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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이용원 이발사 박성조 씨
 현대이용원 이발사 박성조 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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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갯길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가수 진성의 노래 '보릿고개' 첫 소절이다. 요즘 잘나가는 미스터트롯 인기에 지리산인이 숟가락을 얹었냐 하겠지만 그건 오해다. 이번 주 지리산인의 주인공을 처음 만나면서 듣게 된 것이 이 노래다. 5남매 중 장남, 15살 때부터 가위를 잡게 된 사연이 이 노래와 같다고 했다.

경남 함양읍 한주아파트 정문 앞 이용원이 하나 있다. 밖에서 보면 여느 이용원과 다름없는 간판과 출입문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여기가 어디야" 할 정도로 잘 정돈된 이용원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거울 앞에 줄 서 있는 다양한 용도의 가위, 소독기 안에 진열돼 있는 면도기, 충전기에 꽂혀 일자로 서 있는 바리캉, 색깔별로 쌓여 있는 수건, 양 옆으로 줄 지어 세팅된 이발의자, 머리카락 한 올 없이 깨끗하다 못해 반짝이는 바닥까지. 이용원 내부는 주인을 닮아 단정하고 깨끗하고 아늑했다.
 
 이발사 박성조 씨
 이발사 박성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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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짧은 소매의 하얀 가운을 걸치고 손님 머리를 만지고 있는 사람이 이번주 지리산인의 주인공 현대이용원 이발사 박성조(64세)씨다. 박성조씨는 한 달 중 5, 15, 25일 빼고 매일 아침7시에 문을 열고 저녁7시에 문을 닫는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바닥청소를 꼭 2번씩 한다. 이용업이 위생을 매우 중요시하기도 하지만 손님의 건강과 나의 건강을 위해 청결은 필수이며 청소는 답이다.

처음 얘기했듯 박성조씨는 가난했던 그 시절 밥도 주고 기술도 가르쳐 준다기에 이용원에서 일을 했다. "그때 내 나이가 15살이었지. 진성의 보릿고개가 그냥 나온 노래가 아니야. 나뿐 아니라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어. 기술 배우는 것 보다 밥을 준다니 들어갔어. 강영애 어르신이라고 그분한테 배웠지. 많이들 배우고 나가고 했던 곳이야"라며 회상했다. 배를 곯지 않기 위해 잡은 가위는 49년째 박성조씨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
 
 현대이용원 이발사 박성조 씨
 현대이용원 이발사 박성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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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기술을 익힌 박성조씨는 부산, 서울에서 이발사 경력을 쌓았다. 1970년대 장발단속이 심했던 그 시절이 이발소 경기는 최고였다. 밤낮으로 머리를 깎고 직원들을 여럿 거느리기도 했다.

경남 함양에 이용원을 차린 것은 1989년이다. 개업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래된 단골도 있고 거창, 인월, 생초에서 오는 원거리 단골도 있다. 단골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유명인도 있다.

7~8년 전만 해도 수시로 손님들이 들이닥쳐 쉴 틈 없이 바빴다. 소파에는 머리를 깎을 사람인지, 깎은 사람인지 분간 없이 뒤섞여 바둑을 두거나 담소를 나눴고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줄 알고 돌아서는 손님도 여럿이었다. 그 시절 현대이용원은 사랑방처럼, 놀이터처럼, 남자전용 수다방이었다.

이제는 종업원 한 명 없이 혼자 손님을 맞는 이발사지만 박성조씨의 손놀림은 여전히 빠르다. 차례만 기다리던 단골손님은 이발사의 부름을 받고 거울 앞에 앉았어도 말은 필요 없다. 전담이발사는 알아서 이발을 하고 면도를 하고 염색도 마음대로 한다.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될 때까지, 풍성하던 머리숱이 민머리가 될 때까지 봐 왔으니 단골 헤어스타일은 이발사 손에 전적으로 맡겨진다.

이용원을 찾는 손님은 대중이 없어 몇 시간째 한가했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밀려올 때도 있다. 그래서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두 남매 키우며 먹고살게 해 준 고마운 직업이다.

시대가 바뀌어 번성하던 이용원도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찾아오는 손님도 예전같지 않다. "이발사를 누가 하겠나, 이걸 언제까지 하겠나" 하시더니 2~3일에 한번, 20여일 마다 꼬박꼬박 찾는 단골은 어떡하냐고 하니 "그러니 계속해야지" 하신다. 아들과 함께 대를 이어 온다는 단골이 손자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을 수 있길, 장수이발사로 남아있길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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