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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국난극복을 위한 지자체 적극 대응 촉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국난극복을 위한 지자체 적극 대응 촉구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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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정 지원 - 이제는 정부가 결단할 때입니다.'

지난 20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다소 긴 제목의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지방정부발(發) 긴급 지원은 국민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수급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자격 기준과 지원 규모 등을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한 내용이다.

같은 날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난극복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의회와 함께 긴급 지방추경을 결정하고 전국으로 확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시와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을 결정했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혹은 긴급생활비 지원을 염두에 둔 말이다. 코로나를 '국난'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기구수장의 이 발언은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의 요구와 온도 차가 크다. 청와대와 정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앙정부가 앞장서지 않으니 이를 가만두고 볼 수 없는 지자체들이 제각각의 보편적 혹은 선별적 현금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 간 지원 수준과 방식의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형평성의 문제는 심각하다. 지자체별로 각기 자신의 여건에 맞는 지원 방안을 짜내느라 귀중한 시간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이런 각개약진식 지원 확대는 또한 수급대상의 중복이나 지역 간 격차 등의 문제로 향후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지원대책 마련에도 걸림돌이 된다. 이런 문제의 발생을 미리 차단하고 국가적으로 이 사태를 관리하고 조율하여 정책의 일관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다. 얼마나 답답한 상황이면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나서고 일부 광역단체장은 상소나 읍소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겠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청와대와 정부가 앞장서 각자도생 방식의 긴급 지원 정책을 통제하고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을 전국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 수준에서는 각각의 여건에 맞게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금은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됐다. 중앙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사이 지자체들은 이런저런 가용 자원을 싹싹 끌어모아 좀 더 보편적인 방식의 현금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현실적인 재정 여건 탓에 실질적으로는 선별적인 지원방식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의 시행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들쭉날쭉 자의적인 현금지원 대상자 선별 기준


지자체의 선별적인 지원방식에서 나타나는 대상자 선정과 각종 복지사업 관련 중복수급 금지의 원칙을 좀 더 들여다보자. 예를 들어, 서울시가 지난 18일에 발표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정책은 각 가구원 수별 중위소득 100% 이하 가운데 1~2인 가구는 30만 원, 3~4인 가구는 40만 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도 중복대상자는 제외되는데, 그 대상은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사업 대상자, 특별돌봄쿠폰 지원대상자, 생활지원비 및 유급휴가비용 지원, 실업급여 수급자, 긴급복지 수급자, 서울시 청년수당 수급자 등이다.

가장 움직임이 빨라 지난 13일 시의회에서 관련 예산안까지 통과된 전주시의 경우는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업자 등 취약계층 5만여 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다른 지원을 받는 소상공인과 실업급여 수급대상자, 정부의 추경예산 지원 해당자 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주시는 이를 위해 건강보험관리공단, 지역 은행 등 관계기관과 함께하는 테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여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대상자 요건 및 선별 방식 등을 놓고 계속 머리를 싸매고 있다.

여기서 대상이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실업자를 가려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달려들어도 쉽지 않다. 일단 정리된 개념조차 없다. 기준 이하의 소득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지원하는데,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저임금 정규직 노동자는 대상에서 빼겠다는 것인지, 임시·일용직은 비정규직으로 분류하고 계약직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인지, 실업자에 구직포기자는 아예 제외하는 것인지 등 모든 쟁점이 여기에 끼어든다. 설령 일정한 기준을 어찌 마련하여 대상자를 선별한다고 해도 사각지대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엇비슷한 처지임에도 한 끗 차이로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형평성 시비가 끊임없이 일고, 불만과 갈등이 누적될 수 있다.
 
 창원 상남동사무소 옆 한 가게에 붙은 안내문.
 한 가게에 붙은 안내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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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화성시의회가 통과시킨 소상공인 지원대책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평균 200만 원씩의 긴급생계비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대책인데, 이러한 방식의 선별적 지원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우선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개업한 지 1년이 안 되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 감소를 증명할 수 없는 소상공인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매출액 감소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한, 계산을 해보니 매출액이 10%가 아니라 9.9% 감소하는 바람에 2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재난기본소득은 중복수급 금지 원칙 예외 적용해야

한편, 중복수급 금지의 원칙이 유지된 채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기본소득 제도가 지자체의 각종 현금지원 정책에 덧붙여 시행된다면 좀 더 골치 아픈 문제들이 생겨난다. 중복지급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 위해 모든 제도의 정보를 취합하고 가구 단위인지 개인 단위 수급인지를 일일이 확인하여 각자의 수령금액을 계산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계산 방법은 또 지자체별로 지원방식의 차이에 따라 제각각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모든 관계 부서가 달라붙어 일을 이중삼중으로 해야 한다.

