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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각 정당에서는 공천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한편, 선거연합과 관련한 논의로 인해 복잡한 셈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는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정의당 청년본부에서 부본부장을, 서울시당 학생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성씨(21)를 지난 10일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년 정치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연합, 공직선거법 개정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젠 정말 '심상정 이후'를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지난 10일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재성씨.
 지난 10일 기자와 인터뷰 중인 김재성씨.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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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에 청년본부가 있다고 하면 생소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조금 더 부연해준다면.
"정의당에 소위 말하는 '청년 의제'를 다루는 기구 중에 하나다. 청년본부는 당 안의 전반적인 청년의제에 관한 정치적 결정을 집행하면서, 동시에 더 많은 권한과 독립된 예산을 가질 수 있는 '청년정의당'을 준비하는 기구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 이번에 정의당은 처음으로 시민선거인단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의당 당원이 아니어도 비례후보 투표권이 주어진 것이다. 지난 후보자 선출 선거가 종료되고 비례 순번이 결정된 상태인 지금, 해당 시스템에 대해 평해본다면.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보다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먼저 말하고 싶다. 개방형 경선 도입이 논의되던 시점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됐던 우려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진보정당은 진성당원제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왔다. 평소에 성실히 당비를 납부하거나 활동에 기여함으로서 당에 기여하던 이들이 당의 공직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이번 비례대표 후보 선거 결과가 선거인단에 의해 좌우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책이나 메시지를 다듬는 것보다, 선거인단을 모으는 데 여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씨는 주변의 정의당 활동가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인맥이 많은 '인싸'들일수록 선거인단을 모으기 쉬운 것 아니냐"며 자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피선거권 개방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한 가지 덧붙여서, 선거인단 시스템이나 청년 20% 할당보다 더욱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피선거권을 개방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직전에서야, 즉 피선거권을 보장하는 기간 이후에야 영입된 분들이 당에 오랫동안 기여해온 분들과 경쟁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이 분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당에서 역할을 맡고 당을 위해 일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가면서 당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뱃지를 달기 위해서 거쳐 가는 공간으로 인식될까봐 매우 우려스럽다." 

-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 특히 '심상정을 넘어서겠다', '심상정 이후를 고민하겠다'라면서 자신을 홍보하는 당 내 활동가들이 많이 보이더라. 김재성 본인에게 심상정은 어떤 존재고, '심상정 이후'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나.
"먼저, 나에게 있어 심상정 대표는 정말 존경하는 대선배다. 그 정도의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소수정당으로 지역구를 돌파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렇게 살 자신은 도저히 없다. 

한편으로 극복의 대상이다. '노회찬, 심상정 이후의 사람이 없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두 분 이후 진보정치에서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들이 기울인 노력이 부족하거나 역량이 떨어져서가 그런 게 절대 아니다. 진보정당이 쪼개지고 합쳐졌다 또 쪼개진 아픈 역사가 있었다. 말하자면 안타까운 시대적 배경이 한몫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정말로 '심상정 이후'를 준비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심 대표의 영향력이 쪼그라들고 작아지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 막막하고 아찔하지만 반드시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많은 것을 공유한다, 하지만"
 
 재성씨의 노트북에는 청소년운동단체의 스티커가 많이 붙어있었다.
 재성씨의 노트북에는 청소년운동단체의 스티커가 많이 붙어있었다.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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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운동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해서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나는 당 밖에서 무언가를 한 게 거의 없다. '청소년운동을 어떻게 시작했냐'보다는 '진보정당 활동을 어떻게 시작했냐'가 더 적절한 질문 같다. 2013년 초등학교 졸업식 바로 전날이었을 거다. 뉴스를 보고 있는데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헤드라인이 나오더라.

왠지 호기심이 생겨 나름의 방법으로 검색도 하면서 이게 무슨 일인지 알아봤다. 삼성 X파일, '떡검', 통신보호법 위반... 굉장히 생소하고 낯설면서도 어려운 세상의 이면을 체감했다. 생전에 노 대표께서 직접 표현했듯, 도둑질이 일어났는데 도둑이 아니라 '도둑이야!'를 외친 사람이 잡혀간 셈이다." 

그는 "당시에 예비당원으로 가입했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며 "지도부는 청소년 의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전국에 남아있는 청소년 예비당원을 서너 명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영입해서 예비당원협의체 '허들'을 만들었다. 허들의 1기 부위원장이 그의 첫 직함이었다. 

- 이번이 첫 선거이자 첫 총선인데, 작년 공직선거법 개정 덕분에 드디어 선거연령이 하향됐다.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우선 매우 중요한 변화이지만 앞으로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 선거권 연령이 고작 한 살 내려간 것뿐이며, 충분하지 않은 변화라고 느낄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선거권 연령 이외에 피선거권 연령의 하향이나, 정당 가입 연령제한의 폐지, 선거운동 연령제한의 폐지 등 더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어쩐지 내가 청소년이던 시절에 바랐던 당권이나 선거권 연령에 대한 문제들은 내가 성인이 되자마자 금세 해결이 되는 중이다. 분명 축하할 만한 일들이고 값진 성과이나 정작 나는 간발의 차로 그 수혜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좀 씁쓸하긴 하다."

