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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거리에서 '타다' 차량이 달리고 있다. 2020.2.19
 서울시내 거리에서 "타다" 차량이 달리고 있다. 2020.2.1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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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타다가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국토부가 제안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1만 2000명의 타다 드라이버 및 임직원이 실직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자사 기사들에 대한 더 나은 처우와 안정적 일자리를 강조해온 타다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인 셈이다.

타다 및 '타다 금지법'을 둘러싼 공방은 단순히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의 싸움도 아니었고 타 모빌리티 업체와 타다의 싸움도 아니었고 기득권과 혁신가의 싸움도 아니었고 정치권 간의 싸움도 아니었다. 그 모두였다.

거기에 타다의 법 회피성에 무게를 둔 소비자와 타다 소비자 간 논쟁까지 얽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 '타다 이슈'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고 속도로 질주하던 갈등의 타다가 '타다 금지법'에 부딪혀 좌초된 지금도 그 결과에 대한 평가가 치열하게 갈리고 있다. 스스로를 혁신이라 부르짖던 타다가 '타다 금지법' 적색등 앞에서 멈춰선 지금, 대한민국의 혁신은 정말 사멸한 것일까? 

우선 나는 타다를 이용한 적이 없다. 타다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한답시고 나의 개인적 이용 후기를 섞어 넣지 않았다는 의미다. 타다가 그토록 강조해온 '청년 일자리'라든가 '혁신'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잘 이해할 수 있는 20대 중반의 한 개인으로서의 평가를 밝히고 싶을 뿐이다. 타다는 '타다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도 그리고 사업 중단을 공표할 때도 여러 번 강조한 존립의 명분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명분이 과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 이유인지에 대해 점검해 보고 싶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다를 살려야 한다면 타다는 일자리 정책인가

타다 운영사 VCNC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수차례 드라이버의 생존권을 강조하며 타다가 존립하게 된다면 '더 나은 일자리와 근무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타다는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안정화된 사회적 합의를 깨뜨려야만 존립할 수 있는 회사라면 그것이 약육강식의 경쟁 사회에서 진정 경쟁력 있는 사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도 타다에 일자리를 늘리고 "혁신(그들이 주장하는)"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했다면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선택과 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맞다.

나는 역으로 묻고 싶다. 1만 2000명의 드라이버가 실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들이 주장하는 얄팍한 사업성이 언제든지 법적 규제에 의해 굴복할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수많은 드라이버를 끌고 온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드라이버 한 명 한 명의 일자리를 걱정했다면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회사의 덩치만 키워온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나는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것을 볼모로 정치권과 '쇼부'를 보겠다는 그 심보가 우습다. 일자리를 보장하는 건 고용주가 피고용자에 대해 져야 하는 당연한 의무이고 책임이다.

타다는 젖동냥 나온 심청이 아빠가 아니고 한석봉 어머니다. 한석봉 '드라이버'들이 글씨 쓰는 동안 타다는 그냥 떡이나 잘 썰면 되는 거다. 타다가 있으니 드라이버가 있는 거지 드라이버 일자리를 위해 타다가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도 타다는 마치 그들이 드라이버를 위한 인공호흡기라도 되는 양 굴고 있다. 게다가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피고용자들을 마치 회사의 은혜와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들로 전락시킨 걸로 모자라 그들의 목숨줄을 끊네 마네 하고 있다.

물론, 타다가 없어진다면 드라이버는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이 타다가 얼마든지 '드라이버의 생존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안하지만, 그건 카드가 아니고 사람이다. 타다가 직접 고용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다.

상식적으로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으면 드라이버 목숨이 아니라 사업 자체로 소통하고 설득하는 게 맞다. 죽을 것 같으니 살려 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타다에는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혁신도 없었고 새로움도 없었으며 미래도 없었다. 그게 타다가 가라앉은 이유다.

타다의 사업은 과연 혁신적인가

타다가 그토록 사업의 혁신성을 부르짖고 이제 대한민국의 혁신은 없다고 선언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그게 무슨 혁신이냐는 반문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기존 택시업과 여객운수법이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모든 법은 사회성, 안정성, 예측성을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법은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함부로 바꿔서는 안되며 그 법의 테두리 하에 시민들이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타다는 그러한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회피해 렌터카와 택시가 결합된 '끔찍한 혼종'을 만들고 말았다.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첫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게 혁신이든 발명이든 심지어 마술이든 법적 테두리 하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타다는 법을 회피한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법을 단순히 회피하는 것- 그러니까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만들기는 했으나 기존 사업자들이 그것을 만들지 않은 게 아니라 만들지 '못'했던 것뿐이던 것을- '용감하게' 실행한 것이 정말 혁신이냐는 것이다.

그럼 최소 간격만 두고 한 블록 건너 한 블록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짓는 게 기존의 유통업을 혁신한 것일까? 딱 건축법에 접촉되지 않을 만큼의 손바닥만한 가격을 두고 다닥다닥 건물을 짓는 것도 기존의 건축업을 혁신한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거나 육성한 것도 아닌데 그게 어떻게 혁신이 될 수 있겠는가.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젊은 사람들이 스타트업 만들어서 여기저기서 투자 받아오는 게 전부 혁신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차라리 돈 벌고 싶어서 돈 벌 궁리하다가 이렇게 됐다, 하면 깔끔하기라도 하지 대한민국의 혁신성, 미래성까지 운운하는 모양새가 영 궁색하기 짝이 없다.

사업이 하고 싶었으면, 사업을 하면 되는 거고 혁신을 하고 싶었으면, 혁신을 하면 되는 거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사실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더 많다는 걸 타다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나만의 생각일까.

성장과 성장을 가장한 돈벌이, 이 기회에 잘 걸러냈다 

그간에 과정이 어쨌든 우선 타다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그들이 하고 싶었던 것이 새롭게 돈을 버는 것인지 아니면 쉽게 돈을 버는 것인지 진지하게 돌아보기를 바란다. 만약에 후자였다면 그 후자를 대부분의 깨어 있는 '혁신가'들이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노파심에 한 줄 더 덧붙이자면 나는 기존 택시업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소비자로서 불만이 있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타다를 택시업과 대치시켜 바라보게 되면 그들의 그럴 듯한 미사여구가 말 그대로 '그럴 듯해' 보여서 그 본질에 있는 사업성 등에 대한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그 이유에서 택시업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나는 혁신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스타트업을 하는 지인들이 많고 그들이 얼마나 건강한 생각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혁신'이 아니라 '혁신적으로 보이는 것'에 그친다면 그때도 나는 그들에게 진지하게 재고해 볼 것을 조언할 것이다.

타다는 그들의 실패가 곧 대한민국의 성장 가능성이 멈춘 것처럼 언급하기도 했으나 나는 그에 대해 정반대의 입장이다. 대한민국은 무엇이 성장이고 무엇이 성장을 가장한 돈벌이인지 정확히 걸러냈다. '타다 금지법'이라는 진통을 겪으며 대한민국은 성장과 혁신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수 있게 되었고 더 가능성 있고 건강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업가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태그:#타다금지법, #타다,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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