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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가 속해 있는 우주와 지구라는 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바로 이 땅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무'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레이첼 서스만이라는 작가가 사진과 함께 정리한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기록 <위대한 생존>이에요.
 
오래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세상의 주인인 오래된 나무에 대한 여정입니다.
▲ 오래된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세상의 주인인 오래된 나무에 대한 여정입니다.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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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남극의 얼음과 시베리아의 동토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곳곳을 찾아가서, 수천 년이 넘게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이 책에 소개된 가장 어린 나무가 2천 년을 살아냈고, 가장 오래된 식물은 자그마치 60만 년을 살아냈다고 합니다.
 
40억 년 전의 지구를 본다면 우리는 그게 지구인지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때의 지구에는 대륙도 없었고 산소도 거의 없었다. 생명체가 언제 처음 출현했는지, 또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우리 행성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했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알고 있는데, 35억 년 전에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나타나서 지구의 대기에 산소를 채우는 막중한 과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지구에 첫 다세포 생물이 나타나기까지는 그로부터 30억 년이 더 지나야 했다. - p.266

우주의 시작은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지만 137억 5천만 년 전 빅뱅과 함께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지요. 아무것도 없던 공간의 캄캄한 어둠을 환하게 밝힌 커다란 빛, 그 빛과 함께 우리가 살아갈 터전이 만들어진 거예요.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그 후로도 100억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나타났습니다만, 그때의 지구는 지금의 우리가 사는 곳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거예요. 절대적으로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기조차 없었던 원시의 지구에, 짜잔 하고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나타났다는 겁니다.   

시도때도 없이 운석이 충돌하던 지구에 대기를 형성하고 지금의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도록, 산소를 만들어내는 임무를 수행한 것이 '스트로마톨라이트'랍니다.

산소를 만들어내고 대기를 채우는 일을 혼자서 30억 년이나 하고 나서야 지구에는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등장했다고 하네요. 그 오래도록 외로웠을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영화 <월-E>(2008)에서 인간이 떠난 지구에서 끝도 없이 쓰레기를 치워야 했던 로봇 '월-E'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원시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지금도 서부 오스트레일리아 주의 카블라 스테이션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상상할 수도 없는 세월을 살아낸 생물들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구를 지키는 신이 그들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외롭게 고된 노동을 견뎠던 스트로마톨라이트 덕분에 지구에는 생명체가 태어나기 시작했고, 나무는 60만 년 전에 생겨난 시베리아 방선균을 거쳐서 8만 년 전에 태어난 판도로 이어집니다.

가깝게는 일본의 야쿠시마 섬에서 2천 년이 넘게 살고 있는 조몬 삼나무로부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바오밥나무까지, 책에 담긴 총 30종의 오래된 식물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들의 지켜보았을 인간의 역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영국의 교회 마당에서는 오래된 주목을 쉽게 볼 수 있다. 많게는 500그루나 되는데, 교회 건물보다 더 오래된 나무들이다. 나무가 먼저 왔고 그 다음에 교회가 온 것이다. ... 스코틀랜드에 있는 포팅갈 주목과 웨일즈에 있는 란저니우 주목은 둘 다 2,000살이 확실히 넘었다. 기독교보다 더 오래된 것이다. - p.145

이 나무는 크레타 섬의 자랑이다. 서구 문명의 기초가 된 고대 그리스 문명을 지켜보았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작고 조용한 마을 아노 보우베를 넓은 세상과 연결해 준다. 4년마다 이 나무에서 가지를 꺾어서 올림픽 월계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첫 올림픽이 열린 해는 기원전 776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는 속이 비어있기 때문에 코어 샘플을 채취해 나이를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나무가 정말로 3,000살이라면 첫 올림픽의 성화가 올랐을 때 이미 200살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올림픽 선수들도 이 나무도 엄청난 끈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끈기의 시간 규모는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 p.167

 

인간의 수명과 비교하자면, 지구를 지켜온 '오래된' 나무들은 놀랍도록 오랜 세월을 지구의 곳곳에서 살아왔어요. 영국의 교회 마당에서 살고 있는 주목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부터 그곳에 있었고, 그리스 크레타 섬의 올리브 나무인 아노 보우베는 첫 번째 올림픽이 열린 해에 이미 200살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 올리브나무는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마라톤 승자의 머리에 얹힐 월계관을 만들기 위해, 가지를 기꺼이 내어준다고 하네요. 올해는 코로나19로 개최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올림픽이 열린다면 3천 살이 넘은 올리브 나무의 새 가지 하나가 누군가의 머리 위에 씌워지겠네요.

