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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출신의 작가·경영인인 롤프 도벨리는 자신의 책 ‘뉴스 다이어트’에서 올바른 뉴스 소비법을 제시한다.
 스위스 출신의 작가·경영인인 롤프 도벨리는 자신의 책 ‘뉴스 다이어트’에서 올바른 뉴스 소비법을 제시한다.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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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한 사실이 하나 있다. 매일같이 날아오는 뉴스는 쓸모가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유해하다는 것이다."

뉴스가 쓸모없고, 심지어 유해하다니 꽤 도발적이다. 그러나 주요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신문 방송할 것 없이 '속보' '단독' 등의 머리말을 달아 쏟아내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최근 핫이슈인 '코로나19' 관련 뉴스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위스 출신 작가 롤프 도벨리는 이렇게 뉴스의 해악성을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도벨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당장 뉴스를 끊으라고 채근한다. 그의 주장은 지금 소개하려는 책 <뉴스 다이어트>(원제 : Die Kunst des digitalen Leben)에 담겨져 있다. 

저자는 제법 강한 어조로 뉴스를 끊으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쉽게 와닿지 않는다. 뉴스를 봐야 세상 돌아가는 걸 알 텐데, 뉴스를 끊으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외톨이가 될 것만 같아서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날마다 습관적으로 뉴스를 소비하면 현실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뉴스의 해악성을 설명하기 위해 교량 붕괴사고를 예로 든다. 붕괴사고가 났을 경우 현장에 출동한 기자는 무엇을 보여줄까? 분명 사고를 당한 자동차나 앙상하게 골격만 드러낸 다리에 주목할 것이다. 

다른 예를 찾을 것도 없다. 당장 성수대교 참사가 떠오르니 말이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 당시 각 언론 매체는 성수대교 교각의 흉물스런 몰골을 앞 다퉈 보여줬다.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사고가 벌어졌을 때, 그 나라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교각 혹은 붕괴사고를 당해 처참하게 찌그러진 자동차에 주목할 것이란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다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이렇다.
 
"실제로 우리와 밀접한 것은 바로 다리다! 우리는 다리의 구조적 안정성에 주목해야 한다. 붕괴한 다리와 설계 구조나 건축 자재가 같은 다리가 또 있는지, 그렇다면 그 다리들은 어디에 있으며 현재 상태는 어떠한지,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 본문 47쪽. 

여기서 의문이 든다. 왜 언론은 구조적 원인을 묻기보다 참혹한 사고현장에 주목할까? 저자의 답은 이렇다. 
 
"다리 위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는 언제든 교량붕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중략) 하지만 매체들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늘 찌그러진 자동차를 중심으로 사고를 보도한다. 이유가 뭘까? 종잇장처럼 구겨진 자동차는 놀라우리만큼 참혹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 안에 있는 모든 운전자는 나름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뉴스 매체들은 사고 현장의 자동차와 그 안에 탑승한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자극적인 뉴스로 생산돼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 본문 48쪽

뉴스가 테러를 작동시킨다? 

대형참사를 소재로 자극적인 뉴스를 생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언론의 속성은 보다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심각한 결과란 바로 테러리즘이다. 

저자는 뉴스가 테러를 작동시킨다고 잘라 말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테러리즘은 뉴스 매체 덕분에 작동한다. 테러리스트들의 실제 무기는 폭탄이 아니라, 폭탄이 유발하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이라는 위협은 폭탄보다 막대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뉴스 매체다. 뉴스 매체는 테러리스트가 유발하는 두려움을 대중이 직접 느끼도록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 본문 103쪽 

저자가 뉴스의 해악성을 설파하고 있지만, 모든 뉴스가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저자가 경계하는 건 '한 입 거리의 사소하고 얄팍한 뉴스'다. 얄팍한 뉴스 소비는 설탕이나 술, 패스트푸드, 담배가 일으키는 부작용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이들 기기들은 뉴스 속보가 뜰 때마다 부지런히 알림음을 낸다. 

그러나 이렇게 뜬 속보가 정말 의미 있는 정보였던 적은 별로 없었다. 되려 눈살을 찌푸린 기억이 더 많았다. '○○○가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한 종편 언론의 단독보도가 대표적이다. 저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런 뉴스는 정말 해롭다. 

그러나 저자가 모든 뉴스를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깊이 있는 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권한다. 저자는 두 종류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진실을 밝히고 사건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보도'가 동반될 때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이는 단순히 '보고'하는 뉴스 리포팅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에게는 2가지 종류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사실과 폐해를 낱낱이 보도하는 '탐사 저널리즘'과 큰 그림을 그리며 배경과 내막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해석 저널리즘'이다." - 본문 188쪽 

이 책 <뉴스 다이어트>가 나오기 이전에도 탐사 보도와 맥락 보도는 신뢰도가 추락한 속보 중심 언론의 대안으로 일찌감치 거론돼 왔다. 이 점은 뉴스 생산자 쪽도 모르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탐사 저널리즘과 해석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 언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광고 유치를 위해선 클릭수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언론환경이 탐사 보도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이다. 저자가 아예 뉴스 소비를 끊으라고 조언하는 것도 개인이나 단체가 언론 산업과 맞서 싸워본들, 이기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소비 중단 말고 소비자가 택할 선택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 <뉴스 다이어트>는 비단 뉴스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뉴스생산자, 특히 한국 주류 언론은 탐사 저널리즘과 해석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고민이 없이 그저 지금의 시스템대로 기사를 만들어 퍼뜨린다면, '기레기'란 비아냥 섞인 비판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단언한다. 

뉴스 다이어트 - 뉴스 중독의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법

롤프 도벨리 (지은이), 장윤경 (옮긴이), 갤리온(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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