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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시작될 즈음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주최의 "4차 산업혁명과 복지국가"라는 제목의 발표회에 참석했다. 발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실업의 영향으로 복지국가가 매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발표가 끝난 뒤 바로 이어진 집담회에서 한 참여자는 행복을 추구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하겠다는 발표내용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하였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타인의 결핍이 애처로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타적인 마음의 실천을 봉사로 정의한다면, 그 참여자의 세상은 불행하다. 그것은 진짜 행복한 것이 아니다. 봉사는 참으로 훌륭한 일이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봉사해야하는 세상은 불행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UN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2020년 3월 20일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156개 국가 중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였다. 다음으로 2위는 덴마크, 3위 스위스, 4위 아이슬란드, 5위 노르웨이, 6위 네덜란드, 7위 스웨덴 순이다. 이들 나라들의 공통점은 스위스를 제외하면 모두 북유럽 국가들이며, 또한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라는 특징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수준을 넘어서면 그 이상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의 증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거나, 매우 미미한 증가 수준을 보인다(Easterin's paradox)고 한다. 불행이 없는 이상적인 상태를 목표로 국가는 국민 모두가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일정이상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해낸 국가가 복지국가이고, 사회민주주의는 복지국가의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또한 황금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작금의 현실에서 복지와 경제, 그리고 분배를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국가는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들이다. 신자유주의의 영향에 순응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극우세력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행복순위가 모두 60위권 밖이라는 사실은 신자유주의나 극단적 패권주의가 우리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결론에도 이르게 한다. 다양한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제하에 복지국가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미래가 되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가 가능하려면 우선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한다. 우리나라,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승자독식 다수제 민주주의는 최다 득표자가 당선자가 되며, 주로 2개의 강력한 당이 주도한다.

이러한 체제는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하는 정당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합의제 민주주의에서는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연립정부를 구성함으로써 거대정당 뿐만 아니라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소수정당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정책들이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수제 민주주의 승자독식의 부작용과 지역대표가 주류를 이루면서 나타나는 현대사회의 분화된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것은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우리가 극복해야할 우선적인 과제인 것이다. 최근 큰 논란이 된 우리나라의 위성정당은 그러한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위성정당' 따위가 없고, '준'을 제거한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음 총선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가 국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장기적으로는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실업에 대한 대비로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하며, 기본소득과 복지제도의 확대를 함께 추구해야한다.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염병 확산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문제에도 효과적이다.

둘째, 국민이 시민사회의 다양한 집단에 참여하여 정부와 함께 정책을 실천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방향을 촉진하여야 한다. 그것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선택능력과 타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공동체와 공공선에 대한 시민들 간과 정부와 시민들 간의 토론을 통한 적극적인 과정이 되어야한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토론의 과정을 통해서 노동계와 기업계가 공통의 이념과 이익을 대표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복지국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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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정책학 박사. 저서로 <보건의료의 정치학>, <우리나라 근·현대 여성사에서 여의사의 활동과 사회적 위상>, <한국 현대의료의 발자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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