중복수급 문제는 기존의 복지 정책에서 쟁점이 되어 왔고, 앞으로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재난기본소득의 시행을 고민하는 가운데 이를 논의하여 합리적 개선안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중복수급 금지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재난기본소득의 시행은 더욱 까다롭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재난기본소득을 실행한다고 할 때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재난기본소득에 중복수급 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지 말아야 할 더욱 중요한 이유가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이라는 사태의 특수성과 그 영향의 보편성을 고려하여 모든 시민에게 차별 없는 현금급여를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이전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처지 때문에 자격이 부여된 복지급여와 뒤섞어 재난기본소득과의 차액을 감액하는 것은 복지수급자를 차별하는 일이 된다. 형평에도 맞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선별적 현금지원과 관련한 지자체의 각개약진을 지금 당장 멈추고, 재난기본소득의 취지에 동의하는 모든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통일적인 방침 수립과 재난기본소득의 전국적 실시를 더욱 강력히 촉구하는 것이다. 이미 빗장이 풀어져 지자체가 쓸 수 있는 5조 원이 넘는 재난 관련 기금도 지자체별로 각자 쓰도록 놔두지 말고 재난기본소득의 전국적 시행을 위해 보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정책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지역 간 격차의 해소에도 기여하는 방안이다.

취약계층만 돕고 싶고 부자를 돕고 싶지 않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1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3.19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1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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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정부는 한결같이 보편적인 지원보다는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착한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을 세액공제로 돌려준다거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책은 말 그대로 정말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인가? 복잡하고 번거로운 방식으로 온갖 행정력을 낭비하고 시간을 끌면서 취약계층을 가려내 지원했다 하더라도, 이는 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일 뿐 전체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일과는 거리가 한참 먼 이야기다. 폴 크루그먼이나 그레고리 맨큐와 같은 유명한 경제학자의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만으로는 경제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인사들과 경제 관료들이 재난기본소득을 통해 부자에게도 혜택을 주는 게 그리 못마땅하다면, 방법은 많다. 나중에라도 그들에게 그만큼 더 많은 세금을 걷으면 그만이다. 세금을 걷을 의지가 없는 게 문제이지 세금을 걷을 수단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덧붙여,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모두에게 지급한다고 할 때 굳이 이 돈을 받지 않아도 아무런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기부나 수령 거부의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다.

애초부터 부자들을 걸러서 주지 않거나 필요한 가난한 사람에게만 주는 게 더 낫지 않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과 선별 소득지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선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선별 기준의 자의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낙인 효과가 없다. 사각지대도 없다.

또한, 이 두 가지 접근법은 전혀 다른 공동체의 구성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갖고 합당한 납세 의무를 지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 사이에는 분명 큰 격차가 있다. 누구나 소득과 자산의 크기에 따라 재난 상황 속에서도 공동체를 충분히 유지할 만큼의 세금을 공정하게 낸다면, 그 권리와 혜택을 누리는 것도 마땅히 모두에게 동등해야 한다.

이는 사실 패러다임의 전환 문제이다. 정책 당국자든 아니든 이 문턱에서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익숙한 패러다임 속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그 제도 속에 안주해왔는데, 아무리 미증유의 재난 상황이라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최근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유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임에도 본능적으로 동의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평소에 하던 대로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면 국가적 재난이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재난 상황에는 그에 걸맞은 과감한 재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비상시국에 걸맞은 창조적 발상과 정책적 상상력'을 주문한 대통령의 말을 왜 책임 있는 고위당국자들은 립서비스로 만들고 싶어 할까. 방역 대책은 다른 나라보다 앞서나간다며 자화자찬하는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대책인 재난기본소득은 왜 다른 나라, 그리고 일부 지자체의 뒤꽁무니를 쫓을지 말지 눈치를 봐야 하는가. 다시 한 번 청와대와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영국 에식스대학 정치학 박사이며,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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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대학(University of Essex) 정치학 박사. <모두에게 기본소득을>(박종철출판사, 2011) 저자.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asic Income Earth Network) 평생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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