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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답변하는 정세균 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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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나 스위스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은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 처한 상황이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그런(재난기본소득) 제안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정세균 국무총리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분출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도입 요구에 고개를 저으면서 '국민적 공감대 부족'을 내세웠다.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반대 명분으로 '국민'을 앞세우는 것은 새삼스런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 정 총리가 스웨덴과 스위스의 사례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을 포함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요구는 스웨덴이나 스위스에서 논의됐던 것처럼 전면적인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요구는 '기본소득'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재난 극복을 위한 '현금 수당'이라고 보는 게 맞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경우 1인당 100만 원을 일시적으로 지급하되 고소득층의 경우 향후 세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상품권 60만 원씩 주는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을,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의당도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대구·경북 대상 우선 지급을 제안했다.

기본소득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기적으로 지급돼야 하지만 최근의 논의는 그렇지 않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단기적 소비 진작을 위해 특정 계층과 지역에 '현금'을 지원해 피해 극복을 돕자는 것이다. 재원 규모도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51조 원으로 추후 세금으로 환수되는 부분과 세수 증대 효과를 감안하면 100% 불가능하다고 못박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유럽의 기본소득 실험을 예로 들어 반대 명분으로 삼는 것은 억지스러워 보인다.

일본의 실패... 지금 상황은 다르다
 
 10일 부산 청년민중당과 민중당 부산시당 코로나19 대책본부가 부산지역 청년, 대학생 고충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0일 부산 청년민중당과 민중당 부산시당 코로나19 대책본부가 부산지역 청년, 대학생 고충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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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과 미국에서도 일시적 경기 부양을 위해 현금을 지급한 사례가 있다. 부시 정부 시절인 2008년 세금환급 명목으로 국민 1인당 300~600달러씩 총 1200억 달러의 현금을 지급했다. 일본은 두 차례였다. 1999년 저소득층에게 '지역진흥권'이라는 상품권을 1인당 2만 엔(약 22만 원)씩 지급했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에는 가구당 3만8000엔(약 50만 원), 국민 1인당으로 따지만 1만2000엔(약 13만 원)씩 지급했다. 모두 소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현금 지원을 반대한다. 소비 진작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사람들은 정부가 준 현금을 소비에 쓰지 않고 저축했다. 이유는 있었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진다고 예상하고 새로 생긴 소득을 바로 써버리기 보다 미래를 대비한 저축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경험한 일본사람들로서는 어쩌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당시 상황과 코로나19로 경제가 단기 충격을 받은 지금 우리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일용직 및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생계 위기'로 내몰고 있다.

당장 소득이 줄어든 취약계층의 한계소비성향이 크다는 것은 경제학적 상식이다. 저소득층에서 발생하는 가처분소득의 증가는 대부분 소비로 이어진다. 적절한 유인책이 제공되면 지급받은 현금을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 당장의 생계 위기를 위해 소비할 수밖에 없다.

'재난극복수당 대신 감세' 주장이 황당한 이유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의 한 서점에 임시휴관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서울 구로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지역사회로 전파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오후 마포구 경의선 책거리의 한 서점에 임시휴관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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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고 나선 미래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감세가 낫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당장 생활에 쓸 수입도 없는 이들에게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더 황당한 이야기다. 소득이 있어야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들든 말든 할 것 아닌가.

또 감세야 말로 당장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이 아니라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고소득층에게도 현금 지원을 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감세를 말하는 데는 다른 속셈이 있다고 봐야한다.

일시적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현금을 지원하자는 주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미국 경제학계에서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한시적 '재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급여세 면제 구상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현금 지원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근로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소용이 없는 급여세 인하 방식으로 정책을 만들 이유가 없다"라며 "단기 부양책의 목표가 사람들의 수중에 현금을 쥐어주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감세가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이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실물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100억 호주 달러(약 8조 원)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연금이나 실업수당 수혜자나 소상공인들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현금을 주는 방안이다.

관료들이 넘지 못한 한계, 정치가 상상력 발휘할 시간
 
선대위 참석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경북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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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겠다며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반응을 취재하면서, 공무원인 친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번 추경에 대해 한마디로 "관료가 관료해 버린 것"이라고 했다.

나쁜 의미로만 한 말이 아니다. 좋은 의미도 있다.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자원, 국가 채무 수준, 추경 집행의 행정적 절차와 한계, 정치권의 추경 심사 과정 등 모든 것을 관료적으로 고려해 짧은 시간 안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료적으로' 할 수 있는 일만 찾다보니 빈 구멍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생계 위기에 내몰리고 있지만 1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추경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일들은 정책적 한계를 이유로 빠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추경 심사를 하는 국회에서 과감한 대책을 주문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이게 최선'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할 뿐이었다.

관료들은 그들이 만들 수 있는 수준에서 나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안을 국회에 가져왔다. 그들에게 왜 이 시국에 필요한 과감한 대책,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봐야 입만 아프다.

이젠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시간이다. 추경 편성 때까지가 관료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정치의 시간이다. 정치의 역할은 우리 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우선순위를 정해 배분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차곡차곡 국회에 쌓이고 있다.

전체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어렵다면 지원 계층과 지역을 좁혀서라도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지원을 강화하자는 제안조차 받아내지 못한다면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여야 모두 정치가 위기에 빠진 개인의 삶에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국민들이 직접 체험하게 할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총선이 코앞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삶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유능한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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