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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영토의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는 2월 27일, 북이탈리아로 스키여행을 다녀온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사는 여성이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에 속하지만 아일랜드 영토에 포함되어 있다. 첫 번째 확진자는 더블린 국제공항에서 내려서 벨파스트로 올라갔기 때문에 더블린에 확진자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일랜드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확진자를 아일랜드의 첫 번째 확진자로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북아일랜드의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다가올 위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아일랜드에서도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북이탈리아에서 스키여행을 다녀온 더블린 북쪽 지역의 고등학생으로 확진자 발생 이후 그 고등학교는 자체적으로 2주 휴교령을 내렸다.

2월 29일 첫 번째 확진자를 시작으로 3월 15일 기준 아일랜드는 171명의 확진자와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다른 유럽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지만 아일랜드 인구(2018년 기준, 약 483만 명)가 한국의 약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지난 3월 11일, 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다음날(12일) 아일랜드 정부는 3월 13일부터 3월 27일까지 모든 학교 시설물에 대해 2주간의 휴교령을 내렸다. 또 대규모 실내외 행사 등을 금지해 매년 3월 17일에 진행되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행사인 세인 패트릭스데이 퍼레이드가 취소되었으며, 크고 작은 운동 경기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OECD 보건의료통계 2019'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병원의 전체 병상 수는 인구 1000명당 12.3개로 전체 국가 중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일랜드는 2.96개로 전체 OECD 국가에서 30위를 차지했다.

개인당 병상 수의 비율이 낮은 아일랜드는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확진자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모임과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회사들 역시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으며 다음 주부터는 슈퍼마켓과 약국을 제외한 펍이나 레스토랑, 카페의 순차적인 휴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하루에 한 번씩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하여 현재 상황을 보도하고 있으며 개인의 위생 관리에 신경을 써 달라는 말을 수십 번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이 진행된 지금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한 지연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영국의 정책은 터 유럽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학교 휴교령을 내리고 모임을 금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영국은 유일하게 학교 휴교령을 내리지 않았고 큰 모임을 취소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 관광지가 문을 열었고 상점도 정상 운영을 하고 있다.

영국의 이러한 정책은 이미 지역 확산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증상이 미미한 확진자까지 추적하고 입원을 시키는 것은 다른 환자들을 돌볼 시간을 빼앗고, 다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의 정책이 더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아일랜드 정부와 영국 정부의 다른 접근 방식으로 인하여 아일랜드 국경 근처에 사는 주민들을 상대적으로 혼란하고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아일랜드는 다른 자치령이지만 한 영토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경 근처는 특별한 표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같은 공동체로 살고 있다. 고속도로 표지판과 다른 통화 화폐를 통해 이곳이 아일랜드인지 북아일랜드인지 구분할 정도다. 
 
도니골 지역의 레터키니에서 앤트림 지역의 런던데리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차로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도니골 지역의 레터키니에서 앤트림 지역의 런던데리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차로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 Google 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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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공영 방송국인 RTE는 3월 14일 자 뉴스에서 국경 근처에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그중 아일랜드 도니골 지역(County Donegal)의 레터케니(Letterkenny) 타운에 사는 필립(Philip) 가족의 경우, 아내는 레터케니 한 학교의 선생님이고 두 자녀들은 레터케니의 학교를 다녀서 현재 학교를 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필립씨는 북아일랜드 런던데리(Londonderry)의 학교 선생님이기 때문에 영국의 정책에 따라서 학교를 계속 나가야 한다. 런던데리에 있는 필립씨의 학교는 집에서 약 30km로, 차로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휴교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잠재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도니골 주에 사는 또 다른 가족의 경우, 런던데리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그들과 함께 사는 조부모들에게 감염을 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은 각 나라마다 자국의 특성에 따라서 다른 방법으로 코로나19를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모든 나라의 첫 번째 과제임은 분명하다. 아일랜드공화국과 북아일랜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한 영토 안에 두 개의 자치령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아무리 나라의 정책이 다르더라도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가진 곳은 같은 정책을 적용하여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태그:#아일랜드공화국, #북아일랜드,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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