놀랍지 않나요? 인간이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을 그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굉장히 긴 수명을 가진 생물들은 우리가 영원이라는 거짓 감각을 믿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변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장기적인 생각 없이 현실의 일상에 쉽게 파묻혀 버린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해서 불멸인 것은 아니다. … 무엇이 상원의원 나무를 죽게 했느냐고? 필로폰에 취해 공원에 몰래 들어와 나무 안으로 몰래 들어간 20대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마약을 더 잘 보려고 성냥을 켰고 갑자기 상원의원 나무의 몸통은 굴뚝이자 땔감이 되었다. - p.96
 

작가가 이 책을 정리하는데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기록을 남기는 동안 벌써 두 종의 오래된 나무가 사라져 버렸다고 해요. 모두, 인간의 실수 때문에요. 그들에게 인간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그들을 함부로 대하고, 우리의 욕망을 위해 예의 없이 마구 써버려도 되는 것인지 계속 되묻게 됩니다. 어쩌면 인류의 보잘것없는 역사는,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요.
 
잘려진 나무의 선명한 나이테 나무가 이 곳에 오기 전 몇 년을 살았고, 여기에 온 후 계절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든게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미안하네요.
▲ 잘려진 나무의 선명한 나이테 나무가 이 곳에 오기 전 몇 년을 살았고, 여기에 온 후 계절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든게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미안하네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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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가 살고 있는 동네의 40년이 넘는 커다란 나무들이 갑자기 뿌리째 뽑혀져 나갔어요. 분명히 이유는 있었을 테지만, 오랜 세월 힘들게 가지를 뻗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을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봄날의 새순을 준비하던 잔디밭을 짓밟고 올라온 중장비는, 몸집보다 수십 배나 큰 나무의 가지를 성큼성큼 부러뜨리더니 급기야 몸통을 잡고는 뿌리째 뽑아 버렸어요. 아! 나무들이 그곳에서 살아왔을 세월을 그렇게 쉽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요?

분명 가지가 부러지고 몸통이 비틀리고, 뿌리가 뽑혀져 나가는 그 모든 과정 동안, 그들은 '살아있었을' 텐데요. 지켜보는 내내, 그들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서, 너무나 괴롭고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미안합니다.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던 하늘은 앞으로 200년간 빈다. 소나무는 이제 재목이 되었다. 소나무를 쓰러뜨린 사람은 하늘을 파괴했다. 봄이 되어 머스케타퀴드 강둑을 다시 찾아온 물수리는 앉아서 쉴, 익숙한 나뭇가지를 찾아 빙빙 맴돌아도 못 찾을 테고, 매는 새끼들을 지켜줄 만큼 우뚝 솟았던 소나무들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200년에 걸쳐 차츰차츰 하늘을 향해 자라며 완성된 식물 하나가 오늘 오후에 사라졌다.

왜 마을 종은 애도의 종소리를 울리지 않는가? 애도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거리에, 숲길에 애도 행렬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다람쥐는 다른 나무로 뛰어갔다. 매는 빙빙 돌며 점점 멀어져 새로운 둥지에 자리를 잡았지만 벌목꾼은 그곳에도 도끼질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소나무의 죽음> 중

 
 
이렇게 커다란 나무도 사라졌습니다.  얼마나 큰 나무인지 알리고 싶어서, 나무를 안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까마득하게 높은 이 생명체에 대한 예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요?
▲ 이렇게 커다란 나무도 사라졌습니다.  얼마나 큰 나무인지 알리고 싶어서, 나무를 안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까마득하게 높은 이 생명체에 대한 예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요?
ⓒ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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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사라진 나무들이 서 있던 곳에서 잠시라도 애도를 해야겠습니다. 인류는 언제쯤 자연을 소중하게 여길까요? 아무리 애를 쓴다고 해도 태양계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별은 지구뿐인데 말입니다.

<위대한 생존>의 저자는 국제기구가 이들을 보존해야 하는 유산으로 지정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절대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당당한 주인이니까요.

책 정보 : 세상에서 가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위대한 생존> 레이첼 서스만/김승진 옮김, 윌북/ 이 책은 최근 동네책방 주인 추천으로 구입했습니다. 2015년 출간했는데, 온라인 서점에서는 절판이라고 나오네요. 발품을 팔아서라도 구해서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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