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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21일 오후 5시 기준 60만 명을 넘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라는 청와대 청원이 21일 오후 5시 기준 60만 명을 넘었다.
ⓒ 청와대 청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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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처벌될 거라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아래 한사성)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라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사건 자체가 워낙 극악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응집돼 (신상공개 청원으로) 표현된 것 같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분 기대치가 워낙 낮기 때문에, 사회적 낙인 같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벌해야 한다는 마음도 표현됐다고 본다."

서 대표의 말대로 21일 오후 5시 기준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63만 5326명을 넘었다. 청원이 시작된 지 만 하루도 안 돼 60만 명이 넘은 것이다. (22일 오후 1시 30분 현재 115만 210명 ☞청원 보기). 

앞서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도 이미 130만명을 넘어섰다. 위에 언급한 국민 청원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가입자도 모두 신상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원자는 "그 텔레그램 방에 있었던 가입자 전원 모두가 성범죄자"라며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 없다.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한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텔레그램 'n번방'이라는 이름은 피의자 조씨 등이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 음란물을 유통하기 위해 이용한 채팅방으로, 실제로는 1번방부터 8번방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조씨는 '스폰 아르바이트' 등으로 여성들을 유인해 나체 사진을 받은 뒤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했다. 이후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 가상화폐 액수에 따라 높은 수위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3단계로 구분된 유료 대화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에서 조씨는 방의 사회복무요원들을 포함하는 회원 일부를 '직원'으로 지칭하며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성 착취물을 유포하도록 임무를 맡겼다.

지난 20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운영자 조아무개씨(일명 '박사')를 검거해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공범 13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음란물 소지죄 신설해 처벌해야"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이라는 음란 채널에는 미성년자 등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려졌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20대 남성 A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A씨가 텔레그램에서 유료로 운영한 이른바 "박사방"이라는 음란 채널에는 미성년자 등 여러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려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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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조씨와 공범에게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제작과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등 일곱 가지 위반혐의를 적용했다. 조씨 등 운영자뿐만 아니라 음란물을 본 가입자 등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거세지만 실제 이들이 중형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정보에 엄격한 텔레그램 특성 상 가입자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처벌할 수 있는 법조항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서승희 대표도 "텔레그램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 딱 맞게 처벌하는 조항 자체가 없다"면서 "죄는 발생했지만 준비된 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집단강간처럼, 집단적인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 특수한 가중처벌이 돼야 한다. 다행히 경찰에서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를 주범 조씨의 범죄사실 1번에 넣었다고 알고 있다."

아청법 11조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에 관한 조항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서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죄 사실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조항은 없어도 처벌하는 것은 재판부의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조씨를 포함해 공범자 모두에게 충분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대표는 '범죄예방'을 위해서라도 "(모든 음란물에 대한) 소지죄가 신설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직접 전달하거나 유포하지 않았어도 (가입자들은) 텔레그램 방에 참여해 함께 즐겼다. 아청법에 해당 조항이 있지만 신상이 특정되지 않는 이상 처벌이 쉽지 않다."

아청법 제11조 5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음란물을 소지하고 시청했다'라는 이유로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 사회 강간문화 바꿔야"

서 대표는 "재발방지를 위해 일벌백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사회 기저에 있는 '강간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이러한 범죄는 어떤 방식으로든 재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 기저에 있는 강간문화가 온라인에서 굉장히 확장적이고 파괴적으로 발현된 거다. 여성이 거래되는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성 착취 산업구조와 피해자를 문란한 여성으로 낙인찍는 문화가 이와 같은 문제를 계속 발생시키고 있다."
 

'강간문화'란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범죄를 일으킨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문란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비난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서 대표는 "이번 사건도 피해자들이 협박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면서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문화가 존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돈을 벌게 만드는 기반이 조성됐고, 여성을 문란하다고 낙인찍었기에 협박도 가능했다"라고 봤다.

경찰은 "조씨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공범들에게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했다"면서 "조씨의 집에서 범죄수익으로 추정되는 현금 약 1억 3천만 원을 압수했다"라고 밝혔다.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에 분노한 여성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미온적인 ‘몰카 범죄’ 수사에 분노한 여성들 지난 2018년 5월 17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몰래카메라 범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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