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월 9일 코로나19 정부합동 외신브리핑에서 앤드루 새먼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코로나19 정부합동 외신브리핑에서 앤드루 새먼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 KTV

관련사진보기

 
"한국인들은 면역력 증진에 좋은 김치나 마늘을 많이 먹기 때문에 면역력이 높은 것입니까? 감염률이 높지만 치명률이 낮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느 외국인의 트위터 댓글이 아니다. 오랜 기간 한국 특파원을 지낸 <타임스> 한국 특파원 앤드루 새먼이 지난 3월 9일 열린 '코로나19 정부합동 외신브리핑'에서 했던 질문이다. 동시에 앤드루 새먼은 "신천지 신도들 나이가 많지 않아서냐? 추후에 치명률(case fatality rate)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개인적 생각"을 전제로 "증상발현과 확진에 이어 입원할 때까지의 기간이 굉장히 짧았던 것"과 "중국에 비해 젊은 연령의 인구가 많고, 빠르게 환자를 발견해 치료한 것" 등을 꼽았다. 다만, "집단 요양시설에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늘어날 경우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동현 한국역학회장 역시 "지금 시점에서 치명률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한 지표가 아니"라면서도 "우리나라 확진자의 연령분포를 보면 20~30대가 굉장히 많고, (확진자 중 95%가 관련된) 신천지 요인(factor)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데이터를 산출하려면 전체가 아니라 연령군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회장은 중국과 일본, 이란과 이탈리아와 달리 우리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에 성공했다면서도 "갑자기 환자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장기요양시설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 없었다면 피할 수 없는 사망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두 사람의 답변 모두 단정적 평가나 자화자찬은 피하려는 신중함이 묻어 있었다.

BBC 로라 비커 기자가 만난 완치 환자

 
로라 비커 기자가 쓴 <Coronavirus in South Korea: How 'trace, test and treat' may be saving lives>
 로라 비커 기자가 쓴
ⓒ BBC 캡처

관련사진보기


이날 브리핑의 전체 분위기가 그랬다. 전 세계 47개 외신 기자들의 질문은 날카롭고 전방위적이었다. 반면 모두발언을 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을 비롯해 방역 당국을 대표한 8명의 전문가들은 침착하고 신중하게 우리의 코로나 19 대응의 현재와 성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답했다.

최근 외신들이 한국 방역 당국과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호평을 쏟아내면서, 이날 브리핑 내용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청와대가 공식 유튜브 계정에 공개한 4분여의 요약 영상은 이틀 만인 15일(오후 1시 현재) 110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 중이고, KTV국민방송의 생중계 영상 역시 18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방역당국이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고 흔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오보까지 양산하는 일부 우리 언론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이와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3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방송에서 이렇게 평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 비난하는 건 한국 신문밖에 없다고 한다. CNN, BBC 등 외신들이 객관적으로 한국의 방역 대책을 평가해주는 민족정론지라 한다."

이렇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호평한 외신 기사 중 로라 비커 BBC 한국지국장이 12일 쓴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추적, 검사, 치료'가 생명을 살리는 법>(Coronavirus in South Korea: How 'trace, test and treat' may be saving lives)이란 제목의 기사는 특히 주목할 만했다.

한국의 빠르고 정확한 검사 과정과 대처 방법을 높이 평가한 이 기사에 소개된 "한국인에게는 '빨리빨리' 유전자가 존재한다"던 권계철 충남대 교수의 설명이 일부 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 등에서 회자된 대목은 조금 달랐다. 로라 비커 기자가 우리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인물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 우한의 직장에서 근무하다 정부 전세기로 귀국, 격리 수용됐던 28살 남성 김아무개씨였다. 기사에 따르면, 귀국 직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던 김씨는 경증환자(무증상)였는데, 결국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매주 혈액 검사를 받고 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김씨와 같은 완치 환자들의 혈액을 기증 받아 분석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우한에서 귀국했던 완치 환자의 혈액 기증은 우리 언론에선 전혀 접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양성 판정 이후 어머니가 매일 밤 울기도 했다"는 김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바람을 전했다.

"경험에 의하자면,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안전은 정말 중요하지만,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덜 가졌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증상이) 일반 감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노년층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나처럼 건강한 젊은이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예방책은 정말 중요하고."

인천공항 다녀간 어느 일본인의 경험기
 
지난 13일 오전 주한외교단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1단계 발열체크 현장을 방문해 출입국 검역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체온을 측정해보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주한외교단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1단계 발열체크 현장을 방문해 출입국 검역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체온을 측정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주한 외교단은 한국의 선제적인 출국 검역 및 IT 첨단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입국 검역 체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출국 발열체크와 건강상태질문서 작성 및 자가진단앱을 통한 감염병 유입 관리 방안에 대해 다양한 문의를 했다."
​​​​​​
13일 47개국 주한 외교사절단이 참석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입국 검역 현장 참관 행사를 마련한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오전 오후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한 이날 행사에 15개국 주한대사가 직접 참석했다고 밝혔다. 우리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한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메르스 사태 당시 외신이 우리 정부의 '비밀스러운' 대응을 비판했던 5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었다.

