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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를 비교해서 강연해주는 김누리 교수
▲ 김누리 교수 독일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차이를 비교해서 강연해주는 김누리 교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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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김누리 교수가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독일교육과 한국교육을 비교했다. 김 교수는 지난 한국 교육은 '반세기 동안 반(反)교육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개인의 자아를 존중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우열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시험으로 잘하는 자와 못하는 자를 나누는 것을 말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각 학교에는 학생 돌봄을 위한 교장, 교사, 특수 교사, 복지사, 간호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돌봄 그룹(care group)이 있다.

2011년에는 새로운 법률이 제정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교사는 학생이 학습장애(learning difficulty)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를 가능한 한 일찍 인지해야 할 책임을 진다(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포용은 최근의 10년간의 교육의 주된 원리였으며 최근의 법률로 더욱 강화되었다.
- <핀란드 교육의 기적> 53쪽
 
즉, 법률에 따라 학습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은 학교에서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이나 핀란드는 배움이 느리거나 힘들어하는 학생을 선별하거나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며 국가에서 책임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동안 혁신학교 운동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중심으로 실천하는 문화가 확산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학교혁신이 문화가 되어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던 문화에서 학생 한명 한명의 인권을 존중하며 학생자치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한 혁신학교에서 학기 초 진단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인지, 정서, 신체 등의 상태를 진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업을 준비할 때 학생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그 학년의 성취수준을 정할 때 고려한다. 그래서 학기 초 진단활동이 중요하다.

학기 초 일회성 진단평가로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한 시간으로 혁신학교의 긍정적 문화로 퍼져 많은 학교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진단활동은 평가가 수업에서 학생과 교사의 끊임없는 피드백이며 수업과 평가 전체의 인식 전환을 가져왔다. 결과 중심에서 과정을 중요시하는 과정중심 평가를 하면서 평가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 교육부가 혁신학교에서의 수업과 평가의 실천을 2015개정교육과정에 과정중심평가를 반영하였다.
2015개정교육과정 총론 평가 나. 2)학습의 결과뿐만 아니라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여 모든 학생이 교육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총론을 고시하면서 과정중심 평가로 학생평가의 전환을 가져왔다. 또한 학교현장에 진단평가로 학생을 시험으로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또한 교육청은 학교현장에 과정중심평가 교사 연수를 대대적으로 운영하였으며,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진단활동 장학자료를 개발하여 현장에 보급하였다.

그런데 2019년 3월 28일, 교육부는 중·고등학생 '2018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전년 대비 기초학력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기초학력이 내려간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교육부는 왜 학생들이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혁신교육을 하는 시대에 적절한 기초학력 개념을 연구과제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교육부가 선택한 것은 '학교가 제대로 공부를 가르치지 않았다'는 책임 회피로 법안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교육부 훈령을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중심으로 한 과정중심평가에서 지필평가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되살리는 훈령으로 개정한 것이다.
<교육부 훈령 321호>( 2020.1.6.) 초등학교 평가 방법 2) 평가 계획에는  교과(학년)별 평가의 영역·요소·방법·횟수·세부기준 및 결과의 활용 등을 포함한다.
 
이번에 개정된 훈령에 따르면 초등학교 평가의 계획에 요소·방법·횟수라는 용어는 지필평가를 볼 경우 사용되는 용어다. 교육부 훈령이 개정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지침은 더 끔찍하다.
 
2020서울특별시 초등학교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 2장 5조 심의내용 ② 각 학년협의회에서 제출한 평가의 영역‧요소‧방법‧횟수‧기준‧반영비율 등과 성적처리 방법 및 결과의 활용
 
서울시 지침은 교육청의 요소·방법·횟수 제시는 물론 기준, 반영비율까지 추가하면서 학생평가를 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학생을 관찰하면서 학생이 어려워할 때 도움을 주고 격려하면서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것, 그 과정에서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것이 수업이며 평가라고 하는 과정중심평가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3월 28일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다. '2018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이후 교육부 훈령이 바뀌고 2020년 학교별로 평가계획을 수립하면서 진단활동은 사라지고 진단평가로 표준화된 일제고사 시험을 준비하는 무언의 압력 아닌 압력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교육부는 왜 초등 일제고사를 부활하려는 것인가?

핀란드 교육의 기적 - 핀란드 학교의 가르침과 배움, 그 원리와 실천

한넬레 니에미, 아울리 툼, 아르토 칼리오니에미 (지은이), 장수명, 정충대, 김서령 (옮긴이), 살림터(2017)


태그:#일제고사, #교육부, #학업성적관리규정, #혁신학교, #진단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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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로 지낸지 29년이 되어갑니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학교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이룬 성과를 공유하면서 많은 학교가 학교혁신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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