- 최근에 선거연합이 이슈다. 정의당은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 선거연합 관련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민주당과의 공조나 선거연대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수년 간의 공조나 연합정치의 여파로 실제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꽤나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가령 유치원3법에 있어 가장 크게 활약했던 박용진 의원은 진보정당에서 선거 출마도 여러 번 했던 분이고, 데이터3법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민생당의 채이배 의원은 진보신당의 당원이었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다른 지향을 갖고 있는 별개의 정치세력이다. '반미래통합당'은 정치적인 구호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이 정치의 지향이나 최우선의 가치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힘을 주어 강조할 필요도 없는 너무 당연한 원칙인데, 이를 잊고 계시거나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이고, 중요한 것은 진보정당이 '왜' 진보정당다워야 하는지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발언 중인 김재성 부본부장.
 발언 중인 김재성 부본부장.
ⓒ 김재성 부본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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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비례 경선에서 이현정 후보 선거본부에서 활동했다. 사실 녹색, 환경 의제라고 하면 정의당을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 환경 의제를 들고 나온 이현정 후보의 선거에 동참하게 됐나.  
"솔직히 나는 정말 최근에서야 녹색과 환경의제에 대한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아직 잘 모른다. 내가 이현정을 지지하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조직과 당을 우선시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 정의당에 필요한 국회의원은 진보정당이 '왜' 진보정당다워야 하는지 이해하며, 당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현정은 내가 정한 이런 기준에 완벽히 들어맞는 정치인이었다. 

21번이라는 순번이 바라던 목표와 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숫자를 두고 함부로 '비당선권'이라거나 '가망 없는 숫자'라고 잘라 말하고 싶지 않다. 영웅적인 개인이 되려는 것이 아닌, 결정과 책임을 함께 지는 정치의 미덕을 아는 이현정이라는 사람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후회가 없다."

- 여의도 정치권에서 언젠가부터 '청년'이 핫한 키워드가 됐다. 정의당도 예외가 아닌데, 청년정치/정책 관련해서 정의당이 잘 하고 있는 점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나는 양대 거대정당이 청년 의제를 진지하게 다루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다를 바 없다. 민주당에도 당 안에서 중요한 활동들을 해오며 성장해가고 있는 훌륭한 청년활동가가 많은데, 스토리와 이미지, '상품성'만을 보고 이들이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뒤로 미루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의당은 '청년 정치인'의 상품화나 '청년 정치'에 대한 낭만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런 고민이 단순한 이슈파이팅에 머무르지 않고 관철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요컨대 이번 비례 경선에서 IT업계 해고노동자 출신인 류호정 후보가 1번에, 영화감독이자 장애인운동에 당사자로서 동참해온 장혜영 후보가 2번에 배치 받았다. 이렇게 청년 후보들을 비례대표 앞 순번으로 배치하는 것은 일단 부족했던 청년들의 대표성을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로서 '청년전략명부'의 할당이 배정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20대 탈정치화? 정치가 삶을 바꾼다는 희망 못줬기 때문"
 
 정의당 성공회대 학생위원회 명함.
 정의당 성공회대 학생위원회 명함.
ⓒ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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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이 다니고 있는 성공회대학교에서도 정의당 학생위원회(학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대학사회 내에서 '탈정치'의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강한데, 그런 상황에서 학위를 운영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나.
"'20대 보수화'나 '청년세대의 탈정치화'는 참 난해하고 어려운 거대담론이다. 특히나 이러한 논의의 경우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너무 쉽고 편협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크다. 20대가 수구정권 아래에서 역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보수적이라는 이야기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런 말을 하는 소위 '586 세대'는 아예 군사독재 정권 아래에서 지금보다 더 심한 획일화된 교육을 받았지 않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주 틀린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 정말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무너진 학생사회, 20대 보수화, 청년의 탈정치, 운동권의 몰락. 이 문제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뻔한 말이 아닐까 싶은데. 정치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부본부장은 성공회대 내에 학위를 만들면서 슬로건을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라고 정했다. 정의당이 가까운 위치에서 학우들의 삶 속에서 손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 혹시 앞으로 국회의원 출마 할 의향은 없나. 청년정치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인다.
"없다(웃음). 이번 비례후보 선거를 겪으면서도 그랬고,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안 보이는 자리에서 돕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 당 내의 직책을 맡는 것은 언제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국회의원은 내가 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새 들어 틈틈이 읽은 책 중 하나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산문선인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다. 초장에서부터 그람시는 프리드리히 헤벨(Friedrich Hebbel)의 '산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을 편든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는데, 요새 들어 가장 '꽂힌' 말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음으로서 어느 한 쪽을 열렬히 편들며 살 작정이다. '활동가 김재성'이 앞으로 어느 한 편을 열렬히 편들며 살 수 있도록, 많은 질책과 응원 감히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민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coolboy95)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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