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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양사 위주로 역사를 배운다. 그들의 역사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우리가 사는 나라와 체제가 서양에서 비롯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중요도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다른 지역의 역사에 대해 배우지 못하거나 잊기 쉽다.

아프리카의 역사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 그나마 아프리카 중에도 북아프리카 지역은 비교적 역사의 조명을 많이 받은 편이다. 카르타고는 로마와 전쟁을 벌였고,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요람이었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 인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식민 제국이 성립한 후의 불우한 역사나 현대사의 내전이 주로 주목을 받았을 뿐이다. 오랜 식민 통치의 후유증과 인종 간 갈등으로 인해 이미지도 좋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아프리카에도 사람이 역사를 만들면서 살아왔다.
 
황금코뿔소의비밀
 황금코뿔소의비밀
ⓒ 프랑수아자비에포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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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코뿔소의 비밀>은 2013년 프랑스 역사학대회 그랑프리 수상작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프리카의 중세사를 다루는 역사 교양서다. 구체적으로는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사하라 인근과 이남의 아프리카의 역사를 다룬다. 이집트 남부의 누비아와 에티오피아, 모로코의 베르베르인, 고대 가나 등 다양한 지역의 역사를 조금씩 할애해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사하라 인근의 아프리카 사람들도 역사와 문명의 교류에서 배제된 존재가 아니라 국제적 네트워크의 분명한 한 축이었을 설명한다. 사하라 이북의 아프리카에서는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금을 교역했다. 그들은 거래 과정에서 어음을 쓰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했다. 또한 그들은 남쪽에 이슬람교를 전파하고 정보를 전달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인들은 북쪽과 교류하면서도 나름의 문화와 신앙을 유지하며 무역 체제를 구성했다고 한다. 많은 백성들이 이슬람교를 따르지 않았다. 주된 이슬람교 개종의 대상은 왕과 귀족층이었다. 사회 상위층은 진심으로 이슬람교를 믿고 개종했다.

상위층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인 이유는 그로부터 보장되는 사회적 자원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슬람교를 받아들이면 공통 언어인 아랍어를 배우고, 같은 언어와 세계의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때문이었다. 개종은 다른 상인들에게 보장을 제공했는데, 그 보장은 바로 개종한 나라는 장사하기가 좋은 나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슬람 신앙은 독점적이지 않았고,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백성들도 다수를 차지했다. 어떤 왕은 이슬람 교리는 배우면서도 금지사항은 배우지 않으면서 공식 종교와 토속 종교 사이에서 백성들을 만족시켰다고 한다.

주된 금의 교역지는 사헬 인근의 가나였다고 한다. 고대 가나의 왕은 외삼촌에게서 왕위를 계승했는데, 이는 북아프리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관습이었다. 다른 지역과 다른 나름의 문화권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나인들은 금을 교역하면서 어마어마한 이윤을 남기며 다른 세계와 연결되었다.
 
"왕이 궁전 안에 30리브르 나가는 금덩어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신이 내린 천연 황금이다. 불에 녹여 연장으로 두드려 만든 금괴가 아니다. 그런데 구멍을 뚫어 왕의 말을 잡아매는 데 쓰고 있다.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정말 신기한 일이다." -84P
 
그러나 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고대 가나라는 나라에서 황금이 모래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당근처럼 자라서 해가 뜨면 캐낸다고 썼다고 한다.
 
"하나는 우기가 끝날 때 사막에서 자란다. 잎은 겨이삭 속과 비슷하고 뿌리가 금이다. 다른 한 종은 일 년 내내 자란다. 돌이나 자갈 비슷한 금 뿌리를 구덩이를 파서 캔다." -148P

한편 이집트의 남쪽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면서 살아갔다고 한다. 인근 지역에서 이슬람교가 크게 유행했음에도 그와 달리 자신들의 믿음을 지킨 것이다. 이들 중에는 험난한 지형에서 교회를 짓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믿음을 지키면서 외부의 적들과 협상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보다 남쪽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에서는 기독교인 왕이 이슬람 소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동부 해안의 아랍 상인들은 인도양과 동남아프리카를 오가며 산물을 교환했다.

읽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아프리카에 유대인 네트워크와 공동체가 존재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들은 국제적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무역을 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늘날 모로코와 이집트, 아덴에 해당하는 지역이 유대 상인들의 무역 세계의 거점이 되었다고 한다. 사막과 바다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음에도 꿋꿋이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도 사람이 살았다. 그들도 종교가 있었고 권력 체제를 이루었으며 무역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 책은 사막이 있다고 해서 문명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며, 바다가 있다고 해서 사람들 간의 교류가 막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저자는 석재 사원과 무덤 더미, 교회의 흔적을 더듬어가며 아프리카의 중세를 보여준다. 낡디 낡은 지도에서 보이는 기묘한 그림이 저자에 의해 설명되는 전개가 흥미롭다. 평소 생각하던 옛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바꿀 기회를 주는 책이다.

 

황금 코뿔소의 비밀 - 8세기에서 15세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중세 아프리카의 놀라운 역사

프랑수아자비에 포벨 (지은이), 이한규, 김정숙 (옮긴이), 눌민(2019)


태그:#아프리카, #코뿔소, #이집트, #모로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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