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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희대의 독재자들을 경험한 대한민국 주권자들은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을 통해 '87년 체제'를 만들었다. 87년 체제는 5년 대통령 단임제가 대표하듯 대통령의 전제(專制)를 제어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87년 체제 성립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 권력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호사가들의 레토릭과는 달리 추세적으로 약화돼 왔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같은 민주정부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 약화는 한결 심해졌다.

헌법·법률이 보장한 권한을 사유화하는 권력기관들

87년 체제의 치명적인 문제점은 대통령(구심점)의 권력이 현저히 약화된 데 반해 법원·검찰·선관위 등을 위시한 비선출 권력기관들의 힘이 너무나 막강해졌다는 데 있다.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독재자들이 국가기관들을 사병부리 듯 했던 경험 때문에 87년 체제는 헌법과 법률 등을 통해 법원·검찰·선관위 등의 국가기관들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대거 보장했다. 한데 법원·검찰·선관위 등의 국가기관들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권자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기관 구성원들을 위해 사유화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하여 87년 체제의 최대 수혜자는 법원·검찰·선관위 등의 국가기관들이 됐다.

작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중인 윤석열 검찰의 조국 일가와 청와대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87년 체제의 최대 수혜자가 검찰 등의 국가기관이라는 극명한 증거다. 대통령조차 행정부의 외청에 불과한 검찰을 제어하지 못한다. 수사권·기소권을 양손에 쥔 검찰이 대통령이 아닌 주권자들을 위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를 사용하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을 오직 자신들만을 위해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국 일가와 청와대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던 윤석열 검찰은, 그러나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신천지에 대해서는 연이은 압수수색 청구 반려가 보여주듯 흡사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조국 일가와 청와대에 대해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최대한도로 사용하던 검찰이 신천지에 대해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치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검찰만이 아니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을 통해 법치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했던 법원은 양승태 이하 사법농단 사태의 주범과 종범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대부분 기각시킨 것도 모자라 사법농단의 주역들을 차례로 방면시켰다.

증거를 찾아야 유죄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는데, 증거를 찾겠다고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시켜 증거를 찾지 못하게 하니 이는 법원이 사법농단의 주범과 종범들의 무죄판결을 예비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의 독립'이 '사법부의 독립'으로 변질된 순간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불가능해지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는 사법부를 제어할 길이 없어진다.  

선관위는 또 어떤가? 공정한 선거관리와 합리적인 선거사무를 책임진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정당등록을 받아주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미래통합당의 편을 들었다.

선관위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방기하고 직무를 유기한 결과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 간에 극심한 갈등과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유권자들도 어떤 정당에 표를 던져야 할지를 두고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 갈등과 혼란의 최대 책임은 단연 선관위에 있다. 선관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봉건영주들의 전횡과 발호를 주권자들이 제어해야

근래 검찰·법원·선관위 등은 마치 독립된 정부처럼 행세하며 정당성과 합법성을 지닌 정부를 공격하고 정치에 개입하려는 기색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비유하자면 절대왕정이 물러간 자리를 봉건영주들이 차지한 셈이다. 왕을 섬기던 신민이 봉건영주를 모시는 농노로 신분이 바뀐다 해서 행복할 리 없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들인 시민들이 검찰·법원·선관위를 봉건영주로 섬기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을, 6월 항쟁을, 촛불혁명을 한 것은 결단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들인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의회의 헌법개정 및 법률개정을 통해, 일상에서의 부단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검찰·법원·선관위 등의 권력기관들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주권자들인 시민들은 검찰 등의 권력기관들에게 누가 누구의 주인인지를 똑똑히 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검찰 등의 권력기관들은 언제라도 주인을 무는 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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