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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12ㆍ16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며 서울 아파트값이 조만간 보합세로 돌아설 분위기인 반면 수원 팔달ㆍ권선,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교통 호재와 12ㆍ16대책의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2ㆍ16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지며 서울 아파트값이 조만간 보합세로 돌아설 분위기인 반면 수원 팔달ㆍ권선, 용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교통 호재와 12ㆍ16대책의 풍선효과까지 나타나면서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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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핀셋' 대책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말은 집값이 급등한 지역만 꼭 집어서 내놓는 대책을 말합니다. 언론은 물론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심심치 않게 쓰는 말입니다. 집값 급등한 지역에만 필요한 처방을 내놓는다, 언뜻 보면 스마트해 보이지만, 이런 종류의 대책은 100%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 일부 지역만 지정하자 집값 들썩 

지난해 10월 1일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상황 브리핑을 통해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의 시행을 총선(2020년 4월) 전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시행 대상도 행정동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상한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광범위한 분양가상한제 지정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의 '핀셋' 대책입니다.

당시 브리핑 현장에서 "이런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다양한 정책 수단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리고 2019년 11월 6일 정부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등 서울 지역 27개동만 분양가상한제 예정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유예해주고, 예정 지역까지 친절하게 알려준 것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정부가 집값 잡을 생각 안한다"고 받아들인 부동산 투기자들이 대거 움직이면서 시장은 또 들썩였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76%였습니다. 그런데 11월 상승률은 1.93%, 12월 상승률은 2.91%로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냅니다. 2019년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 원(8억 9751만 원)에 육박했습니다.

가장 최선이라며 내놓은 핀셋 대책이 가장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는 2019년 12월 16일 또 한번 대책을 내놓습니다. 이번엔 '고가' 아파트 핀셋 대책입니다. 대책의 핵심 내용은 실거래가 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담보인정비율(LTV)을 20% 수준으로 축소하고, 15억 초과 고가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입니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핀셋' 대책인 셈이죠.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작년 10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분양가상한제 개편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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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아파트만 규제, 이번엔 9억 미만 아파트 급등

대책이 나오자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9억 미만 아파트는 9억 원을 향해서 쭉 올라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9억 미만 아파트에 대해 투기 수요가 몰린다는 것이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이번엔 경기 수원과 용인 등지에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합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경기 수원 아파트 가격은 전년 1월에 비해 1.69% 올랐습니다.

경기 과천은 0.97%, 성남도 0.85% 상승했습니다.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평균 0.3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당시 경기 수원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수원 아파트도 내후년이면 10억 돌파한다"는 장담을 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시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2월 20일 경기 수원 등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제한을 실시한다는 '핀셋' 대책을 발표합니다. 이쪽 튀어나오면 이쪽 잡고, 저쪽 튀어나오면 저쪽 잡고, 마치 두더쥐 게임 같지 않나요? 확실한 건 지금까지의 '핀셋 대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되물어봐야 합니다. 왜 서울 아파트값이 이렇게 올랐을까요? '부동산이 돈 될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핀셋 규제가 반복되면서 "사두면 어쨌든 부동산은 돈이 된다"는 것이 증명됐고, 투기꾼들 사이에선 '믿음'처럼 굳어져버렸습니다. 지금 서울 아파트는 웬만한 대기업 주식보다 확실한 투자처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투기 자본이 계속 몰려들고, 높은 호가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이 뛰고 있는 것입니다. 연이은 '핀셋 대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정부의 "투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는 허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내놓은 2.20 부동산 대책을 두고 부동산업자들은 "장기적으로 효과 없을 것"이라고 비웃습니다.

지금 정부는 투기꾼들에게 전혀 단호하지 못합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하면서, '핀셋' 대책으로 투기꾼들이 빠져나갈 통로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시행을 미루고, 시행 예정지역은 공개하면서 말입니다. 보수언론들은 시행도 되지 않은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맹공을 퍼붓습니다.

집값 잡겠다며 다주택자에 온갖 혜택

다주택자들이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임대주택 누리집(www.renthome.go.kr)까지 따로 만들어, 이런 내용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를 올렸고, 앞으로도 추가 인상을 예고했지만, 여전히 부동산에 투기꾼들이 몰린다는 것은 벌써 계산이 끝났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상을 누구보다 정부 관료들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집값을 못잡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못잡는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정책으로 집값을 잡았던 명확한 과거가 있습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전국적으로 전면 시행되던 시절인 2009~2014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 또는 안정세였습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07년 3.3㎡당 3157만 원이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전면 시행되자 2008년에는 3.3㎡당 3127만 원으로 하락하고, 2009년에는 2899만 원으로 떨어졌습니다. 2014년 3.3㎡당 2720만 원까지 떨어졌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 2015년 이후 급등세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신축(입주 5년 이하) 아파트 가격 추이
 서울 지역 신축(입주 5년 이하) 아파트 가격 추이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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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부 관료도 책임 면할 수 없다

부동산업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분양가상한제 전면 시행시 공급이 줄고, 집값이 오른다"는 가설은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성립된 적 없는 얘기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묻혀 있을 뿐이지만, 부동산 이슈는 또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경제 위기 때 안전 자산을 선호합니다. 2015년 이후 가격 급등세를 계속해온 서울 아파트도 경제 위기가 닥치면 더욱 투기꾼들이 몰려들겠죠.

부동산 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세는 0.03%올랐고, 28일 기준 0.06%, 3월 6일 기준 0.05% 상승했습니다. 2017년 6억원대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 가격은 올해 2월 9억 4798만원(KB부동산)입니다.

서울에서 중간 수준의 아파트 가격이 9억 중반대로 올라섰습니다. 올해 말쯤이면 10억 원까지 치고 올라갈 기세입니다. 실패가 증명된 핀셋대책만 내놓으면서, "집값 잡을 수 있다"고 허언하는 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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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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