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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사태를 재난이라고 합니다. 그 재난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금융당국이 3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던 전화영업(TM, 텔레마케팅)을 한 달 앞당겨 허용하기로 급선회하면서 한 치 앞도 못 본 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불안 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렸지만, TM 영업 중단에 따른 텔레마케터들의 고용 불안과 생계 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강경 모드에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금융회사 콜센터가 텔레마케팅이 전면 금지됨에따라 영업을 하지 못한 채 텅 비어있다. 2014.2.7
  서울시내 한 금융회사 콜센터 (자료사진)
ⓒ 연합뉴스

좁은 공간에 붙어 있으며,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인 콜센터 업종은 실제로 전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업무적 특성 외에도 콜센터가 주 감염원으로 둔갑한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고용형태에서부터 업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까지,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안전이 콜센터에서는 쉽게 박탈되기 때문이다. 왜 콜센터 상담사들에겐 재택근무도, 추가 휴무도, 충분한 휴식도 허락되지 않을까?  

"안녕하십니까 OO 전자 김우정입니다"라고 인사하지만 난 실제 OO 전자 직원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고객 응대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를 소개할 때, "OO 전자에 다닌다"보다는 "콜센터에서 일한다"고 말한다. 나는 콜센터 파견업체에 채용된 파견업체 직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도 OO 전자 한 장, 파견업체 한 장, 총 두 장을 썼다. OO 전자에서 나를 왜 직접 뽑지 않았을까? 파견업체를 통한 콜센터 운영이 훨씬 많은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 파견업체 직원에게 비용이 투여되는 재택근무와 장기휴가를 줄 리 만무하다.

구로 콜센터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 이후에도 우리 센터에서는 "시스템 구축이 덜 되었다"는 이유로 재택근무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고, 발열로 인해 병원을 가거나 마스크 구입을 위해 약국을 방문하기 위한 시간을 빼기도 어렵다. 

파견업체 간 경쟁... 상담사 업무만 과중 

원청 대기업은 콜센터 파견업체와 매년 재계약을 맺는다. 파견업체는 재계약 하려고 용을 쓴다. 파견업체가 계속 존재하느냐는 원청 대기업과의 재계약이 결정한다. 재계약을 위한 실적, 이윤을 위한 비용절감에 혈안이 된 파견업체에 노동자의 건강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현 사태에서도 어떻게 '적은 비용으로', '원청에 보고할 만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려대상일 것이다.

더 나아가 원청은 파견업체끼리 경쟁을 시켜 아주 싼값에 상담 인력을 고용하고, 업무를 관리한다. 실제 경쟁 파견업체 상담사끼리는 사이가 좋지 않다.

"00(경쟁 파견업체) 소속 상담사가 잘못한 거네? 오처리 찍으세요."

경쟁 파견업체가 실수를 하면 웬 떡이냐 하고 달려들어 본사에 보고한다. 매일 몇 콜을 받는지, 어디가 고객 불만을 잘 방어하는지 등 여러 평가 기준을 정해놓고 매년 파견업체를 정하기 때문에 매일 매일이 경쟁이며, 그 경쟁에 대한 부담은 상담사에게 전가된다.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의 원청인 '에이스 보험' 또한 "용역비를 이미 지급하여 실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파견업체끼리 경쟁시키고 문제가 생기면 원청은 빠져 있는 상황은 전국의 어떤 콜센터를 가나 똑같다.  

구로 상담사가 발열 증상을 계속 겪고 있었음에도 며칠간 출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싶었다. 철저하게 성과급제로 이루어지는 콜센터는 나의 휴식 시간과 총 통화 시간이 초단위로 기록이 돼 내 성과에 반영된다. 관리자에게 끊임없이 쪽지가 온다.

"통화시간 너무 길어요, 쓸데없는 말 많이 하지 말고 짧게 끊으세요."
"100콜 이상은 나와야 되는데, 오늘 놀았습니까?" 


나의 1분 1초를 누군가가 지켜보고 감시하고 있다. 발열 증상이 있어도 의무실에 잠시 갔다 오는 시간이 내 성과가 된다면? '한 콜만 더 받고 가야지'라는 생각이 계속되었을 수도 있다. 한정된 인원이 하다 보니, 연차 한 번을 쓰려고 해도 관리자에게 한 달 전에 보고해야 한다.

최소 인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내가 쉬면 누군가 추가로 일해야 하니 연차를 쓸 엄두가 안 난다. 사실상 업무를 맞바꾸는 것이 아니면 추가 연차가 허용되지도 않는다. 상담사가 한 콜이라도 더 받아야, 하루라도 덜 쉬어야 파견업체의 실적이 올라가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평소와 똑같이 주말근무까지 한다.  

최근 공적마스크를 살 사람들을 위해서 마스크 입고시간에 맞춰 점심시간을 조정해준다는 관리자의 말에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했다가 스스로 놀랐다.

'감사하다니? 마스크를 쓰고 상담하라는 강제조항이 있는데 일괄 지급도 안 해주면서!'

당연한 권리인 내 건강이 관리자에게 감사한 일이 되고 있었다. 엄격한 관리 통제 시스템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져서, 내 권리가 박탈 당해도 조용히 일 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구로 상담사가 발열이 지속되어도 출근을 했던 것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나에게도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찾아올 수 있구나 싶어 여러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성과와 이윤을 위한 일상적인 통제와 관리·감독은 상담사의 건강과 권리를 빼앗고 말 그대로 '콜 받는 기계'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이 겪어온 수많은 코로나19

어디 콜센터뿐이겠는가. 얼마 전 쿠팡 노동자의 산재사망 사건이 있었다. 그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서 너무 비인간적이고 힘들다"라는 말을 가족에게 줄곧 해왔다는 기사를 보고 재난이 얼마나 비정규노동자들에게 엄혹한지 가슴이 미어졌다.

이윤이 중심인 사회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이윤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며, 재난 상황에서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하길 요구하는 이 상황이 정말 잔인하게 여겨졌다. '콜 받는 기계', '배송하는 기계'는 재난 상황에서 더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 오늘은 코로나19지만, 재난은 지금껏 형태와 이름을 바꿔 비정규노동자들을 공격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제위기,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업주들의 대응, 위험의 외주화, 4차산업혁명에 동반된 권리없는 플랫폼노동의 확산 등.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코로나19를 겪어왔다.

유럽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파업을 한다는 뉴스와 내가 소속된 파견업체 주가가 거래량 증가로 5%나 올랐다는 뉴스가 번갈아 보였다. 이윤에 잠식되어가는 나의 삶, 비정규 노동자의 삶을 이 나라에선 어디서부터 바꿀 수 있을지 고민스러워진다.

덧붙이는 글 | 김우정님은 김용균재단 회원, 콜센터 2년차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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