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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짜리 아이와 함께 집안에만 갇혀 생활한 지 오래되다 보니, 고립감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던 나는 전화기를 들고 가족뿐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자주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또 하루에 몇 사람씩에게 메일로 소식을 전하며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지인이 많은 나는 어느 날은 편한 모국어로 쉽게 편지를 쓰지만, 어떤 날은 일본어 키보드가 설치된 컴퓨터를 켜고 정성스레 일본어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짧게는 1~2년, 길게는 6년 이상 연락이 끊겼던 지인에게 메일을 쓰기도 했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오랜 인연이 멀어지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점점 친구를 잃고 가족 외에는 곁에 아무도 없는 외톨이가 되어가던 나는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소중한 과거의 인연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메일을 쓰다보면, 당장에 답신이 돌아오지는 않아도 며칠 혹은 일주일 이상이 지나서 답장을 보내오는 이도 있다. 답장을 통해 전해져오는 그 사람의 숨결과 말투,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은 순간. 지그시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였지만 우정을 나누던 사이였음을 확인할 때면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내 연금 상태나 마찬가지인 이 생활에 작은 기쁨이 솟아난다. 아이가 애교를 부릴 때 느끼는 기쁨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다.
 
 16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을 응원하는 편지 1천통이 의료원 라파엘웰빙센터 2층 로비에 전시되어있다.
 16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을 응원하는 편지 1천통이 의료원 라파엘웰빙센터 2층 로비에 전시되어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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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나 교회에서 마주치면 인사만 나누던 아기 엄마들과도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이 시국에 대체 어떻게 지내는지, 다른 엄마들은 아이와 어떻게 놀아주고 교육시키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집에만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고, 형과 누나가 있어 다양한 역할놀이를 하며 심심할 틈 없이 지낸다는 아이도 있었다. 또 아이의 식습관이 망가져서 오전에 긴급보육을 보내 점심까지만 먹이고 하원시킨다는 엄마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녀의 안전이 걱정된 어느 엄마는 어린이집이 휴원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아이를 안 보내 벌써 두 달 가까이 못 본 이도 있었다. 설마 이대로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거 아닌가, 이사를 가버린 건 아닐까 싶어 안부를 물었더니, 불편해도 참고 지낸다며 다시 개원하면 보자고 해서 안도했다.

이 와중에 내 지역구도 아닌 전국 각지에서 날아드는 선거 여론조사나 홍보를 위한 전화 및 스팸문자가 쇄도하여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기도 하지만, 전화기나 메일창에서 지인의 이름이 뜨면 눈물나게 반갑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휴원 초기에는 눈 앞의 내 아이만 보였지만, 이제는 눈에 안 보이는 어린이집 영유아 친구들과 엄마들, 같은 건물,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의 아이들, 교회나 길거리에서 종종 마주치던 꼬마들과 엄마들이 겪고 있을 저마다의 분투와 어려움이 눈에 밟힌다. 

바이러스 확산을 통해 인류 사회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코로나19가 가르쳐주었듯이, 사람 간의 정서적인 교감과 격려, 위로, 지지 없이는 그 누구도 혼자 만족스럽게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절대 진리 역시 코로나19가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전염병 확산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일상의 멈춤 상태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 끝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종식된다. 그때까지 좌절하고, 불안해하고, 화내며 지낼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무엇 하나라도 해야겠다.

말로 표현은 못해고 큰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있을 내 아이에게도 더 많이 웃어주고, 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짋어지고 일하러 나가는 남편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가족과 지인에게 더 자주 연락하고 마음을 전하는 것이 그나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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