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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신부화가 
 
 다넬스 추기경과 함께 한 김인중신부
 다넬스 추기경과 함께 한 김인중신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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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그림의 제목이 온통 무제(無題: Sans titre)인데요.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바를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마티스가 말을 했어요. 말로 표현하려면 뭐 하러 그림을 그리느냐고."

"그래도 관람객이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나 짧은 문장으로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영혼의 아름다움 쪽으로 길을 연다' 정도가 좋겠습니다."

"작품에 추상적인 자유분방함이 나타나는데, 형태의 해체로 봐도 될까요?"
"해체보다는 일치(一致)가 좋겠어요."


그래도 뭔가 뚜렷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안 되겠는지 김인중 신부는 화집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간다. 모두 프랑스어로 된 책이다. 그는 성서의 세계를 꿈처럼 표현한 샤갈(Mac Chagall)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선지 이번 회고전의 제목이 <빛의 꿈(Rêve de lumières)>이다. 화가 김인중은 빛을 향해 가슴을 열고, 그 황홀함을 느끼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김인중회고전 포스터
 김인중회고전 포스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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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붓놀림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진리를 찾아간다. "저는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며 이지적인 것들을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각을 소중히 여깁니다. 어떤 이들은 제 그림을 보고 아무 것도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구약성서 <시편(le livre des Psaumes)>을 스텐인드글라스 그림으로 표현한 책을 보여준다.

벨기에 마린-브뤼셀 대주교 다넬스(Godfried Danneels) 추기경이 쓴 책의 서문을 통해 김인중 신부가 추구하는 바를 조금은 알 수 있다. 진리와 아름다움이다.

"이 기도서에 실려 있는 시편은 우리를 미의 궁전으로 안내할 것이다. 각각의 그림들은 단지 성서의 구절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세상이 기쁨으로 충만한 미의 세계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렇지만 진리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2000년대 김인중의 작품
 2000년대 김인중의 작품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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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신부의 그림은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다. 형식은 추상적이고, 의식은 자유롭다. 형태와 색을 눈으로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라고 말한다. 거기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형상, 이미지, 아이디어, 캐릭터 등이 차고 넘치는 현대사회에서 추상을 통해 신비스런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그 속에 진리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는 김인중 신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김 신부님이 매우 감수성이 뛰어난 작가이며, 그의 풍요로움은 바로 추상작업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업은 무엇인가를 그리고 보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형상을 지워내는 것 같습니다." 형상이 지워지기 때문에 색채만 남는데, 그 색채 속에서 진리를 찾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
 
 스테인드글라스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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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와 색깔은 빛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김인중 신부는 빛의 예술가가 된다. 다른 말로 빛의 사제가 되기도 한다. 그는 빛을 향해 가슴을 열고, 그 황홀함을 느끼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그 결과물로 나타난 작품들이 스테인드글라스다. 그가 만든 스테인드글라스화가 전 세계 50개 가까운 성당에 설치되어 있다. 1973년 스위스 프리부르(Fribourg) 도미니크성당에 처음 설치되었고, 2019년에는 프랑스 안주(Anjou) 생마르탱 성당과 용인 신봉동 성당에 설치되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빛이 투과될 때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된 주변 벽에 어떻게 비치는지, 바닥에는 어떻게 형상이 만들어지는지, 여름과 겨울에 해의 고도가 다를 때 어떻게 될지 예측해야 합니다. 색도 해가 뜨는 곳에는 파랑 보라처럼 차가운 색을, 해가 지는 곳에는 빨강 노랑처럼 따뜻한 색을 배치합니다. 빛이 창을 통해 들어왔을 때 분위기는 꼭 렘브란트 성화 같습니다." (김인중회고전 화집, 2020)

이러한 김 신부의 그림을 보고, 저명한 미술사학자 웬디 베게트(Wendy Bekett)수녀는 천사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 원인을 눈부시고 빛나는 아름다움, 자유분방함, 기도와 신앙에서 나오는 색채에서 찾고 있다. 김신부는 최근 엘 그레코(El Greco)에게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 교훈은 엘 그레코가 추구한 자유와 창작의 무한성이다.

