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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얀(40)씨가 성서공단노조가 나눠주는 마스크를 받기 위해 두 겹의 마스크를 하고 나왔다. 얀씨는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2일 오후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얀(40)씨가 성서공단노조가 나눠주는 마스크를 받기 위해 두 겹의 마스크를 하고 나왔다. 얀씨는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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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무섭다고 마스크 달라고 했는데 안 줬어요. 친구 만나도 안 되고 회사에만 있으래요. 겨울에 추워서 마트에 가 산 마스크 있는데 이걸 빨아서 쓰고 있어요. 못사는 나라에서 돈 벌러 왔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한 차별 같아요."

지난 22일 대구성서공단 앞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얀(40)씨는 방한용 마스크에 일회용 마스크까지 두 겹으로 착용하고 비닐장갑도 끼고 있었다. 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무섭고 두렵지만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주지 않고 공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얀씨는 대구성서공단노동조합이 이날 나눠준 일회용 마스크(KF94)와 손소독제를 받아들고 "뜨리마 까시(감사합니다)"라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얀씨와 함께 온 동료들도 마스크를 받아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대구성서공단노조는 지난 15일과 22일 성서공단 인근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나눠줬다. 지난 9일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발표한 후 이주노동자들은 마스크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날 노조가 준비한 KF94 마스크 400장과 일회용 마스크 1500장은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금방 동이 났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나 한국말 못하는 친구들 마스크 못 구해"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성서공단노조가 나눠주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이 22일 오후 성서공단노조가 나눠주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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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다(40·스리랑카)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고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몰라 두려움에 귀국한 친구들도 많다"면서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과 한국말을 잘 못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이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차민다씨는 "우리도 피부색이나 나라, 종교에 차별받지 않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한국에 온 사람들"이라며 "이주노동자들도 누구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철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한국 사람들도 마스크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장에서는 이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마스크를 살 길이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하라는 권고안을 내렸는데도 2주 동안 바뀐 게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방역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겨울용 면 마스크를 쓰거나 회사에서 주는 산업용 방진마스크 이상 구할 방법이 없다"며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사업주가 마스크를 대리 구매해 나눠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일부 공장에서는 회사 정문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이주노동자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거나 기숙사에만 있도록 해 집단 감염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장 밖으로 나오는 이주노동자들은 비닐장갑을 끼기도 하고 마스크를 3개 포개어 착용하고 나온다는 것이다.

대구 시민단체 이주노동자 건강권 보장 촉구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코로나19 방역대책을 규탄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코로나19 방역대책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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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와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정부와 대구시의 인종차별적인 방역 대책을 규탄하고 이들에 대한 건강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3일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책에서 한국 정부든 대구시든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예방수칙 전달과 방역대책은 무엇이었느냐"며 "과연 존재하기라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정보가 없는 곳에 가짜뉴스가 자리를 잡고 과잉된 공포만 남게 된다"며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은 통제된 기숙사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마스크도 없이 두려움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이 이주노동자들에게도 마스크를 지급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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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마스크를 보급할 것과 법의 보호로부터 배제된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기본권 보장, 고용허가제 폐지, 코로나19 대응에서 이중차별하는 행정 즉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공적 마스크는 그림의 떡"이라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국가권력과 사회적 공기는 사람을 차별한다. 이 얼마나 슬프고 부끄러운 현실인가"라고 말했다.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고경수 목사도 "이주노동자들은 선량한 우리의 이웃이자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작은 주체들이지만 단지 이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며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상생과 협력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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