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영된 '배철수 잼'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배철수 잼'의 한 장면 ⓒ MBC

 
"신승훈이라 쓰고 발라드의 황제라고 읽는다"

싱어송라이터 신승훈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90년 11월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수록된 1집을 시작으로 '보이지 않는 사랑', '널 사랑하니까', '그 후로 오랫동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I Believe'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으며 어느덧 그는 대한민국 발라드의 상징적 존재 중 한 명이 되었다.

지난 음악인생 30년 발자취를 자축하는 전국 순회 공연, 기념음반 발표를 앞두고 신승훈은 오랜만에 TV를 통한 팬과의 만남도 시작했다.  Mnet < 내 안의 발라드 > 첫회 멘토를 비롯해서 KBS < 불후의 명곡 >에 이어 지난 16일엔 MBC < 배철수 잼 >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더불어 'I Believe', '오랜 이별 뒤에' 등 명곡 라이브를 선사했다. 

우여곡절 많았던 방송 데뷔​
 
 지난 16일 방영된 '배철수 잼'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배철수 잼'의 한 장면 ⓒ MBC

 
1집 음반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신승훈이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기획사에 데모 테이프 돌리면서 어렵게 데뷔의 기회를 마련했지만 결막염, 걸프전 발발, 구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 내한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TV 출연 기회는 번번이 무산되었고 수개월이 지난 1991년 4월이 돼서야 본격적인 방송 활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

요즘 소위  '기계픽 발라드'로 지칭되는 사재기 의혹 가수들의 근본 없는 1위 등장과는 대비될 만큼 신승훈은 조금씩 인지도를 얻으면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다.  

대학가 음악다방, 길거리 불법 테이프 판매 인기 일순위 가수였던 그는 뒤늦은 TV 무대 입성에도 불구하고 각종 순위 1위에 오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재능을 눈여겨본 '가왕' 조용필의 칭찬 속에 착실히 성장한 신승훈은 발라드 가수로는 보기 드물게 7연속 음반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 골든디스크 10년 연속 수상, 14주 연속 방송 순위 1위('보이지 않는 사랑') 등 각종 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조금 못해도 (음악을) 갖고 놀 줄 알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16일 방영된 '배철수 잼'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배철수 잼'의 한 장면 ⓒ MBC

 
​모처럼만의 TV 출연이지만 신승훈은 여전히 유쾌함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무명의 통기타 가수 시절부터 조용필, 이문세, 이승철, 김형석 등 동료 선후배 음악인들과 얽힌 추억담, 각종 일화를 들려주며 지난 30년 신승훈의 가수 인생을 즐거운 마음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대화 중간마다 진행된 명곡 라이브는 발라드 황제 다운 무대를 선사했다. 진행자 배철수와의 격의없는 대화 속에 방송 말미 그는 "신승훈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다소 뻔한 질문이지만 이에 대한 신승훈의 대답은 제법 신중했다.  

그는 "예전엔 구구절절 설명했지만 이제는 섣불리 이야기 못하겠다"면서 "잘하는 게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조금 못해도 갖고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배철수의 말처럼 이미 최고의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기에 가능한 표현처럼 들려왔다.  

이날 방송은 '적절한 초대 손님 + 좋은 음악'이 만나면서 토크쇼 존재 의미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신승훈 데뷔 30주년이라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기회였다. 잠시 잊고 지내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 배철수 잼 >은 즐거움이 넘치는 1시간 가량의 음악 선물을 안방까지 전달해줬다.  

​신곡 '이 또한 지나가리라' 공개... 발라드 명인의 위로
 
 신승훈 '이 또한 지나가리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신승훈 '이 또한 지나가리라'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도로시뮤직

 
"괜찮아질 거라 위로하는 게 아냐 / 나도 걸어 온 길인 걸 / 거친 세상을 두려워 마
(중략) 지금 아프다면 / 너의 계절이 오는 거야 / 거친 바람은 그렇게 꽃을 피운다"


때마침 방송 당일엔 신승훈의 30주년 기념 음반 < My Personas > 선공개 싱글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발표되었다. 어쿠스틱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선율을 전면에 등장시키는 등 발라드에 기반을 두면서도 모던 록 성향을 첨가해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는 유연함을 이 곡에 녹여냈다.  

힘들이지 않으면서 툭툭 내뱉는 신승훈의 목소리에는 세월이 만들어준 여유로움이 뭍어나면서 동시에 청년 시절의 패기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특히 작사가 양재선('I Believe')과 함께 만든 노랫말은 어려움을 겪는 요즘 시대 사람들을 격려하기에 충분했다.    

​LP와 카세트테이프, CD의 시대를 거치는 동안 신승훈의 노래는 그 시절 우리들에겐 큰 힘이 되어준 존재였다. 시간과 세상은 변했지만 그가 음악 속에 담아낸 위로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함을 지녔다. 다시 한번 신승훈 음악 인생 30년을 축하하며 앞으로 변함없이 좋은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신승훈 배철수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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