이렇게 전 세계 외신이나 정치권, 전문가들이 우리의 대응을 호평하는 가운데,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우리 정부와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만이 '나홀로 비판'에 나선 형국이다. 도쿄올림픽 강행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아베 정부는 연일 "일본이 한국보다 감염자 수가 적다"거나 "한국과 같은 코로나 위험국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의료 붕괴' 운운하는 주장까지 나왔다.

"한 경제 매체는 "한국이 대량으로 검사를 실시하면서 '의료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도 "한국의 검사 체제는 일본보다 앞서 있지만 의료 붕괴에 가까운 상황이 초래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까지 검사 건수가 만 8천여 건에 그치며 내부 불안이 커지고 있는 일본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13일 JTBC <뉴스룸>, <"한국, 적극적 검사" 외신 호평…일본만 '나홀로 비난'> 중)

이와 관련, 이러한 일본 내 부정적 반응에 반하는 어느 일본인 트위터 사용자의 게시물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을 '한일교류센터' 관계자라 밝힌 가나야마 고헤이씨는 12일 인천공항에 입국해 코로나19 검역을 받는 과정을 영상과 사진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며 '호평'을 이어갔다.

"입국 심사는 평소대로 순조롭게 종료. WIFI를 빌려 예약해 놓은 택시에 연락해 탑승. 여기에서 무려 알코올(소독제) 선물(받음). "

특히 고헤이씨는 보건복지부의 자가진단앱에 접속,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일 신고하는 과정을 칭찬하며 세세하게 기록하기도 했다. 고헤이씨의 인천공항 검역 영상은 조회 수 29만 회, 리트윗 6천 회를 기록 중이다.

홍콩에서 온 응원
 
한국의 선진적인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보도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한국의 선진적인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보도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갈무리.
ⓒ SCMP

관련사진보기

 
"제 주관적인 느낌에 한국보다 3~4주 정도 바이러스의 파도를 일찍 넘기고 있는 홍콩의 오늘 현재 모습으로 서울에 계신 분들이 일상생활에 참고를 할 만한 정황을 전해 드립니다." 

권오준 생태작가가 30년간 홍콩에 거주했다는 교민 친구의 글을 받아서 페이스북에 게시한 내용 중 일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둔화되는 반면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와 장기화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경청할 만한 조언이었다. 

특히 홍콩에서 한국인으로서 경험한 판단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이 글에서 이 홍콩 교민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밀접히 연관된 홍콩의 7가지 모습을 전했다.

"일반 대중식당들의 매출도 서서히 정상 수준을 향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주전만 해도 매출이 1/3 이하로 떨어져서 많은 업체들이 폐업을 고려하기도 했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와중에(악수 금지), 개인 간 유동성을 다시 확보해서 사람들이 교류하기 시작, 예년의 평년 매출대비 70~80% 정도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홍콩 사람의 90% 이상은 한국 돈으로 장당 500원 이하의 세 겹 부직포로 만든 의료용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고, 현재는 마스크 부족은 완전히 해소가 되었습니다. 왜 한국에서는 장당 1500원 이상 하는 KF-94, KF-80 같은 게 주력 아이템이 되어 공급부족, 유통곤란으로 고통을 받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지난주에 만 18세 이상 홍콩 영주권자에게 홍콩 달러 $10,000불을 (한국 돈으로 150만원 정도) 차별 없이 지원하기로 의결을 하고 7월 이후 집행 예정입니다. 금융위기 때는 6천불을 지원했었고.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그는 ▲ 각급 학교는 4월 20일로 확정, 현재 온라인으로 학습지도 및 연락 ▲ 일반 회사 업무는 90% 이상 정상 복귀, 출퇴근 대중교통도 거의 정상화 ▲ 정부의 충분한 공급으로 인한 일상용품 사재기 중단 등 눈여겨 볼 만한 홍콩의 현 상황을 전했다.

끝으로 이 교민은 "현재 전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장소는 제 생각에 대만 (현재 확진자 50명), 홍콩 (134명), 마카오(10명)가 아닐까 싶고 조만간 한국도 큰 줄기를 잡아가면서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확신을 합니다"라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최근 코로나 19에 대한 우리 방역당국과 정부의 대처를 둘러싼 나라 밖 외국인들의 시선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불신의 확산 말이다. 초기 코로나바이러스 자체에 궁금증이 쏠렸던 사태 초기와 '신천지'발 대규모 확산 이후 우리의 상황을 우리 언론이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런 불신으로 인해, 외신 기사와 함께 끊이지 않는 각국 교민들의 목소리 역시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관련 기사 : "외국 친구들이 그래요, 한국 정부 욕하는 사람들은 한국인 뿐이라고" http://omn.kr/1mtkf). 코로나19를 이겨낸 홍콩 교민의 조언은 물론이요, "가급적 유럽 여행을 자제해 달라"는 유럽 교민들의 목소리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태도를 바꿔서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이 막아야 될 나라에서 배워야 될 나라로 바뀌고 있습니다."

14일 MBC <뉴스데스크>의 클로징 멘트다. 이렇게 코로나 19 대응으로 세계적 관심과 찬사를 받고 있는 한편 사태 장기화로 지쳐가는 '대한민국'에게 우리 언론 대신 갖가지 나라 밖 목소리와 교민들의 응원이 희망을 주고 있는 지금이다.

태그:#코로나19
댓글4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4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