작품경향에 큰 변화가 없다 
 
 세라믹(도자기) 작품
 세라믹(도자기) 작품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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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인중신부 전시회 제목은 <빛의 꿈. 김인중 화업 60년 회고전>이다. 3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김인중 화가의 회화 100점이 전시된다. 세라믹 15점과 스테인드글라스 5점도 함께 전시된다. 그리고 화집과 시집 등 도록과 책자도 볼 수 있다. 시대별로는 1965년부터 2019년까지 60년 가까운 시기를 망라한다.

선과 면의 흔적이 보이는 60년대 작품, 선과 면이 분리되는 70년/80대 작품, 색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90년대 작품, 화려한 색채와 함께 수묵화의 기법을 도입한 2000년대 작품, 색채의 마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2010년대 작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된 스테인드글라스는 1993년 것이 2점, 2008년 것이 3점이다. 도자기는 2006년과 2019년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1960년대 작품
 1960년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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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작품에서는 선과 형태가 보인다. 칸딘스키의 추상성에 마티스의 색채를 가미한 것처럼 보인다. 확실하진 않지만 뭔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다. 1967년 작품에서는 피카소의 입체파적 요소도 보인다. 그렇다면 1910년대 표현파, 야수파, 입체파에서 조금씩 영향을 받은 것이 된다. 이러한 경향이 70/80년대 들어 선이 꿈틀거리고 면이 확대되는 모습으로 변한다. 80년대 초반 면이 잠시 살아난다.

90년대에는 색채의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채도와 명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 들면 색채의 면이 넓어진다. 그러므로 색채가 더 화려해 보인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수묵화처럼 농담으로 면의 밝기를 조절하는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다. 서양 사람들이 보면 동양적인 표현기법이다. 유화물감을 사용해서 회색과 검은색으로 농담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수묵화 경향을 보이는 2000년대 작품
 수묵화 경향을 보이는 2000년대 작품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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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작품은 많지 않다. 그리고 작품경향도 2000년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색채의 마술은 지속되지만, 작품에 대한 의욕과 필력은 예전만 같지 못한 것 같다. 김인중 신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부화가로서의 자부심은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예술가로서의 자신감은 잃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나이가 80이 넘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인지 관람객이 적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는 김인중 신부화가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는 김인중 신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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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중 신부는 도미니크회 수도사다. 1974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75년부터 파리에서 활동했으니, 신부경력만 45년이 넘었다. 화가로서의 경력은 미술대학 때부터 따진다면 60년이 넘었다. 김인중 신부에게 그림이 업이 되도록 해준 사람은 서넛쯤 된다. 그 첫째가 그림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고등학교 은사 김철호 선생님이다. 두 번째는 미술대학에 가려는 장남의 뜻을 존중해준 부모님이다. 부모님은 또 외국에서 사제가 되어 돌아온 아들의 결정을 응원해주었다고 한다.

그림으로 존경하는 분은 남관화백이었던 것 같다. 선배화가지만, 동료처럼 친근하게 대해 준 모양이다. 그렇지만 김인중 화가가 화단의 주류와 교류를 한 것은 아니다. 또 국내에서 전시를 하거나 책을 낸 일도 별로 없다. 전시는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등 로만어권 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책도 대부분 프랑스어로 발행했다. 더 나가 신부화가로서 김인중은 사교성도 부족한 편이다. 그 때문인지 관람객이 적은 편이다.
 
 김인중 화집
 김인중 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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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부화가 김인중의 전시는 가치가 있다. 종교와 예술, 사제와 화가의 길을 동시에 걸어가는 한 인간의 삶과 예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갤러리미의 이난영 대표는 이것을 '의미와 은총'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유럽의 미술사학자, 큐레이터, 추기경 등은 숭고한 '아름다움을 향한 신앙', '빛의 예술가'로 김인중과 그의 예술을 찬양하고 있다.

전시회장에서 느낄 수 있는 빛의 예술은 도자기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것은 빛이 도자기와 부딪쳐 색감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도자기는 한국 화가들이 시도해보려고 하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는 늦은 나이인 2000년대 들어 그러한 시도를 한다. 도자기 색깔이 참 잘 나왔다. 도자기의 용도는 화병, 접시, 장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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