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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에 가도 괜찮을까?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전체를 위축시키고 있을 때 나는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제주 한 달 살이를 강행할지 취소할지 며칠간 망설였다. 결국 떠나기로 했다. 전국에서 확진자가 제일 적은 곳이 제주라는 점을 고려했다.
 
텅빈 김포공황 3월 9일 제주로 내려오기 위해 김포공항에 들어섰는데... 공항은 예전과 많이 다르게 텅비어 있었다.
▲ 텅빈 김포공황 3월 9일 제주로 내려오기 위해 김포공항에 들어섰는데... 공항은 예전과 많이 다르게 텅비어 있었다.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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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김포공항은 얼마나 사람이 없던지 마치 청소를 막 마친 새 공항처럼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마 몇 명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영화 <감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손님이 줄어서인지 비행기값은 평소의 절반이었다. 아시아나 오후 2시 비행기였는데 2만3500원이었다.

1시간 만에 내린 제주공항 역시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제주는 처음이다. 지난 2월 제주공항 국내선 여객이 40% 줄었다던데 3월엔 훨씬 더 준 듯 했다. 나는 제주에서 한 달 동안 친구 집에 묵을 예정이어서 승용차를 렌트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제주에서 버스를 타봤다. 직행버스였는데 승객은 단 두 명이었다. 기사님은 "승객이 평소의 20%밖에 안 된다"면서 "이맘때면 엄청나게 여행객이 몰려왔는데 지금은 빈 차로 다닐 때도 있다"고 한다. 

내가 제주에서 머물고 있는 곳은 서귀포 법환포구 앞 동네이다. 서귀포 법환은 올레길 7코스에 위치해서 관광객들이 제법 있는 곳이다. 작년 6월에 왔을 때는 걷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기 역시 조용하다.

올레길 여행자센터에 근무하는 친구도 "여기로 오는 관광객도 절반 이상 줄어들어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주변 호텔들은 작년의 30% 가격에 손님을 찾고 있었다.  
 
텅빈 카페 법환 포구에 있는 텅빈 한 카페
▲ 텅빈 카페 법환 포구에 있는 텅빈 한 카페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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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오전에 동네를 걷다가 이름난 카페에 책 한 권을 들고 갔다. 브런치를 하며 책을 읽는데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눈치 보이지 않을 만큼 손님이 없다. 진짜 제주에 사람이 없구나. 나야 북적이는 거보다는 한가해서 좋지만, 카페 주인은 힘들어 보였다.

"저희는 그래도 좀 나은데, 여기저기 문 닫는 곳들이 많아요. 어서 코로나가 물러가기만을 바랄 뿐이죠."

서귀포 올레시장에 갔을 때도 제주에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1월 중순에만 해도 사람들끼리 어깨를 부딪힐 만큼 인산인해여서 속도를 내서 걷기도 힘들었는데 이번엔 문을 닫은 가게들이 제법 있었다. 천천히 걷다가 시장 끝자락 횟집에 들렀다. 세 가지 생선회를 담은 한 접시가 만원. 보통 때라면 2만 원은 족히 받아도 될 만큼 푸짐했다.
 
애월 가는 길 서귀포에서 애월 가는 길. 텅빈 도로
▲ 애월 가는 길 서귀포에서 애월 가는 길. 텅빈 도로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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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애월에 갔다. 그곳에 정착한 친구를 찾아갔더니 해풍 맞은 봄쑥을 뜯어 따뜻한 쑥전을 부쳐준다. 맛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나다. 

쑥전을 맛있게 먹은 후, 친구 지인이 운영하는 작고 아담한 카페에 들렀다. 여기도 손님이 적었다. 주인에게 요즘 장사 어떠냐고 묻기도 미안하고 조심스럽다. 그런데 주인이 뜻밖의 말을 한다.  

"어제 엄청난 주문이 들어와서 밤새 로스팅을 했어요. 한 개인이 백만 원 어치를 주문했어요."

이 어려운 때 누가 그런 엄청난 주문을 한 것일까?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애쓰는 대구의 의료진들에게 보내고 싶다고 한 분이 그렇게 많은 드립백 커피를 주문한 겁니다. 고생하는 대구 의료진들 드릴 생각에 정성을 다해 밤새 작업했어요."
 
커피 드립백 100박스 익명의 선행자에 의해 대구 경북 지역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을 위해 준비된 커피 드립백 100박스
▲ 커피 드립백 100박스 익명의 선행자에 의해 대구 경북 지역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을 위해 준비된 커피 드립백 100박스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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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주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카페에서 돌아오는 길, 해풍 맞고 올라오는 봄쑥들이 길가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 있다. 저 강한 생명력! 코로나19로 힘든 모든 사람들이 저 봄쑥처럼 생기를 되찾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제주에는 사람이 없지만 따뜻한 봄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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