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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선거제도 개혁에 맞설 목적으로 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는 건 꼼수 중 꼼수고 편법을 넘어 불법이에요."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했을 때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가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그러나 진보 개혁 세력의 비례 정당론이 떠오른 최근 곽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민주당은 살신성인하고 정의당은 빅딜하라'라는 기고문을 올렸다. 진보개혁세력이 비례 연합정당을 만들라는 주장이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을 꼼수고 불법이라 목소리를 높였던 곽노현 상임대표는 왜 진보개혁 세력엔 비례 연합정당을 만들라고 주문했는지 궁금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역 근처 징검다리 교육 공동체 사무실에서 곽 상임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곽 상임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비례연합정당은 정당방위 차원"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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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오마이뉴스>에 '민주당은 살신성인하고 정의당은 빅딜하라'라는 기고문을 올리셨잖아요. 이 글을 올리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그 글의 제목 그대로 민주당은 살신성인하고 정의당은 빅딜에 응할 것을 두 당에 제안하고 싶었던 거지요. 이미 2월 26일에 다른 매체에서 똑같은 제안을 했었어요. 민주당 위성정당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였어요. 저는 당시 선거연합 정당이 민주당의 사실상 위성정당이 되지 않으려면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지가 관심사였죠.

그래서 두 가지를 제시했죠. 첫째, 반드시 제3당들의 대장 격인 정의당이 포함되는 연합정당일 것. 둘째, 민주당은 연합정당에 들어오더라도, 독자적으로 비례후보를 낼 경우에 얻을 수 있는 6석 이상을 탐내서는 안 된다는 거였어요. 일련의 글을 쓰면서 정당 일에 참견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했고요. 거대양당이 가장 큰 권력의 저수지라는 사실도 절감했습니다."

- 민주당에 살신성인을 제안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떠올렸다면서요?
"지금은 미래통합당의 반칙으로 위기의식이 발동해서 너나할 것 없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리는 악다구니 상황이잖아요. 이럴 때 진정한 고수는 과감하게 자기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공동체와 공동선을 살릴 살신성인 수를 내놓는 법이에요. 민주당이 여론조사와 통념에 갇힌 채 눈앞의 의석수만 따지는 소인배의 잇속 정치를 하지 않고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살신성인 정치를 하면 좋겠어요. 그래야 미래통합당과 20점 접바둑을 두면서도 이길 수 있어요."

- 그런데 이번에 20점 접바둑을 두게 된 건 다른 당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렇지만 민주당만 미래통합당과 제1당 지위를 놓고 겨룰 수 있단 점에서 다른 당과 달라요. 20점 접바둑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민주당이 과연 제1당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잖아요. 지역구에서 20석 이상을 이겨야만 간신히 제1당이 되는데 이게 쉬운 건 아니지요. 그러니 위성정당을 만들거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서 비례 의석을 늘려보자는 거잖아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비례 의석을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거죠."

- 반응은 어떤가요?
"공감해주신 분들이 많으시죠. 독자들 주변에도 민주당에 비례 포기를 요구하는 오피니언리더들이 많을 겁니다. 물론 비현실적 아니냐는 반론이 당연히 있는 거고요. 그렇지만 이번엔 살신성인 수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어요. 왜냐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미래통합당으로 뭉치라니 보수표는 분산 위험이 무시해도 좋을 정도예요.

이미 나온 대진표만 봐도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격전 지역구가 제법 많아서 군소 진보정당의 협력에 따라 당락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오늘의 위성정당 사태에 책임지고 개정선거법의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비례 의석 6석을 깨끗이 양보하고 군소 진보정당의 지역구 양보를 받아내는 게 여전히 최선책이 아닐까 싶어요."

- 정의당은 연합정당에 참여 안 하기로 했는데.
"대단히 그릇된 결정이라 봐요. 첫 번째 정의당은 이것이 꼼수라고 그럽니다. 꼼수라는 건 탈법행위라는 뜻이거든요. 탈법행위라는 건 뭐냐면 부당이득을 위해 합법 행위를 악용하는 거예요. 미래한국당 창당의 본질은 거대정당이 제3당들의 몫으로 만들어낸 연동비례 의석 30석을 노리고 가로채는 거예요. 즉, 개정선거법에 연동형 비례 의석이 30석 있잖아요. 연동비례 의석 30석은 제3당 또는 군소정당의 몫입니다. 그런데 이걸 거대양당 중 누구라도 가로채면 그게 탈법행위고 꼼수예요. 

지금 정의당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연합 정당이 꼼수=탈법행위라고 그래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례연합정당은 미래한국당과 내용과 실질이 너무나도 달라요. 의석 도둑질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석 도둑질을 당할 입법 주체 정당들과 피해 군소정당들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연합한 거거든요."

