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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실천이 지켜지는 이때 사람도 외롭고 꽃들도 외로울 판입니다.
▲ 활짝 핀 유채꽃 사회적 거리 실천이 지켜지는 이때 사람도 외롭고 꽃들도 외로울 판입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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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요즘 제주 곳곳을 둘러보면 꽃들이 참 예쁘게도 피어 있습니다. 특히 이 시기, 노랗게 제주를 물들이고 있는 유채꽃들. 하지만 뭔가 아쉽고 답답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가 뭐길래, 봄에 우리가 누릴 것들을 한순간에 그냥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꽃들은 화려하게 꽃망울을 터뜨렸건만, 사람들은 여전히 어디로 나가기가 불안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하기에 그저 안타깝다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아예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 꽃들의 유혹에 못 이겨 마스크를 쓴 채 꽃구경 나온 사람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니까요.  

지난해 이맘 때 제주는 곳곳에서 축제의 흥겨움이 가득했더랬습니다. 봄철 축제들이 줄줄이 이어졌지요. 하지만 올해에는 유채꽃축제가 전면 취소가 되고, 유채꽃국제걷기대회, 제주왕벚꽃축제까지 모두 취소됐습니다. 사람도 외롭고 꽃들도 외로울 판입니다.
 
제주 소상공인연합회가 코로나19로 입학·졸업식과 각종 행사가 취소돼 어려움에 처한 화훼업 지원을 위한 ‘플라워 버킷 챌린지’도 시작했다.
 제주 소상공인연합회가 코로나19로 입학·졸업식과 각종 행사가 취소돼 어려움에 처한 화훼업 지원을 위한 ‘플라워 버킷 챌린지’도 시작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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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힘든 이들을 위해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의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또 다른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플라워버킷챌린지' 운동. 제주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지난 2월 말 제주소상공인연합회가 시작했습니다. 

힘든 소상공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해, 얼음을 뒤집어쓰는 대신에 릴레이로 꽃선물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입학식과 졸업식이 취소돼 힘든 제주의 화훼농가와 꽃집들을 응원하는 거죠. 또 꽃과 함께 제주소상공인들의 '임대료 내려주세요' 캠페인도 같이 합니다.

그 첫 주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였습니다. 이후 다른 사람을 지명하고 릴레이로 바톤을 받아 차례차례 꽃선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본 안에는 "힘내라 소상공인", "임대료 내려주세요"란 글귀도 적어두었습니다. 반응이 어찌나 좋은지 사람들의 참여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런 캠페인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려나 생각했었습니다. 임대인들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동참해줄 수 있을까. 착한 임대인을 떠나 그들도 다 각자 힘든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따뜻한 힘을 모아주고 있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있었습니다.
 
학원 휴원으로 가게세 걱정이 컸는데 따뜻한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 착한 임대인의 문자한통 학원 휴원으로 가게세 걱정이 컸는데 따뜻한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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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편에게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가게를 세들어 있는 임대인이 보낸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상가 임대자예요. 코로나로 인해 많이 힘드시죠? 학원이어서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신랑과 상의해서 작년 연세에서 50만원 환급해드리기로 했어요. 큰 금액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입금할게요. ^^"

이 문자 한 통에 제 가슴 속에도 꽃 한송이가 피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지만 따뜻함을 배울 수 있는 참 고마운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정말 눈물나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빨리 이 힘겨운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끝나길! 간절히 간절히 바라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착한임대인, #제주의봄, #코로나19OUT, #힘내라소상공인, #힘내라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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