보니 그 소중함 중의 하나가 드디어 취업의 문을 열어주었다. 눈깜짝할 새 세월은 흘렀갔다지만, 목표를 세워 이루었던 그 한 장 한 장의 자격증 속에 내 시간이, 고민이, 땀 흘린 노력이 포함되어 있기에 그것을 삶의 노래라고 내 이름 옆에 가만히 적어본다. 내년이면 또 한 가지 기쁨의 노래가 소중한 인연으로 내 삶에 슬며시 찾아올 것 같다.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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