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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출 신청을 했다. 일명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정책'에 따른 대출을 위해 처음으로 군산에 있는 소상공인센터라는 곳에 갔다. 간단한 서류 몇 장만 필요한 줄 알았는데, 막상 신청절차를 보니 학원사업장 대표인 남편이 준비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행정이나 경제 관련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있는 돈 다 갖다 공짜로 쓰시오'라고 떠들어도 결코 쉽지 않은 대출 절차였다. 결국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남편이 임시외출을 받아서, 갖가지 서류들을 준비했다. 소상공인센터, 동사무소, 세무서, 보증보험회사, 주거래은행 등을 몇 차례에 걸쳐 방문하고 나서야 대출 서류 접수가 완료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역 시장·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중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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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생인 내게 '국가비상사태'라는 말은 거국적인 용어로 절대 절명의 순간에만 쓰이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의 용도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색깔로 채워졌다.  

IMF사태, 세월호 사건, 지진으로 인한 대학수능연기, 신종 바이러스 질병(메르스, 사스)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19(COVID19)란다. 늘 그랬던 것처럼 때가 되면 그냥 지나가는 독감이려니 했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새 학기 준비에 온 열정을 쏟아가며,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인구 감소 추세를 받아들여 연간 수입지출 계획을 세웠다.

'엄마를 포함 가족 5인의 생활자금과 학원 선생님들 3인에 대한 정당한 보수만 드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 나 자신을 위해 셀프 격려도 했다. 그러나 그 다짐도 잠깐, 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는 한순간에 온 나라를 겨울왕국의 얼음 감옥으로 바꿔 놓았다.

코로나19 그냥 지나가는 독감이려니 했는데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임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2.24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앞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임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2.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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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언론이 또 호들갑 떠네'라며 무방비로 있었다. '국가비상'이란 말을 떠올릴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안 것은 교육부의 휴원 권고 결정문 보도를 듣고 나서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잠정적으로 휴원을 권고한다'는 그 결정문. 멀리 있는 호환마마보다 내 고뿔이 천 배 만 배 무섭다는 것을 실감했다.

사설 학원 역시 공공교육의 한 현장이라는 지침을 무시할 수 없다.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직하게 휴원 권고 2주간을 지켰다. 그런데 또 하나의 복병이 나타났다. 특정종교인들의 집단 감염이었다.

매일매일 쏟아지고 늘어나는 감염자, 확진자 수에 나는 또 휴원 연장을 결정해야했다. 지역의 모 교육 카페에서는 휴원을 하지 않는 학원장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 '돈에 미친 것들'이라고. 

교육부의 결정인 "유초중고 개학연기"가 두 번 이어지니 학생들의 휴원도 같이 이어졌다. 한 달 휴원으로 끝나지 않고 두 달째로 이어지고 세 달을 담보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담담했던 일상이 이렇게 특별한 존재였던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갑자기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구나, 갑자기 책임지지 못할 일이 생길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에 스트레스 지수만 쌓여 갔다. 동시에 마음속으로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게 어디 나 뿐이겠는가'라고 위안도 했다.

마음의 위안을 찾으니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의 소식이 들렸다. '사회적 거리'라는 잣대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더 가혹한 굴레가 되었다. 전통시장 무료급식소에서 하루 한 끼 밥을 먹던 이들에게 그 밥이 사라졌다. 밥이 하늘이라고 했는데... 매달 가던 요양원 봉사는 만남의 기약을 알 수 없다. 언제쯤 사회적 거리가 내 팔의 거리보다 짧아질까.

매일 뉴스를 보는 엄마는 말씀 하셨다. 교육부의 발표에 딸의 생업이 걱정된 듯 위로하려고 하신 말씀이었다.

"이보다 더 한 전쟁 때도 애기도 낳고 학교 가서 공부했어야! 설마 어떻게 되겄냐. 급할수록 돌아가야 가는 법이다. 천둥이 친다고 하늘이 무너지더냐. 너만 문 닫는 것 아니니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거라."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다 좋아질 세상을 그려본다.

태그:#코로나소상공인지원정책,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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