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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앞에서 수송업무를 담당하던 해고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17일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앞에서 수송업무를 담당하던 해고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 해고노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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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듭니다. 저희는 평생 운전만 하던 사람들입니다."

23일 오전 한산한 인천국제공항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얼마 전까지 인천공항 인근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카지노에서 일했던 직원들이다. 이 직원들은 공항이나 관광지로 향하는 외국인 VIP 손님들을 상대로 운전(수송) 업무를 했다.

수송 업무 직원 22명은 코로나19로 인한 고객 수 급감을 이유로 지난 12일 해고됐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시위'와는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피켓을 든 채 거리로 나왔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수송 담당 하청업체인 (주)서빅 소속 직원들이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은 작년 한 해 최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힘들어졌다고 아무런 상의 없이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했습니다. 저희는 회사에 무급휴직도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상생 방안을 찾으려 했지만 회사는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해고된 직원 이모씨)

'전원 해고' 뒤 일부에게 연락해 "회사 나와라"

'전원 집합' 공지부터 '해고' 통보까지 고작 14시간 걸렸다. 직원들이 공지 등을 받는 밴드방에는 11일 오후 7시경 '내일 오전 9시 30분까지 수송부 대기실로 집합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수송부 직원들은 12일 오전 대기실을 찾아갔다. 이들은 "하청업체 관리자가 '무급휴직을 강제로 하진 않는 대신, 오늘부로 근로계약중단을 통보드린다'고 말하는 몇 분 간 머리를 맞은 듯 멍했다"고 회상했다.

해고노동자들에 따르면 관리자는 "이게 우리 수송부 식구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따져보고 결정했다, 개별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이 해고에 항의하며 근로계약 중단 해지 통보서를 받아가지 않자 '안 받아도 된다, 이메일로 발송하면 된다'고 했다.

12일 수송업무를 하는 직원 39명 전원은 원청과의 도급계약 해지를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된 직원들이 다시 알아보니, 원청과의 도급계약이 해지되지는 않았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다시 39명 중 17명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 근무를 지속하게 만들었다.

"수송업무를 하던 해고된 직원들 중에 형편이 좋지 않은 직원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버지가 화상을 입었는데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를 할 수 없는 분도 있고 가스비가 끊겨 어린아이를 더운물에 씻길 수 없는 분도 있습니다.

근무하는 17명은 모두 현장 소장과 친한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미리 알고 12일 집합에 나오지 않았어요. 차라리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남았다면 받아들였을 텐데 근무 평가가 좋지 않은 사람들도 남았어요. 기만입니다." (한모씨)

직원들은 회사가 갑작스럽게 해고를 한 이유를 두고 "오는 4월 30일 용역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판단했다.

서빅 "저희가 답변해드릴 의무는 없다"
 
 (주)서빅 해고노동자들이 캐비닛 속 짐을 찾아가지 않자 사측에서 비닐봉지에 묶어 짐을 꺼내두었다.
 (주)서빅 해고노동자들이 캐비닛 속 짐을 찾아가지 않자 사측에서 비닐봉지에 묶어 짐을 꺼내두었다.
ⓒ 해고노동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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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해고시킨 당사자는 '서빅'이지만 이들은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관계자의 지시를 받고 일했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시티 배지를 달고, 파라다이스시티 차로 고객들을 태웠고, 파라다이스시티 신분증을 걸고 일했다.

수송 업무만이 아니라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이 요구하는 운전 업무는 가리지 않고 다 했다. 명목상 주어지는 점심시간은 1시간이지만 실질적으로 10분 이내로 밥을 먹고 일을 하거나 밥을 못 먹는 날도 많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건 똑같지만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정규직은 연차를 소진시킨 다음에 무급휴직을 한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우리는 무급휴직을 지원까지 했지만 해고됐습니다." (이씨)
     
"계약 종료된다고 사물함에서 짐 빼라고 말한 뒤에 짐을 빼지 않은 직원들 캐비닛을 열어서 비닐에 담아두었더라고요. 회사 경영 어려운 거 이해합니다. 그래서 고통 분담 차원에서 무급휴가 방침에 따르겠다고 했어요." (황모씨)

인터뷰를 하던 직원들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하루 속히 복귀하고 싶습니다. 하루에도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몇 번씩 다녔는데 이제는 지나가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그렇습니다. 일할 때는 못 느꼈는데 부당해고 당하고 나니 알겠네요." (이씨)

박정주 노무사는 24일 <오마이뉴스>에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해고를 두고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국내 고용상의 위기가 있지 않나, 노동자와의 협의 절차를 준수하면서 방도를 찾아야지 고용 관계를 파탄으로 이끄는 해고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법적으로 해고를 할 때는 30일 전에 예고하는 등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해고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부당 해고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서빅 쪽은 <오마이뉴스>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기자가 원청(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도급계약이 해지됐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이유를 묻자, 이곳 관계자는 "갑자기 질문하는 것에 대해 저희가 답변해드릴 의무는 없다"라고 말했다.

'고용불안 한복판' 인천공항 노동자들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해고된 해고노동자 안성호씨가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23일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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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이 2001년 개항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인천공항의 하루 이용객은 20만 명에서 1만 명 이하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과 인천공항 인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파악한 결과 무급휴직을 강요당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고,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수송업무 담당 노동자들처럼 갑자기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한항공 항공기 기내청소를 담당하는 (주)EK맨파워의 경우 50여 명의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공항 관련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영종도를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요구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노동자들에 대한 한시적 해고금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박대성 지부장은 "개항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한 만큼 한 번도 고려해보지 못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영업 손실을 빌미로 해고와 계약해지가 인천공항 연계 산업 전체로 번지고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가 보장되는 지원금 지급과 일자리를 유지할 한시적 해고금지를 선포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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