- 중도가 설득될까요? 중도에겐 '그놈이 그놈'일 수도 있는데.
"좋은 포인트예요. 그런데 지역구선거에선 국민의당이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정확하게 미래통합당과 정의당의 중도에 자리 잡고 있어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무당파층이 10%도 채 안 돼요. 무슨 얘기인가 하면 여론조사 결과에 미래통합당이나 민주당으로 이미 흡수돼 잡힌다는 거지요. 다만 민주당 지지자로 흡수된 중도층이 떨어져 나갈 수 있어요. 근데 쉽지 않겠지요. 왜냐하면 미래통합당은 너무 멀리 가서 선뜻 손이 안 나갈 거예요."

- 차라리 위성정당의 불법성을 알려서 미래한국당에 한 표라도 더 안 가도록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모든 여론조사는 그게 희망적 사고일 뿐이라고 말해줍니다.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의 88%가 이미 미래한국당을 찍기로 정했다는 거예요.(한국갤럽 조사, 2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늘(9일) 나온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래한국당이 이미 정당 득표율을 28.7% 기록한다는 거잖아요.(리얼미터 조사, 3월 2~6일 18세 이상 유권자 2527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그만큼 콘크리트 지지자들이 많단 뜻이지요.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 되돌릴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에요. 미래한국당은 헌재가 위헌판정을 내리지 않는 이상 기정사실이 된 겁니다."

"헌재, 미래한국당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오리무중"

- 최선책으로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포기하고 선거연합 빅딜을 하라고 하셨죠. 그게 민주당이 연합정당에 참여하되 후보를 안 내는 방식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연합정당을 안 만들고 민주당이 자체 후보를 안 내고 다른 당만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방식인가요?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안 내면 선거연합당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돼요. 불필요하게 위성정당 논란을 만들어내고 실익은 전혀 없거든요. 이때 민주당 지지자들은 기권을 하지 않는 이상 누군가에게 정당 표를 줘야 하는데 어디에 줄까요? 미래한국당을 찍을 리는 없지요. 국민의당도 워낙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이 많아져서 2016년처럼 많이 가진 않을 거고 5%는 국민의당으로 갈 거라고 봐요. 나머지 35%는 민생당, 정의당, 녹색당, 민중당, 기본소득당 등등 제2 선호정당으로 찾아가겠지요."

- 연합 정당할 경우 민주당 몫을 6석 이내로 한정해야 한다고 하셨던데 근거는 뭔가요?
"그건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동참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낼 때 민주당이 정당 득표율 35% 안팎을 올려서 무난히 6석을 갖는다고 봤기 때문이지요. 비례연합정당에 동참할 때에도 민주당이 비례당선자 중 그 이상을 요구하거나 배정받는다면 제3당들의 몫을 가로챈 것이라 인정할 수 없고 통합당 위성정당과 비슷해진다고 얘기한 겁니다."

- 미래한국당은 위헌이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럼 위헌으로 나오도록 해야 하지 않나요?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미래한국당 정당등록 위헌확인 헌법소원이 들어가 있고 가처분신청이 붙었어요. 정당 등록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거죠. 본안 판결이 나려면 시간이 걸리잖아요. 만약 이게 위헌으로 판명 나면 4월 15일 총선에 위헌 정당이 참여한 꼴이 되잖아요. 그럼 비례 의석을 무효로 해야 할 일이 벌어질 수 있잖아요. 이런 난감한 경우가 생기지 않으려면 헌재가 총선 일자 이전에 정당등록 효력정지 가처분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해서 서둘러야 되거든요.

위성정당 창당의 위헌 여부처럼 민주적 기본질서와 4.15.총선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칠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을 접수하는 즉시 공개 변론 날짜를 잡고 처리시한을 알려주는 게 책임 있는 자세예요. 이번 헌법소원처럼 누가 봐도 처리시한이 정해진 경우에는 신속하게 위헌 여부를 가려 줌으로써 정치적 혼란을 막아야 책임이 있는 거거든요. 근데 헌재는 지금까지도 오리무중이에요."

-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거라고 보세요?
"법이 위장전입, 위장이혼, 위장결혼, 위장폐업, 위장창업, 봐주지 않잖아요. 왜 위장00 소리를 듣냐면 뭔가 부당이득을 노리는데 합법 행위로 위장하기 때문이에요. 탈법행위를 우리 법질서가 용납하나요? 법 적용을 요리조리 지능적으로 피해 나가는 탈법행위는 법질서의 영원한 적이에요. 당연히 어디서나 제재하고 처벌해요. 그런데 탈법행위는 적발하기가 쉽지 않아요. 합법 행위를 위장하는데다 들키지 않으려고 아주 몰래 하거든요.

