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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어 3번째 개학연기로 인해 학교를 가지 않은 어린이들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어 3번째 개학연기로 인해 학교를 가지 않은 어린이들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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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임계점에 다다른 걸까. 자가 격리 방침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확진자의 숫자가 멈칫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사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지만, 벌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식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확산세도 꺾였는데, 이만하면 개학해도 문제없지 않을까?"
 
 
요즘 부쩍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대개 학부모들인데, 집에서 종일 나뒹굴며 늦잠 자고 게임만 하는 자녀의 모습을 더 못 보겠다는 거다. 아이들의 '일탈'이 도를 넘었다면서, 집에 CCTV라도 설치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고 한다.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상이라 아이들도, 부모도 낯설고 당혹스러운 거다. 아이들은 학교 SNS 등을 통해 학습 자료와 과제물을 받긴 하지만,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상태다. 그런 자녀의 모습에 부모는 애가 타들어 간다.

일부 소상공인들이 궤멸의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도 그나마 학원이 버티고 있는 건, 자녀의 빈둥거리는 모습을 못 참는 학부모들 덕이 크다. 성적에 대한 불안감은 확실히 코로나보다 힘이 세다. 그들은 개학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며, 1년 같은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물론 지역 감염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개학은 시기상조라는 학부모가 더 많아 보이기는 한다. 한 학부모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입에서 '개학해도 문제없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건강과 생명보다 중요한 건 없다면서.

불안한 상태에서 공부가 될 리 없다고도 했다.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가 서로 마스크를 낀 상태로 과연 수업이 되겠느냐는 거다. 쉬는 시간에 함부로 움직이지도 말고, 점심시간 급식소에서도 서로 마주 보거나 나란히 앉아 밥을 먹어서도 안 된다면 그곳이 학교냐고 반문했다.

여전히 찬반은 팽팽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수백 명에 이르렀던 얼마 전과 비교하면 개학하자는 의견이 늘어난 건 분명해 보인다. 약국마다 공적 마스크의 품절 속도도 더뎌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 움직임도 확연히 느슨해진 모양새다. 그저 꽃 피는 봄이 온 탓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확고하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2주 동안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면, 지역 감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해외로부터의 감염만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다면, 더 문제 될 것 없다고 섣불리 단언하는 이들도 드물지 않다. 지금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우리는 이미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설명이다. 경각심은 갖되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방역 역량과 의료인들의 자발적 헌신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종식을 선언하게 될 거라고 확신하는 이도 있다. 신천지만 아니었어도 이미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을 거라는 거다. 해외의 사재기 열풍을 예로 들며, 건강한 시민 의식을 앞세우기도 했다.

WHO가 인정한 방역 모범 국가로서,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일까. 앞으로 보름간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중단하라는 총리의 절박한 권고를 엄살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다. 급기야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며 개학 연기는 안 된다는 글까지 올라 왔다.

일리도 있고 한편으론 수긍도 되지만, 학교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우리 정부가 보여준 방역 역량을 학교에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건 지나친 낙관이다. 학교에서 예방법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대목에서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

담임교사의 훈화만으론 코로나19 예방할 수 없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 추가연기 결정을 발표하며 판단 근거, 후속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 추가연기 결정을 발표하며 판단 근거, 후속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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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학교라는 공간 특성상 한 아이라도 감염되는 날이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이야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간다지만, 가족 중에 기저질환을 앓는 노약자가 있는 경우는 위험하다.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도 그렇지만,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과거처럼 콩나물 교실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많게는 30명이 한 교실에 종일 와글와글 모여 지낸다. 정부의 지침대로 2m 간격을 유지하기가 힘들 뿐더러, 아이들끼리의 근접 대화를 차단한다는 건 애초 불가능하다. 이게 담임교사의 훈화와 감시만으로 가능하다고 믿는 것일까.

등교할 때 교문에서 걸러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발열이나 기침 등 별도의 증상이 없는 젊은 확진자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감염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체온계를 손에 쥐는 것조차 어색한 교사들이 그들을 무슨 수로 찾아내나.

학교마다 개학에 대비해 마스크와 체온계를 대량 구입하는가 하면 열화상 감지 카메라까지 마련한 곳도 있다. 요일별로 아침 당번 교사를 배정했고, 등교 시간과 장소도 획일화시켰다. 학부모를 비롯한 모든 외부인의 방문을 일절 금지하는 등 사실상 학교를 봉쇄할 계획이다.

이미 교실 책상도 수능 시험장처럼 배열해놓았고,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급식 시간을 학년별로 달리했다. 학급별로 하루에 한 번씩 책상과 의자, 출입문 손잡이 등을 소독하는 당번도 정했다. 일과 중 증상이 나타난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격리실까지 지정해 두었다.

이 정도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데도 감염을 100%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교사는 안타깝지만 한 명도 없다. 솔직히 교사들이 전전긍긍하며 온갖 방안을 모색하는 건, 혹여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돌아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증상이 있으면 등교하지 않고 가정에서 자율학습을 하면 되고, 그런 학생들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가 되는 장점이 있다는 주장에서는 말문이 막혔다. 이는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각자 알아서 공부하면 된다는 뜻 아닌가.

그럴 거면 굳이 집단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개학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 학교 교육은 '집단'을 전제로 한다. 그저 수험지식을 가르치고 배우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면, 집에서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이른바 '1타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지역별 확진자 발생률 차이를 들어 개학 시기를 차등화하자는 주장도 섣부르긴 마찬가지다. 교육과정과 학사일정이 지역마다 다르다면, 당장 대학 입시의 공정성 문제를 두고 여론이 들끓을 게 빤하다. 그럴진대, 이를 두고 지방자치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건 견강부회일 뿐이다.

애초 지역 감염이 도의 경계를 넘지 않을 거라는 인식 자체가 나이브하다. 지금 대구와 경북이 코로나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지만, 자칫 방심하면 전국 어느 곳이든 대구와 경북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학교가 신천지처럼 지역 감염의 온상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개학을 결정하는 건 학교에서의 감염을 각오한다는 의미다
 
 18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책걸상이 시험일처럼 분단별로 배치돼 있다. 개학 뒤에도 수업 중 학생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학교 측의 조치다.
 18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책걸상이 시험일처럼 분단별로 배치돼 있다. 개학 뒤에도 수업 중 학생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학교 측의 조치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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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교육은 쉬지 않는 법인데, 언제까지 초중고의 개학을 미루려고 하는가."

개학 연기를 더는 미루지 말라는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 때가 이르다고 본다. 전쟁 중에도 학교는 열렸다지만, 지금은 그런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일정 기간 격리를 실천하면 극복할 수 있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따뜻해지는 날씨도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일부는 발병률이 높아지고 학생들의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면 다시 휴업 조치를 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의 혼란은 지금과는 비교조차 안 될 것이다. 정부의 방역 대책과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가 순식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개학을 결정하는 건 학교에서의 감염을 각오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간곡한 지침에도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이 숱한데, 아이들이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못해 위험하다. 초등학생이라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조차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피로감과 더 이상의 개학 연기는 어렵다고 말하기 전에, 지역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 보름간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중단하라는 정부의 지침부터 철저히 따라야 한다. 그런 후에야 피로감과 개학 연기 운운할 자격이 있다.

사족 하나. 등교하지 않는다고 아이들의 배움이 멈추는 건 아니다. 다 그렇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몇몇 아이들은 이번 일로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 소중한 깨달음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인류를 향한 주기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이 근본적으로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에 기인한다는 점, 관심조차 없었던 공공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 모든 재난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다는 사실, 무엇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고 했다. 애가 탄다는 학부모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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