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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이러다 말겠지 싶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정도겠지 했다. 그러나 지금 은퇴자인 나의 일상은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와 완전히 차단되고 말았다. 

그동안 교회는 내 생활의 일부를 차지해 왔다. 일요일에 정기예배를 드리고 난 뒤 저녁이면 또 산책 삼아 교회에 갔다. 겟세마네 기도회 또는 우리 교구 예배 등 교회의 일정과 함께 나의 일상이 돌아갔는데 코로나19의 여파로 교회의 모든 예배가 중지되니 자연히 내 생활도 정지된 듯싶다.

나의 '놀이터'도 휴장이다. 나는 주로 오전에 별일 없으면 마사회의 탁구장에 가서 놀고는 했다. 은퇴자들과 같이 탁구를 치고 또 이야기도 하고 같이 점심 식사도 하며 보냈는데 탁구장이 기약 없이 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나의 사무실이라 생각하고 자주 이용했던 도서관도 모두 휴관이다. 도서관뿐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박물관, 시립미술관 등도 가 보니 운영을 중단하고 공사 중이었다.

그리고 사회적인 단절이 찾아왔다. 평소에는 각종 동호회, 친목 모임으로 하루를 보내고는 했다. 그런데 각종 일정들도 다 취소됐다. 2월에 취소할 때는 다음 달에는 하겠지 싶었는데 3월까지 취소라는 연락을 받았다.

자연스레 사람과의 대면은 멀어지고 SNS에 접속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새로운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 주로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자연히 생활비는 적게 든다. 움직이면 돈인데 가만히 집에만 있으니 절약이 절로 된다. 우리 같은 사람이 안 쓰게 되니 자영업 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사회는 다 연결돼 있는데 경제적으로 다 같이 쓰러지는 도미노 현상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다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시기인 것처럼 은퇴자들도 상황이 팍팍하긴 마찬가지다. 은행 금리가 낮으니 많은 은퇴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태고자 주식 관련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항상 주가가 내려갈 것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 왔지만 이렇게 폭포수 떨어지듯 폭락할 줄이야.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긴 하지만 마음은 심란한 요즘이다.

새롭게 깨달은 일상의 재미와 소중함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몇 가지 좋은 점은 있었다. 주로 사람들은 생활용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한다고 하나 나는 시골의 처가를 이용한다. 시골에 혼자 사시는 장모님을 자주 찾아뵙는다. 그리고 장모님이 굽은 허리로 재배하신 채소 등을 갖다 먹는다. 처가에 오면 바이러스에 따른 걱정은 사라진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우리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코로나19가 발병하기 전까지는 아내는 교회 일에 매달렸었다. 주로 교회의 프로그램과 함께 아내의 시간은 돌아가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풀 꺾이며 맞이한 주말인 15일 오후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에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풀 꺾이며 맞이한 주말인 15일 오후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에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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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이러스가 교회의 프로그램을 멈춰 세웠다. 자연스레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됐다. 답답할 때면 둘이 산에 간다거나, 처가에 간다거나, 캠퍼스에 가서 운동장을 돈다. 엊그제는 아내와 같이 영산강 승천보에 가서 승천보 공원길을 한 바퀴 산책했다. 들판은 바이러스로 인한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새싹들이 흙을 뚫고 올라오며 봄임을 알리고 있었다. 

또 하나, 은퇴 이후 배운 취미가 제 역할을 발휘했다. 은퇴 이후 글을 쓰고, 미디어 영상편집과 기타를 배웠다. 전부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다. 누가 불러주지 않아도 찾아주지 않아도 이런 취미와 함께 사니 외로움에 잠식될 틈이 없다.

집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으면 정신 건강에 무척 안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글을 쓰거나 어떨 때는 기타를 튕기고 영상편집을 하니 금방 시간이 가버린다. 내가 은퇴하면서 취미 세 가지를 정하고 배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마비되는 사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과학과 의료가 발전했으니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그런 일은 없을 줄로만 알았다. 자연 파괴, 생태계 파괴가 먼 미래의 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깝게 와 버렸다. 

정말 이제는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 정치인들도 극심한 기온 변화, 바이러스 전염 등 생태계 파괴로 인한 세계적 문제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백신이 나와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질 않기를 바란다. 평범한 지난날들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이제야 깨달았다. 감염 확산세가 하루빨리 사그라들어 모두 자신만의 공간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릴 뿐이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이웃들은 즐겁게 장사를 하고 나같은 은퇴자들도 다시 다 같이 모이는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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