여기서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이 만든 위성정당을 생각해 봐요. 이건 거대정당이 창당을 빙자하여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군소정당 고유 의석에 진출하겠다는 거잖아요. 대기업이 계열사 창업을 빙자하여 위장계열사를 만들어서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 진출하는 것과 100% 같잖아요. 근데 대기업이 위장계열사 만들어서 중소기업 고유 업종에 진출하는 탈법행위는 몰래 하잖아요. 그런데 미래통합당은 어떻게 했나요? 비례 위성정당은 몰래 만들면 유권자들이 몰라서 표를 못 주잖아요. 그래서 대놓고 공공연하게 탈법행위를 했어요.

잘 생각해 봅시다. 한 개인이 위장전입이나 위장이혼을 몰래 해도 들키면 난리가 나고 대기업이 위장창업이나 위장폐업을 몰래 해도 드러나면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지금 제1야당인 거대 공당이 군소정당 몫의 비례 의석을 가로챌 목적으로 처음부터 공공연하게 탈법행위를 한 겁니다.

그뿐 아니에요. 1천만도 넘는 지지자들한테 위성정당을 찍어달라며 탈법행위에 동참시키는 거 아닙니까. 세상의 어떤 헌법 질서, 어떤 정당 질서, 어떤 선거 질서가 거대 공당이 벌이는 이런 식의 공공연한 탈법행위를 용납합니까? 헌법재판소가 양식 있는 법조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리고 정파적 이해 관계없이 헌법 질서에 충성한다면, 당연히 100% 위헌판결이 나올 거라고 확신해요."

- 미래통합당 입장이 자기들은 동의한 적 없는데 통과됐으니 어쩔 수 없이 만든 거라는 건데.
"미래통합당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어떤 법에 동의 안 했어요. 그러면 저에게 준법 의무가 안 생깁니까? 그렇지 않지요. 미래통합당은 선거법개정에 동의 안 했지만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에 태워져 넉넉한 과반수로 통과되었어요. 그렇다면 개정선거법은 민주당과 그 지지자만 구속하는 게 아니고 당연히 미래통합당과 그 지지자도 구속하는 법이에요.

만약에 개정선거법이 미래통합당이 주장하듯이 나쁜 법이라 칩시다. 악법이라도  보통사람들은 법을 개정하거나 저항할 엄두를 못 내요.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국회의원을 120명이나 가진 막강한 제1야당이에요. 만약 선거법의 허점을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막강한 제1야당으로서 당연히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맞는 것이죠. 미래통합당은 그건 안 하고 선거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위성정당 창당으로 부당이득, 그러니까 부당의석을 확보하겠다는 거예요."

- 미래한국당이 위헌이면 비례연합정당도 위헌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얘기하는 비례연합정당은 세 가지 측면에서 미래한국당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거예요. 첫째, 이건 정당방위예요. 개정선거법을 무력화하고 군소정당 몫 비례 의석을 가로채겠다는 날강도가 나타나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부득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거예요. 이건 법적 평가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정의당 등 제3당들은 미래통합당에 비례 의석을 날강도 당할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들이 개정선거법과 비례 의석을 지키기 위해서, 나아가서 자기들끼리 연대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건 탈법행위나 꼼수로 보면 안 되는 거지요.

두 번째 미래 통합당의 위성정당은 군소정당에만 허락된 열매를 거대정당이 어떻게든 먹어서 개정선거법을 무력화시킬 법 면탈목적으로 가해 정당이 만든 거고요. 비례연합정당은 군소정당에만 허락된 열매를 최대한 지키기 위한 호법 목적으로 피해 정당들이 만들 거라는 점에서 달라요. 세 번째 차이는, 미래통합당은 군소정당의 몫을 부당하게 가로채는 데 반해 민주당은 자기 몫을 5석 이하로 잡는 이상 비례연합정당에 동참한 군소정당 몫을 가로채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이지요.

문제는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있지요. 민주당도 거대정당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참여하는 이상 비례연합정당이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되는 거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당연하다고 봐요. 그런데 비례연합정당이 거대정당 민주당의 사실상 위성정당 역할을 하는지를 판별하는 확실한 기준이 있어요.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통해 그렇게 하듯이,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군소정당 몫의 비례 의석을 하나라도 가로챈다면 그만큼 위성정당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성정당이 아니라는 거지요."

태그:#곽노현, #총선, #미래한국당, #선거연합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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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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