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포스터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포스터 ⓒ 스튀디오카날

 
장 뤽 고다르는 세계 영화계의 판도를 바꾼 기념비적인 감독이다. 그를 비롯해 프랑수아 트뤼포, 자크 리베트,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등의 감독은 '새로운 물결'이란 뜻을 지닌 누벨바그라는 프랑스 영화 운동을 일으켰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이런 고다르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풀어낸 아주 독특한 영화다. 어떻게 보면 그에 대한 풍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1967년 <중국 여인> 촬영 당시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나 사랑을 키웠던 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첫 번째 부인 안나 카리나와 이혼한 고다르는 그에게 반한 신인배우 안 비아젬스키와 결혼한다. 당시 20살 대학생이었던 안은 프랑스 혁명의 물결에 가담한 장 뤽 고다르의 사상과 생각에 반한다. 장 뤽은 대학생들의 시위에 참가할 만큼 혁명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는 기성문화에 반대하는 새로운 물결을 원했다. 장 뤽 고다르가 그 선두물결이 된 이유는 누벨바그 이전의 영화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전의 프랑스 영화는 고전의 재현에 힘썼다. 고전이나 베스트셀러 등 소설을 영상으로 재현하는데 힘을 들였고 감독의 역할은 말 그대로 글을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연출가였다. 누벨바그는 감독의 작가주의 정신을 앞세웠고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 현실을 담아낸 이야기를 보여줬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 스튀디오카날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는 그 대표작으로 영화를 제작사가 아닌 감독의 영역으로 만들어냄과 동시에 현대적인 가치를 보여줬다. 헌데 그런 장 뤽을 대학생들은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안과 함께 참석한 대학생들의 연설회에서 장 뤽은 마이크를 쥐게 되지만 그의 연설에 그들은 환영을 보내지 않는다.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에게는 장 뤽 역시 기성세대며 성공한 브루주아 계층이 위선적인 시선을 지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런 장 뤽의 모습은 세 가지 점에서 블랙코미디의 색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는 안경이다. 장 뤽은 시위에 참가할 때마다 사람들과 부딪쳐 넘어지고 그때마다 안경이 망가진다. 시력이 나쁜 그는 그때마다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이는 방황하는 장 뤽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 뤽은 영화에 대해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었고 진정한 영화는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 스튀디오카날

 
<중국 여인>을 기점으로 영화에 사상을 담으며 자신이 지닌 생각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네 멋대로 해라>나 <사랑과 경멸>을 좋아했던 관객과 평단들에게 외면 받았다. 영화에 대한 진중한 고민과 다르게 점점 대중과 멀어지던 장 뤽의 모습은 혁명에는 참가하지만 그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그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은 사상과 생각이 깊게 담긴 영화에 만족하지 않는 대중들의 모습과 연결된다.
 
두 번째는 고집이다. 마오쩌둥 사상에 깊게 빠져 <중국 여인>을 만들 시점부터 장 뤽은 자신만의 생각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혁명이란 두 글자에 심취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고집을 보여준다. 시위대를 시끄럽다고 말한 노년의 남성과 그 부인을 모욕하는 건 물론 자신의 초기작들을 좋아하는 팬을 비꼬며 기분을 망쳤다고 말한다. 친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툼을 벌인다.
 
이런 모습은 유럽 특유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칸 영화제 보이콧 이후 조그마한 차에 여러 명이 타서 이동하는 장면에서 벌어지는 열띤 토론은 다소 공격적이지만 그만큼 열정적이었던 당시의 분위기를 통해 웃음을 준다. 하지만 이 웃음은 유쾌하지 않다. 토론이 공격적이란 건 누군가 심하게 고집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고 그 주인공은 매번 장 뤽이기 때문이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 스튀디오카날

 
세 번째 사랑이 블랙코미디의 면모를 지니는 건 이런 장 뤽의 고집 때문이다. 안은 장 뤽이 지닌 생각과 사상 때문에 그에게 끌린다. 하지만 타협은 없고 갈수록 타인들과 큰 괴리를 지니는 그의 생각과 다툼은 안을 피로하게 만든다. 특히 팔레스타인을 공격한 유대인을 향해 '현대의 나치'라고 말한 그의 발언은 큰 논란이 되었고 안은 항상 장 뤽의 편에 설 수만은 없음을 느낀다.
 
그 절정은 안이 이탈리아로 영화촬영을 가면서 시작된다. 장 뤽은 안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 마치 자기 곁에서만 행복해야 된다는 장 뤽의 태도에 안은 염증을 느낀다. 이 작품이 소설가이기도 한 안의 작품이라는 점과 그녀가 2년간의 결혼생활 후 장 뤽과 이혼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시선에서 바라본 장 뤽의 위선과 고집이 블랙코미디적인 색깔을 통해 코믹하게 묘사된다. 전개가 블랙코미디라면 그 표현은 존경과 경외심이 담겨 있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스틸컷 ⓒ 스튀디오카날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은 장 뤽 고다르의 작품이 지닌 색체로 영화를 꾸민다. 장 뤽과 안나가 나체로 침실에서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비브르 사 비>를 연상시키는 흑백이며 안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구성은 <여자는 여자다>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두 사람의 집 안에 배치된 색감은 <사랑과 경멸>을 보는 듯하다. 이를 통해 영화는 장 뤽 고다르의 작품 세계를 곳곳에 배치하며 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낸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장 뤽 고다르'를 아는 이들이라면 소소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영화다. 영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거장의 모습은 관찰자의 시점에서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지만 그 존경의 의미를 잡아내는 균형감을 선보인다. 때문에 블랙코미디의 씁쓸한 웃음을 담아내면서 한 사람의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는 매력을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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