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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가슴의 거리는 가깝게, 실제 대면하는 거리는 멀게 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람 사이의 정은 만나고 함께 대화하고 함께 먹고 차를 마시면서 익어가는 것인데 물리적인 만남이 힘들어졌다. 지인들과 거리를 둔 채 혼자 마시는 차, 혼자 바라보는 풍경은 왠지 쓸쓸하다. 잔잔한 위로가 담긴 사람의 목소리와 체온이 그리운 시간이다.
  
서정란 시인의 일곱번 째 시집이다.
▲ 꽃구름 카페 서정란 시인의 일곱번 째 시집이다.
ⓒ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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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란 시인이 <꽃구름 카페>를 열었다. 시인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맑고 고운 눈길로 자연과 삶과 사람과 엮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지구별에 와서 만난 사람의 숲에서 '사람의 향기'로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고 희망을 전하는 시인이다. 사람은 사람의 숲에서 함께 거닐어야 한다. 사람이 희망이기 때문이다. 서 시인은 시와 삶으로 희망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한다.
 
어떤 흐린 날

사람이고 싶습니다

존경은 아니더라도 믿음이 가고
부자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마음이 부자인
겉과 속이 같은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조금 미워할 줄은 알지만
시기나 배신할 줄 모르는
사람만이 위로가 되고
사람만이 희망이 되어
사람만이 자랑이 되는
그런 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시인을 지인으로 둔다는 건 시인의 마음의 정원을 미음에 들여놓는 일이다. 정원 안에서 사계절 사색의 꽃이 피고, 영혼의 새가 울고, 자유로운 나비가 난다. 때론 나뭇잎이 공포에 떨고 꽃들이 고개 숙일만큼 거센 열정의 폭풍우가 휘몰아치기도 한다.

나무 꼭대기와 하늘에 한 팔을 걸친 오색 무지개는 둥근 다리 위로 어서 올라와 하늘다리위를 걸어보라 유혹하기도 한다. 순백의 영혼으로 감싼 시인의 정원은 바라보는 이조차 시름과 세속의 욕망을 내려놓고 순백의 영혼을 꿈꾸게 만들기도 한다.

시인의 정원을 거닐다 '꽃구름 카페'에 앉아 휴식차를 마시다 보면 어느새 영혼이 순전해지고 고아한 향기가 스며드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인을 지인으로 많이 둘 일이다.

시인이 열어 놓은 마음의 정원을 자주자주 거닐 일이다. 세상이 팍팍하고 거칠어질수록 시인의 정원을 거닐며 영혼을 순화하고 고아한 향기로 자신의 삶을 단장할 일이다. 꽃구름 카페 아래서 햇살이 속살거리는 시를 듣다보면 피페해진 몸과 마음에 다순 기운이 돌고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꽃구름 카페

벚나무 허공에다 꽃구름 카페를 열었습니다
밤에는 별빛이 내려와 시를 쓰고
낮에는 햇빛이 시를 읽는 허공카페입니다

곤줄박이며 콩새 방울새 박새 오목눈이까지
숲속 식솔들이 시를 읽고 가는가 하면
벌과 나비 바람둥이 바람까지
시를 어루만지고 가는 꽃구름 카페입니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서 나도
꽃구름 카페 아래 쉬어갑니다
벚꽃 닮은 매화, 매화 닮은 벚꽃
어느 것이 진품이고 어느 것이 모사품일까
생각을 하는 나에게
자연은 위작도 모사품도 모르는 신의 창작품이라고
팔랑팔랑 허공을 떠다니는 꽃잎이 일러 줍니다
잠시 불온한 생각에 붉어진 얼굴로
꽃구름 카페 휴식차를 마십니다

그리움에 시리도록 가슴에 푸른 멍이 드는 날이면 눈물 안경을 쓰고 하늘을 고요히 올려다 보라. 바람배달부가 뭉게구름 끝에 걸쳐 놓고간 시인의 따뜻한 가슴 편지 한 통쯤 받아볼 수 있을 테니.
 
편지

하늘 깊은 날에는

네가 보고 싶어

번지도 없는 하늘에

편지를 쓴다

하늘에 쓰는 편지에는

내 마음 낙관을 찍고

흰구름 우표를 부친다

바람배달부가 전해주리라

꽃구름 카페 - 서정란 시집

서정란 (지은이), 지혜(2020)


태그:#꽃구름 카페, #서정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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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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