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뜨거워야 할 유럽 축구가 지난주부터 코로나 19로 인해 완전히 멈췄다. 유럽 주요 리그의 경기가 연기됨에 따라 '핫이슈'가 떨어진 해외 언론들은 어떻게든 뉴스거리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중 팬들의 구미를 당기는 최고의 뉴스는 역시 '이적설'이다. 본래 1년 내내 이적설이 난무하는 유럽 축구판이지만, 대부분의 경기가 취소되면서 보통의 3월과 달리 이적설이 쏟아지고 있다.

여러 '빅네임'들의 이적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EPL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소식은 단연 토트넘 홋스퍼의 해리 케인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 클럽들이 케인을 원한다는 설이 들리는 있다.
 
토트넘의 공격수 해리 케인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해리 케인

▲ 토트넘의 공격수 해리 케인 해리 케인의 모습. ⓒ 위키피디아

 
'90min'과 '맨체스터 이브닝 스탠다드' 등 주요 영국 언론들은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케인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전하는 중이다. 맨유가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갈증이 큰 클럽인 점을 감안하면 신빙성이 있는 이적설이다.
  
고통스러운 레비 회장과 협상

케인은 EPL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다. 확실한 득점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고,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맨유 입장에서는 영입에 성공한다면 다음 시즌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걸림돌이 많다. 일단 효율적으로 이적 시장을 보내기 시작한 맨유의 사정이 있다. 이제 과소비를 줄이고 최대한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고 있는 맨유다. 한화로 약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케인의 이적료는 맨유의 수익을 고려해도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무엇보다 지독한 '협상의 달인'으로 유명한 토트넘의 회장 다니엘 레비와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맨유를 망설이게 만든다. 레비 회장은 이적 시장에서 시간을 끌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소속 선수를 타 클럽에 이적시킬 때 어떻게든 최대한의 이적료를 뽑아내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맨유는 이미 크게 데인 적이 있다. 2008년 맨유는 당시 토트넘 소속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영입하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는데, 레비 회장은 지지부진한 협상으로 맨유 수뇌부를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맨유는 여름 이적 시장 마지막 날에 당시 EPL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거금을 들여 겨우 베르바토프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에레라의 첫 골에 기뻐하는 맨유 선수들

맨유 선수들의 모습. ⓒ EPA/연합뉴스

 
지난 19일 미국 언론 'The Athletic'의 보도에 따르면 맨유에게 이때의 기억은 끔찍한 시간으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여름 루카 모드리치가 맨유로 이적하고 싶어한다는 얘기에도 불구하고 맨유가 적극적으로 영입에 뛰어들지 않은 것에는 2008년의 고통의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이처럼 유럽 축구판에서 이적 시장 종료 직전까지 협상을 끌며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은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자신들의 입장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클럽을 다른 클럽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클럽들은 다른 클럽들과 부드러운 관계 유지를 위해 자신들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이적 시장에서 최대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한다. 이적 시장은 6개월마다 돌아오기 때문이다.

허나 레비 회장은 다른 클럽과 관계 유지보다는 클럽의 이윤에 최대한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이러한 방식이 토트넘이 빅클럽으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영국 언론 'The Sun'에 따르면 레비 회장은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모드리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자그레브는 거래 성사를 기념해 토트넘에 5장의 모드리치 유니폼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레비 회장은 흔쾌히 자그레브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레비 회장은 본래 이적료에서 모드리치의 유니폼 5장 가격을 뺀 금액을 자그레브 측에 지불했다. 수백억이 오고 가는 이적 시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건으로 기억될만하다. 

케인의 충섬심, 조세 무리뉴 감독의 의지 등의 이유가 아닌 레비 회장의 거래 방식은 케인이 맨유로 향할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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