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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는 일과 자기 자신으로 사는 일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일까. 부모가 되기 전엔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다. 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의 주인공 희은이 그랬던 것처럼 나또한 부모의 책임감을 '욕망'했으니까. 나의 아버지 또한 희은의 아버지처럼 무책임한 사람이었기에 그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부모는 실패했던 '좋은 부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아이를 가졌고 낳았고 기르고 있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 문학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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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주는 행복은 내 인생에서는 경험해본 적이 없는 종류의 행복이었다. 이런 행복을 내가 누려도 될까? 늘 의심하게 되는 행복.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릴까 봐 너무 두려운 행복. 하지만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해 져야 할 책임은 무거웠다.

임신과 출산의 고통, 육아의 고됨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사회와 단절되어야 했던 시간. 남편은 남편대로 이제 자신을 포함한 세 식구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짓눌렸을 것이고 난 나대로 난생 처음 경험해 본 고립감에 당황했고 또 많이 우울했다.

아이가 18개월이 되었을 때 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출퇴근에만 3시간이 걸렸고 어느 회사나 그렇듯 스트레스 요인은 가득했으나 육아보단 나았다. 내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다.

아직 많이 어린 아이가 11시간 가까이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지만 난 계속 일을 하고 싶었고,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보다 강하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나는 쭉 회사를 다녔고 아이는 어느덧 5살이 되었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알게 되면서 육아는 조금씩 덜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시간은 부족하다. 나에게 자기 자신으로 사는 일이란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삶이다.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 하지만 부모가 되니 번번이 제약이 걸렸다.

매번 남편의 양해를 구해야 하고 내가 개인 시간을 가진 만큼 남편에게도 시간을 주어야 했다. 아이와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늘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

자기 자신으로 살수 없는 삶에 대해 소설 속 희은과 정민이 택한 해결책은 이혼이었다. 희은에겐 처음부터 결혼이란 제도가 맞지 않았다. 아이 때문에 결혼한 것이었고, 자신이 가장의 역할을 해야 했고, 꿈을 포기하고 육아에 얽매인 남편을 보며 죄책감을 느껴야했던 희은에게 이혼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각자가 진 짐이 너무 무거워 서로의 고통이 미워지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이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이긴 불가능해 보였다. 정민의 "나를 힘들게 하는 이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나도 죽고 싶다"란 메모도 깊은 우울감에서 나온 것이었겠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만큼의 사랑과 신뢰가 희은에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아 보였다.

더 많은 자유를 갈망할 때마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 질문이다. 난 이미 아이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를 너무 사랑함에도 내 모든 시간을 아이를 위해 쓸 수 없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가진 여러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니까. 책임을 다하는 것과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삶 사이의 균형은 많은 부모들의 화두일 것이다. 희은과 정민은 그 균형을 잡는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균형을 위해 다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관계가 있고 나 자신을 지워버리는 관계가 있다. 희은은 초록과 자신의 관계가 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선택했다. 정민과의 관계는 후자임을 깨닫고 헤어짐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론내린다.

부모의 책임은 무겁고 자유를 제한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몰랐던 내 모습을 끄집어 내 주기도 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여정이 되기도 한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부모 자식의 관계는 무를 수 없고 부부 관계는 무를 수 있다는 그 새삼스러운 사실을 난 소설을 통해 확인했다.

무를 수 있든, 없든 그 두 관계 모두 어떻게든 소중히 지켜내고 싶다는 내 간절한 소망도 함께.

덧붙이는 글 | 이상문학상 저작권과 관련해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것이 밝혀지면서 2019년에 대상을 받은 윤이형 작가님은 얼마전 절필을 선언하셨습니다. 이 문제가 모든 작가님들의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해결되길 바라며, 아울러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님의 마음을 충분이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작가님의 소설을 꼭 다시 읽고싶다는 소망을 덧붙입니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문학사상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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